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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치 싸움에 초유의 '국가채무 불이행' 위기

등록 2021.09.27 19:36:04수정 2021.09.27 23:3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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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 반대로 관행이던 채무한도 상향·유예 불확실

미국 경제 확실한 회복세…채무의 GDP 비율도 견딜만

경제 문제 아닌 만큼 정치적 해결 가능성 높아

[AP/뉴시스] 미 연방의사당 중 상원 사이드가 27일(월) 아침 햇빛을 받고 있다. 이번주 의회에서 4조5000억 달러의 새회계년도 예산 미승인으로 인한 '계속지출 결의안'과 국가채무 불이행을 막을 채무상한 적용유예 결의안이 다뤄진다. 거기에 1조 달러의 인프라법안과 3조5000억 달러의 휴먼 인프라 법안도 진전되지 않으면 폐기될 수도 있는 중차대한 국면이다. 

[AP/뉴시스] 미 연방의사당 중 상원 사이드가 27일(월) 아침 햇빛을 받고 있다. 이번주 의회에서 4조5000억 달러의 새회계년도 예산 미승인으로 인한 '계속지출 결의안'과 국가채무 불이행을 막을 채무상한 적용유예 결의안이 다뤄진다. 거기에 1조 달러의 인프라법안과 3조5000억 달러의 휴먼 인프라 법안도 진전되지 않으면 폐기될 수도 있는 중차대한 국면이다.  

[서울=뉴시스] 김재영 기자 = 세계 제일의 부국 미국 정부가 지불해야 될 채무 빚을 돈이 없어 갚지 못하는 '채무불이행'을 선언할 위기에 빠졌다.

다행히 이 위기는 미국 경제 때문이 아니라 민주당과 공화당 간 '기' 싸움에서 기인한 정치적 사태여서 미 국내면 모를까 국제적 파장은 염려할 것이 없다고 할 수 있다.

미국 경제는 코로나19 충격으로 2020년 마이너스 3.4% 역성장했으나 올 2분기로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코로나 직전인 2019년 4분기의 100.8% 수준에 달해 완전 회복했다. 올해 전체 성장률이 당초 기대했던 30년 만의 최고치 7%대가 3분기부터 삐걱거리고 있지만 5%대 후반은 넉넉히 이룰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즉 미국 경제는 문제가 없고 미국 연방정부의 국가채무도 다른 나라보다 결코 심각하지 않다. 주 및 시정부 것을 제외하고 연방정부가 정부기관 간 채무까지 포함해 지고 있는 국가채무는 2021년 4월 중순 기준 28조4000억 달러(3경2000조원)로 미국 최신 GDP(국내총생산)의 128%에 해당된다.

한국의 49%보다는 채무 비중이 아주 높지만 일본의 270%에 비하면 아주 양호하다. 유럽 최강 경제국 독일의 75%보다는 분명 무거운 국가 빚이나 미 연방 국가채무 중 순 대외채무는 전체의 80% 미만이다. 또 재정이 세계적으로 건실한 한국, 독일 등이 코로나19로 채무 비중이 급증했듯 미국도 갑자기 불어났다.

코로나 전인 2019년 3월 기준으로는 22조 달러로 당시 GDP의 107% 수준이었다. 2년 사이에 무려 6조 달러가 넘게 늘어난 것인데 코로나19가 본격화하자 미 정부가 지난해 3월부터 올 3월부터 아낌없이 푼 돈이 6조 달러가 넘었던 사실을 상기하면 이해가 간다. 

외신에 보도되는 미국의 10월 국가채무 불이행 위기는 1997년 한국의 외환위기나 2008년 그리스의 금융위기처럼 나라 곳간에 돈이 없어서 빚이나 그 이자를 못 갚게 된 상황을 상정하지 않는다. 미국은 2000년 이후 매년 예산보다 지출이 많아 연방 재정적자가 발생해서 국가채무가 누적되어온 빚 국가이지만 그간 한번도 국가채무 불이행(디폴트)위기에 놓인 적은 없다.

미국 연방 행정부는 만성적 재정적자로 인한 국가채무의 누적도 걱정하나 이보다 더 실질적으로 걱정하는 것은 의회의 '국가채무 상한선' 상향 여부다. 미 연방 의회가 정부의 돈줄을 완전히 틀어쥐고 있어 의회 승인 없이는 행정부는 긴급한 예산 집행에 필요한 국가 빚을 한 푼도 낼 수가 없는 처지다.

대신 의회가 승인만 해주면 행정부는 뒷 걱정없이 채무 상한선 한도에서 세수 및 국가수입 규모를 넘어서는 지출을 집행할 수 있는 것이다.

연방 의회의 국가채무 한도 '상향' 승인은 1차 대전 후 80회가 이뤄졌고 이 덕분에 미 정부는 거의 항상 예산 부족에 시달리면서도 채무불이행을 선언한 적은 이제까지 한번도 없었다.

그런데 코로나 등으로 이미 국가채무 상한을 넘어서 버린 지 오래인 지금 공화당이 상한선 상향을 승인하거나 일시적으로 상한 규정적용의 유예를 해주지 않겠다고 나서면서 미국 정부의 채무불이행 선언설이 나오는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미국 의회는 코로나가 발생하기 전인 2019년 8월에 22조 달러였던 국가채무에 대한 상향 조정 대신 2년 간 상한적용의 유예를 승인했다. 이에 미 연방은 코로나 위기에 쉽게 6조 달러의 빚을 내서 재난지원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2년의 국가채무 상한적용 유예가 지난 7월31일로 종료되었고 조 바이든 정부는 '국가채무 상한 22조 달러에 실제 채무액 28조 달러'라는 현실과 마주하게 됐다. 무서운 재정 현실이지만 연방 의회가 한 1, 2년 간 다시 적용유예를 해주든지 22조 달러의 상한을 29조나 30조 달러까지 늘려주면 벗어날 수 있는 재정 문제였다.

여당 민주당은 우선 적용유예를 취해줄 방침이었는데 공화당이 "그런 빚놀이는 민주당 혼자서 한다면 말릴 생각은 없지만 우리는 결코 힘을 보태줄 생각이 없다"고 나서면서 미국 정부의 부도 위기가 보도되기 시작했다. 기존 국가채무의 원인과 책임을 따진다면 민주당이나 공화당이나 막상막하인데 마치 국가 빚에 관한한 손을 더럽힌 적이 없다는 듯한 공화당 태도였다.  

2년 간의 적용유예가 7월 말로 종료된 후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재무회계에 관한 온갖 재주와 꾀를 부려가며 연방정부에 도래하는 온갖 지불요구서를 처리해왔다. 그러나 이 노릇도 10월 중순이면 바닥난다고 한다. 28조 달러의 연방 채무에 대한 월 이자 지불은 물론 비재량성 예산인 6000만 명 은퇴자들을 위한 국민연금 지불도 못하는 것이다. 

11월 초까지 의회가 적용유예를 다시 해주거나 하지 않으면 미국 정부는 꼼짝없이 밀려오는 지불요구서에 돈을 보내지 못하는 부도 사태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제일 부국 미국 정부의 곳간이 비어서가 아니라 양당간 합의 정신이 부족해서 이런 위기가 우려되고 있다. 또 그런 만큼 정치적으로 해결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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