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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노래한 허클베리핀 "음악, 마음의 황홀한 치유제"

등록 2021.10.15 10:3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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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곡 '금성' 발표…스티븐 호킹 예언서 영감

[서울=뉴시스] 허클베리핀. 2021.10.14. (사진 = 밴드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허클베리핀. 2021.10.14. (사진 = 밴드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지금 타고 있어 지구는 금성처럼 타고 있어 / 어두운 밤을 가로질러 빛나는 유성처럼 날고 있어"

한국 모던록을 대표하는 밴드 '허클베리핀'이 기후 위기를 경고하는 신곡 '금성'을 최근 발매했다. 세계적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1942~2018)의 경고에서 착안한 노래다. 호킹은 "지구 대기가 점점 뜨거워져 마침내 유황이 펄펄 끓는 금성처럼 될 수 있다"고 생전에 예측했다.

허클베리핀은 '지구가 불타오르고 있다. 이것은 현실'이라는 직설적인 내용을, 모던하면서도 리드미컬한 사운드에 녹여냈다. 신시사이저 리프에 이은 기타 리프의 그루브한 전개가 일품이다.

최근 인터뷰한 허클베리핀의 리더 이기용은 "기후위기라는 다소 진지한 메시지를 무겁게 전달하지 않는 것이 음악적인 목표였다"고 말했다.

이기용·보컬 이소영·기타 성장규로 구성된 허클베리핀은 국내 밴드 음악의 구원투수 역을 해왔다. 이번 싱글 역시 다른 이들과 함께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 밴드가 음악적으로 무슨 일을 할 수 있는지를 몸소 증명한다. 다음은 밴드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스티븐 호킹 박사의 경고를 접한 건 언제인가요? 어떤 점이 그렇게 와 닿았습니까?

"기후위기에 관한 뉴스는 항상 접해왔지만 부끄럽게도 저희는 피상적인 인식만 가져온 게 사실이었습니다. 그러다 작년과 올해 사이에 연이어 터진 세계적인 기상 이상 징후들(캘리포니아 산불, 캐나다의 폭염, 유럽의 홍수)과 제가 한동안 살았던 제주의 환경 변화(작물들의 서식지 북상) 등을 보면서 정말 시급한 문제라고 몸으로 깨닫게 됐습니다. '기후위기에 관한 노래를 만들어서 다 같이 공감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도서관에서 자료들을 찾고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호킹 박사가 생전에 기후위기에 관해 당장 이 문제의 해결방안을 찾아 나서지 않는다면 머지 않은 미래에 지구의 표면 온도가 금성의 그것처럼 250도 가량으로 올라갈 수 있다는 발언을 한 것을 보게 됐죠. 금성이라는 익숙하고 아름다운 이름인 비너스(Venus)와 현재 지구가 처한 현실을 대비해서 보여주면 신선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거죠."

-뮤지션이 기후 위기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기후 위기에 관한 대부분 사람들의 인식은 죄책감에서 시작합니다. 물론 훌륭한 생각이지만 죄책감만으로 문제의식이 널리 공감대를 얻기는 힘들다고 봤어요. 그래서 메시지는 진지하지만 신나고 현대적인 사운드와 접목시켜서 작은 변화라도 만들어 보자는, '긍정적인 공감대'를 생각해 작업하게 됐습니다."

-드라마 '악마판사' OST '템페스트'와 '너를 떠올린 건 항상 밤이었다'에도 참여를 하셨는데요, 어떤 경험이었습니까? 드라마 한류 열풍을 타고 해외에서도 주목을 받으셨는데요.

"사실 OST 작업에 그다지 큰 흥미를 가지고 있지는 않았어요. 왜냐하면 저희는 음악이 주는 독자적인 매력과 개성에 매료돼 있었죠. 음악이 배경으로 혹은 영상에 도구화되는 것도 충분히 이해는 하고 있지만, 굳이 저희까지 그런 작업에 에너지를 쓰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악마판사'의 최정규 감독님과 정세린 음악감독님께서 저희에게 준 요구사항이 매우 간단했어요. 허클베리핀이 하고 싶은 음악을 만들어서 주면 된다는 것이었죠. 그 말을 듣고 어떻게 최선을 다하지 않을 수 있었겠어요. 다행히 모두 만족하셨고 해외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었죠. 얼마 전에는 말레이시아 매체와 인터뷰를 하기도 했습니다. 감사하고 특별한 경험이었어요."

[서울=뉴시스] 허클베리핀. 2021.10.14. (사진 = 밴드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허클베리핀. 2021.10.14. (사진 = 밴드 제공) [email protected]

-기후 위기도 그렇지만 코로나19는 허클베리핀에게도 많은 고민거리를 던져줬을 거 같습니다.

"코로나19는 '아무리 작은 생명이라도 우리 인간과 밀접히 연결돼 있다'는 생각을 던져줬죠. 그것이 박쥐이건 작은 미생물이건 그들과 우리가 따로 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이야말로, 코로나가 세상에 전해준 메시지라고 생각합니다. 코로나로 인해 사라들은 미소가 사라졌어요. 서로를 경계합니다. 역으로 따뜻한 표정 하나가, 삶에 얼마나 필요한지를 이제 모두 진심으로 알게 됐죠. '금성' 가사에도 나오지만 우리 모두는 아주 긴밀히 연결돼 있습니다. 저 멀리의 존재가 행복해야 나도 행복할 기회가 생긴다는 것입니다."

-기후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멤버들이 일상생활에서 실천하는 것이 있나요?

"저는 집앞 쓰레기 버리는 곳을 늘 정리해주시는 옆집 아주머니를 마음속 깊이 존경합니다. 누군가는 아무 대가 없이 친절을 베풀고, 아무것도 바라지 않으면서 남을 돕습니다. 저도 그분에게 감화돼서 차에 항상 쓰레기 종량제 봉투를 가지고 다니면서 주차장에 버려진 휴지들을 주어 담습니다. 또 저희 멤버들(이소영·성장규)는 항상 페트병의 라벨을 떼서 버리고 색깔별로 나눠서 분리수거 합니다."

- 11월13일 홍대 상상마당에서 여는 브랜드 공연 '옐로우 콘서트'는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요?

"올해로 17회째를 맞는 콘서트인데요, 이번 공연의 목표는 관객들에게 '여러분은 잘 해내고 있습니다. 모두 훌륭합니다 모두 애쓰고 있습니다'라는 격려와 공감의 에너지를 주는 것입니다."

-내년에 정규 7집을 발매할 계획이라고요? 2018년 정규 6집 '오로라 피플' 이후 3년 만이네요.

"6집 오로라피플이 제가 제주에서 겪고 느낀 환상에 관한 것이라면, 이번 7집은 서울이라는 대도시에 느낀 긴장과 에너지를 강렬한 비트와 현대적인 사운드로 표현해 내는 것입니다. 제주에서 산 이후로 '빛'이라는 주제에 강렬히 매료돼 있어요. 이번 작업을 통해 밝은 빛의 세계를 도시의 감성으로 표현하고 싶습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노래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나요?

"노래가 세상을 바꾼다기 보다 노래는 사람들을 치유합니다. 그래서 숨쉬게 하지요.. 모든 훌륭한 예술작품이 그렇듯요. 그리고 음악은 그 일을 무엇보다도 빨리 해냅니다. 가장 쉬운 언어로요. 음악은 인간 마음의 황홀한 치유제입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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