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기자수첩]카카오 상생안, '고육책'에 그쳐선 안 된다

등록 2021.09.22 10:13:45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기자수첩]카카오 상생안, '고육책'에 그쳐선 안 된다



[세종=뉴시스] 김진욱 기자 = "카카오가 내놓은 상생안은 시장에서 요구하는 수준에 미치지 못합니다. 세부 내용도 없이 돈 얼마 털어 기금 조성하겠다고 하고, 택시 기사에게 9만9000원씩 받던 요금을 3만9000원으로 깎아주면 될 줄 알았나 봐요."

지난 14일 카카오모빌리티의 상생안을 보고, 한 경제학자가 내놓은 솔직한 평가다. 플랫폼 경제를 오래 연구한 그는 "카카오가 국민을 바보로 아는 것 같다"고 했다.

문제의 상생안에는 ▲카카오 그룹 차원에서 5년간 3000억원 규모의 상생 기금 조성 ▲택시 기사 대상 '프로 멤버십' 월 요금 인하(9만9000원→3만9000원) ▲카카오T 스마트 호출 서비스 폐지 등이 담겼다.

그룹 차원의 대책도 별도로 내놨다. 골목 상권 침해 논란을 일으킨 일부 서비스를 철수하기로 했다. 꽃·간식·샐러드 배달 중개 중단을 확정했고, 카카오헤어샵도 손을 떼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의 2대 주주로 사실상 지주사인 케이큐브홀딩스는 미래 교육·인재 양성 등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얼핏 보면 사회 각계에서 제기한 비판을 적절히 수용한 듯한 인상이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도 15일 "일단 방향은 잘 잡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각 계획의 면면을 뜯어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3000억원짜리 상생 기금부터 보자. 카카오는 "세부 사항은 연내 발표하겠다"고 했다. 다소 급하게 내놓은 탓도 있겠지만 어디에, 어떻게 쓰겠다는 계획도 없이 기금 조성부터 하겠다는 소리로 들린다. 이를 두고 한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이번에도 돈으로 해결하려는 모양새"라면서 "작년 매출액(약 4조2000억원)의 7%에 불과한 돈을 일단 던지고 본 것"이라고 꼬집었다.

긍정적 평가가 나오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지난 2월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재산의 절반 이상을 기부해 사회 문제 해결에 힘쓰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는 계열사를 통해 가족에게 큰돈을 배당하고, 주식을 증여해 승계 논란이 일어난 이후에 한 발표다.

케이큐브홀딩스 임직원 명단에 이름을 올린 김 의장의 아내·아들·딸이 그동안 받아간 급여와 카카오 배당 수익이 60억원을 넘는다는 사실과, 김 의장이 카카오 주식 1452억원어치(33만주)를 가족 등 친인척 14명에게 나눠줬다는 소식이 그 직전에 알려진 것이다. 그의 기부 선언이 '고육책'으로 지적받은 배경이다.

프로 멤버십 요금 인하를 두고서도 쓴 소리가 나온다. 상생안에 영혼이 없다고 비평했던 경제학자는 "'택시 시장을 통째로 삼키겠다'는 계획을 바꿀 생각이 없어 보인다"고 짚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애초 프로 멤버십을 출시하며 "승객 이동 데이터를 제공해 효율적 영업이 가능케 하겠다"고 했지만, 택시 업계에서는 "프로 멤버십 가입 택시에 '콜 몰아주기'를 한다"는 불만이 나왔다. 프로 멤버십에 가입하지 않으면 '좋은 콜'을 받을 수 없으므로, 카카오 플랫폼에 자연스레 종속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스마트 호출의 경우에도 "당연히 폐지해야 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뒤따른다. 호출 고객에게 택시를 빨리 연결하는 것은 카카오T 서비스의 본질인데, 독점 시장을 만든 뒤 이를 차등화해 돈을 받고 있었다는 얘기다.

일부 서비스 철수 안에도 당사자인 소상공인들의 반발이 뒤따른다. 소상공인연합회는 16일 낸 논평을 통해 "관련 단체와 사전 협의가 전혀 없었고, 구체적 내용도 빠졌다. 꼬리 자르기로 일관한 면피용 대책"이라면서 "대리운전과 헤어숍 등 본격적으로 침탈 중인 시장을 더 적극적으로 공략하겠다는 선전포고"라고 혹평했다.

'사회적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케이큐브홀딩스의 경우에도 김 의장의 막냇동생 김화영 씨가 지난해 말 대표직에서 물러나며 14억원에 이르는 퇴직금을 챙겨갔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질타를 받았다.

상생안 대부분이 여러 가지 사유로 성토와 규탄의 대상이 된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치권에서도 벼르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내달 열릴 국정 감사에서 플랫폼 독과점을 문제 삼아 김 의장을 증인대에 세우기로 했다. 환경노동위원회도 택시 콜 차별 등을 내세워 김 의장을 소환할 예정이다.

문제가 되는 사업을 과감히 접는 것이 논란을 진정으로 잠재우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카카오T의 택시 호출 사업이 대표적 사례다. 고객에게 직영 택시를 중개하는 것, "카카오가 심판을 보는 시장에서 선수로도 뛴다"는 비판을 받는 지점이다. 사회 각층에서 '자사 우대'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뼈를 깎는 심정으로 철수를 고려해야 한다.

카카오의 '갑질 논란'을 들여다보기 위해 조사를 시작한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플랫폼의 '자사 우대'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심판이 선수로 뛰는 데 대해 더 까다롭게 지켜본다는 의미다. 공정거래법(독점 규제 및 공정 거래에 관한 법률)을 어기는 데 따른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사회에서 카카오에 요구하는 수준은 그 이상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