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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 수술 한해 5만건…올바른 피임법은?

등록 2021.09.22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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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임실패율, 피하이식제가 0.05%로 가장 낮아

콘돔은 실제 실패율 8%…정확한 사용법 중요

사후피임법, 응급 상황에서만 사용해야

낙태 수술 한해 5만건…올바른 피임법은?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성에 관한 인식 변화로 피임도 늘고 있다. 22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성경험 여성의 콘돔 사용률이 2011년 37.5%에서 2018년 74.2%로 두 배 가량 늘었다. 경구피임약 복용률도 7.4%에서 18.9%로 증가했다. 이런 효과로 인공임신중절(낙태)도 크게 감소했다. 여성 1000명당 인공임신중절 건수는 2010년 15.8건에서 2017년 4.8건으로 70% 가까이 감소했다.

하지만 여전히 적지 않은 '인공임신중절 수술(낙태)'이 시행되고 있다. 낙태 수술 시행 건수는 한해 5만 건 안팎으로 추정된다. 피임을 하지 않거나 잘못된 피임법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인공임신중절 여성을 조사한 결과 질외사정법·월경주기법 등 불완전한 피임방법을 사용한 여성이 47.1%로 가장 많았고, 피임하지 않은 비율도 40.2%로 높았다.

9월 26일은 '세계 피임의 날(World Contraception Day)'이다. 인제대학교 일산백병원 산부인과 김영아 교수의 도움말로 올바른 피임방법을 알아본다.

◇피임약·콘돔 실제 실패율 높아…"정확한 피임 중요"

피임 실패율(Pearl Index)은 여성 100명이 1년간에 임신한 임신율을 나타낸다. 피임 방법에 따라 실패율이 다르다. 피하이식제가 0.05%로 가장 낮고 경구용 호르몬 피임약 0.3%, 구리자궁내장치 0.6%, 콘돔 2%, 질외사정 4% 순이다. 이 수치는 피임 방법을 정확하게 사용했을 때 보여주는 실패율이다. 실제 사용 후 보고된 실패율을 보면 피하이식제(0.05%)와 구리자궁내장치(0.8%)는 지표와 큰 차이가 없지만 경구용 호르몬 피임약(8%)이나 질외사정(27%)은 상당히 높게 나타난다.

김 교수는 "피하이식제와 자궁 내 장치처럼 시술에 의해 시행되는 피임법은 실패율에 차이가 없으나 개인이 실천해야 하는 피임법은 '얼마나 정확히 사용하냐'에 따라 실패율이 달라진다"며 "효과적인 피임을 위해서는 실패율이 적은 피임법과 함께 콘돔을 이중으로 사용할 것을 권고한다"고 말했다.

피임법마다 장단점과 특징이 각각 다르다.

복합 경구용 피임약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틴을 조합한 약이다. 배란을 억제하고 수정란의 착상을 방해한다. 매일 일정한 시간에 복용해야 피임효과를 볼 수 있다. 남성용 콘돔은 가장 간편한 방법으로 HIV 감염을 예방하는 유일한 피임법이다. 예방효과는 약 87%다. 성 전파성 질환과 골반염을 감소시킨다. 부정확하게 사용할 가능성이 높아, 피임 실패율이 15~18% 정도로 알려져 있다.

자궁 내 장치는 자궁 내에 기구를 넣어 호르몬과 구리를 이용해 인위적으로 착상을 방해한다. 일반적으로 5년마다 교체가 필요하다. 부작용으로 비정상 자궁출혈, 복통, 골반염 등이 있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약 6개월마다 정기검진이 필요하다.

피하이식 호르몬 피임법은 피하조직에 피임제를 이식하는 피임법으로 삽입 후 빠르게 피임 효과가 나타난다. 3년간 피임 효과가 있다. 경구용 피임제와 다르게 매일 먹지 않아도 돼 편리해 장기간의 피임을 원하는 경우 선호한다.

불임수술은 배꼽 주위를 1cm가량 절개한 후 복강경을 이용해 양측 난관을 묶는는 방법이다. 확실한 피임법이기는 하지만 다시 임신을 원할 경우 난관 복원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자연적인 피임법으로는 월경주기 계산법과 질외사정이 있다.

김 교수는 "피임 방법에 따라 장단점이 있음으로 본인에게 맞는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특히 원하는 피임 기간, 비용, 편리성 등을 고려하여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전문가와 상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후피임법, 응급상황에서만 사용해야

성관계 후 임신을 예방하는 방법을 '사후 피임' 또는 '응급 피임'으로 부른다. 콘돔이 찢어지거나, 성폭행을 당하거나, 차단 피임법에 문제가 발생할 때 사용한다. 프로게스틴 단일 응급피임약, 황체호르몬 길항제 등이 있고 국내에서는 의사의 처방이 필요하다. 프로게스틴 단일제제는 복합 경구용 피임약의 한 성분이지만 10배 가량 용량이 높다.

사후피임약은 임신 위험성을 75%까지 줄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복용 3주 후에도 생리가 없다면 병원을 방문해 임신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피임 효과를 높이기 위해선 성교 후 24시간 이내에 치료하는 것이 좋다. 약제에 따라 72~120시간 이내에 복용해도 임신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사후피임약 복용 후 24시간 동안 오심, 구토, 두통, 어지럼증, 피로, 유방통 등의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다. 약 먹은 지 2시간 이내에 토하면 다시 복용하는 것이 권장된다. 

김 교수는 "사후피임약은 성관계 후 한 번만 복용하는 간편함이 있어 자주 사용하는 여성도 있다"며 "사후피임법을 통상적인 피임방법으로 사용하면 임신율은 20~35% 이상으로 매우 높아지기 때문에 일반적인 피임방법으로는 적합하지 않고 응급상황에서만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흡연자, 심혈관질환자는 피임약 복용시 상담 필요

저용량 복합 경구피임약은 건강하고 젊은 여성에서는 매우 안전하다. 하지만 피임약 복용을 피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35세 이상 흡연 여성은 경구 피임약을 삼가야 한다. 흡연과 고혈압 같은 심혈관 위험 인자가 있는 여성들은 복용 전에 전문가와 상담 후 선별해 사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복합 경구피임약을 장기 복용하면 '임신이 안 된다'는 속설이 있지만 사실과 다르다. 최근 연구에서 과거 5년 이상 장기 복용했던 여성들을 분석한 결과 임신 능력이 떨어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경구용 피임약 복용 중 임신한 경우도 심각한 선천성 기형의 발생 위험은 2~3%로 일반인에 비해 높지 않다. 자연유산이나 사산할 가능성도 높지 않다.

경구용 복합 피임약은 다른 목적으로 처방도 한다. 월경 주기 조절이나 월경통 감소, 월경 전 증후군 치료에도 활용하고 있다. 지속 복용 시 난소암, 자궁내막암, 자궁외임신 등의 위험성도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교수는 "복합 경구용 피임약을 복용하는 가임기 여성들은 만성 질환을 앓고 있을 가능성이 작다"며 "일반적으로 혈압을 측정해 심혈관계 위험 여부를 확인하고 피임약의 금기가 되는 문제가 없는지를 문진을 통해 확인한 후 복용을 시작하는 것이 필요하고 복용을 시작한 후 부작용이 나타나면 산부인과 전문의와 상의하는 것이 안전하게 피임약을 복용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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