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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하게 해주세요"…방과후강사가 보름달에 비는 소원

등록 2021.09.19 09:57:58수정 2021.09.19 10: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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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게 닫힌 학교 문…19개월 동안 1시간도 수업 못한 강사 적지 않아

방과후 열어도 프로그램 대폭 줄어, 알바하며 생계 유지

방과후강사노조 수도권 2000여개 학교에 "방과후 열어달라" 손편지

"수업하게 해주세요"…방과후강사가 보름달에 비는 소원

[수원=뉴시스]변근아 기자 = "보름달 보며 소원이라도 빌까요. 수업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요."

코로나19로 일자리를 잃고 19개월 넘게 한 시간도 수업을 하지 못한 한 방과후강사의 한탄이다.

오는 2학기부터 전국 초·중·고·교 등교가 확대돼 조금의 기대를 해보기도 했지만, 여전히 굳게 닫힌 학교의 문에 방과후강사들의 한숨은 높아져만 가고 있다.

19일 전국방과후강사노동조합(방과후강사노조)에 따르면 노조는 지난 3일 수도권 2200곳 초등학교 교장들에게 2학기 방과후수업을 열어달라는 내용의 손편지를 보냈다.

직접 편지를 쓴 김경희 방과후강사노조 위원장은 편지에서 "김포와 파주의 초등학교에 재직 중이지만 19개월 동안 단 하루도 수업하지 못했다"며 "수도권 지역은 거리두기가 강화되며 많은 학교가 방과후학교를 운영하지 않거나 일부는 비대면으로 하고 있어서 저와 같은 실직 아닌 실직 상태의 강사들이 많다"고 전했다.

이어 "방과후학교의 다양한 프로그램은 코로나로 인해 오랜 시간 집안에 갇혀 지낸 아이들의 정서와 심리에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을 것"이라며 "교장 선생님의 의지에 따라 많은 아이가 사교육에서 벗어나 학교 안, 방과후학교에서 큰 배움을 얻을 수 있도록 2학기 꼭 방과후학교를 열어주길 간곡하게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이처럼 방과후강사들이 각 학교 교장들에게 편지를 보내며 호소하는 이유는 코로나19로 학교에서 방과후수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어서다.

경기도의 경우에도 코로나19가 처음 확산하던 지난해 1학기 전체 학교 19%만이 방과후학교를 운영했으며, 같은 해 2학기엔 33%, 올해 1학기 57%까지 조금 늘어나긴 했으나 여전히 문을 열지 않는 학교가 많다.
[수원=뉴시스] 전국방과후강사노동조합 김경희 위원장이 지난 3일 수도권 2000여개 학교에 "방과후학교를 열어달라"며 보낸 손편지의 내용. (사진=방과후강사노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수원=뉴시스] 전국방과후강사노동조합 김경희 위원장이 지난 3일 수도권 2000여개 학교에 "방과후학교를 열어달라"며 보낸 손편지의 내용. (사진=방과후강사노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 때문에 방과후강사들은 수업 대신 다른 아르바이트 자리 등을 찾으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도내 방과후수업을 진행하는 강사 A(30대)씨는 "그동안 수업은 하지 못하고 학교에서 긴급돌봄 등을 요청하면 일부 나가서 도와주고 하며 지냈다"며 "다른 강사들도 수업하지 못하니 편의점 알바 등으로 생계를 이어가거나 배달 알바를 시작한 경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물론, 학교 문이 열렸다고 해도 예전과 같은 상황은 아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언제 방과후수업이 중단될지 모르는 불안감을 안고 있는 데다가, 마스크를 벗고 해야 하는 음악 수업 등은 운영할 수 없다 보니 프로그램 수가 대폭 줄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강사 B씨는 "2학기에는 그래도 2개 학교가 방과후수업을 진행한다고 해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면서 "그러나 예전에 가르쳤던 인원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수만이 수업을 듣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이렇게 수업을 하고 있더라도 학교에 코로나19 관련 사안만 터지면 방과후수업부터 문을 닫으려 드니 답답하다"며 "1학기 때도 갑자기 코로나로 인해 일부 수업을 하지 못하고 중단하기도 했고, 온라인으로 돌려 수업을 하기도 했는데 이렇게 되면 아이들 개별 수업이 진행되기 어렵다 보니 수업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사정이 이렇자, 방과후강사노조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방과후학교강사지부 등은 2학기가 시작되기 직전인 지난달 말께 교육청 앞에서 방과후수업 확대 등을 요구하는 기자회견과 농성 등을 진행하기도 했다.

방과후강사노조는 "일반 학생들이 수업을 못 받은 것뿐만 아니라 저소득, 한 부모 가정 아이들의 경우 방과후학교 자유수강권이 주어지고 있지만, 작년부터 수업이 없으니 제대로 쓰질 못하고 있다"며 "이를 사교육으로 다 충당할 수도 없는 상황인데 학생들의 학력격차 문제 해소뿐만이 아닌 정서, 문화적 결손을 해소해주기 위해서라도 방과후학교는 빨리 확대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이들은 각 학교에서 방과후학교 개설 여부를 정하는 조사 방식부터 바꿔나갈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전국방과후학교강사지부는 "학교에서 ‘거리두기로 인한 어려움’을 안내하며 방과후학교 수업 찬반 설문조사를 하는 상황에서 어느 학부모가 편하게 ‘운영 찬성’ 의견을 낼 수 있겠는가"라며 "방과후학교는 50%가 넘는 과반의 찬성이 아닌 단 1%의 희망자가 있더라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왜곡된 여론조작으로 억지 미운영 결정하는 설문조사 방식을 즉각 중단하고 방과후학교 정상화를 위해 교육청, 교육부 모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 관계자는 "방과후학교의 경우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보니 강제할 방안은 없다"면서도 "학교에서 방역체계를 확립하고 학생, 학부모 의견 수렴해 소수의 학생이라도 대면·비대면·블렌디드 수업 등 다양한 방식으로 방과후수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지속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로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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