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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대시 정책' 뭘 말하나…韓·美, 김정은 진의 파악에 끙끙

등록 2021.10.19 10:19:48수정 2021.10.19 12: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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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최근 들어 적대시 정책 철회 거듭 요구

구체적인 요구사항 숨기고 전략적 모호성

미국 조야서 북한 태도 비판 목소리 나와

[서울=뉴시스]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 11일 평양의 3대혁명전시관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국방발전전람회 '자위-2021'이 열렸다고 13일 보도했다. 2021.10.1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 11일 평양의 3대혁명전시관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국방발전전람회 '자위-2021'이 열렸다고 13일 보도했다. 2021.10.1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북한이 종전 선언의 한국과 미국 정부를 향해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라고 거듭 요구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북한은 적대시 정책의 구체적인 내용과 자신들의 요구 사항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는 모양새다.

김여정 북한 조선노동당 부부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 선언 제안에 대한 지난달 24일 담화에서 "종전이 선언되자면 쌍방 간 서로에 대한 존중이 보장되고 타방에 대한 편견적인 시각과 지독한 적대시 정책, 불공평한 이중 기준부터 먼저 철회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여정은 이어 25일 담화에서도 "공정성을 잃은 이중 기준과 대조선 적대시 정책, 온갖 편견과 신뢰를 파괴하는 적대적 언동과 같은 모든 불씨들을 제거하기 위한 남조선 당국의 움직임이 눈에 띄는 실천으로 나타나기를 바랄뿐"이라고 밝혔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도 지난 11일 국방발전전람회 기념 연설에서 한국을 향해 "우리를 대화와 협력의 상대가 아니라 위협의 대상으로, 억제해야 할 상대로 규제한 것 자체가 겉으로는 아닌 척 해도 숨길 수 없이 뼛속 깊이 체질화된 반공화국 적대심의 집중적인 표현"이라고 말했다.

김정은은 미국을 향해서도 "미국은 최근 들어 우리 국가에 적대적이지 않다는 신호를 빈번히 발신하고 있지만 적대적이지 않다고 믿을 수 있는 행동적 근거는 하나도 없다"고 밝혔다.

북한 측 발언의 맥락을 고려할 때 적대시 정책은 한미 연합 군사 훈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 등이 유력하다. 하지만 적대시 정책이 한미 동맹 자체라는 해석도 있다.

북한이 이처럼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면서 한미 당국은 북한을 대화로 끌어내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적대시 정책이 무엇인지 해석하는 과정에서 한미 정부가 간 갈등 조짐도 감지된다.

당장 한국 정부에서는 북한이 언급한 적대시 정책을 유엔 제재로 간주하면서 북한을 대화로 유도하기 위해 제재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유엔 제재 변화를 언급하자 미국 보수진영에서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서울=뉴시스]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 11일 평양의 3대혁명전시관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국방발전전람회 '자위-2021'이 열렸다고 13일 보도했다. 2021.10.1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 11일 평양의 3대혁명전시관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국방발전전람회 '자위-2021'이 열렸다고 13일 보도했다. 2021.10.1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그러다보니 미국에서는 북한의 적대시 정책 철회 요구에 피로감을 느낀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19일 미국의 소리 방송(VOA) 인터뷰에서 "북한은 (미-북 협상 시) 적대시 정책을 수없이 언급하면서도 분명한 뜻을 밝히지 않았다"며 "북한은 적대시 정책 때문에 대화해 봐야 소용없다고 말하려 하지만 끝내야 할 적대시 정책이 무엇인지 정의한 적이 없다"고 꼬집었다.

조셉 디트라니 전 미국 6자회담 차석대표는 이 방송에 "북한은 적대시 정책이라는 용어를 항상 쓰면서도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설명한 적이 없다"며 "북한은 협상에서 진전을 보지 못할 때, 그리고 미국, 한국, 일본 등과의 관계가 만족스럽지 않을 때 적대시 정책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다가 막상 원하는 것을 얻고 진전이 이뤄지면 그 말을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이 방송에 "미국의 적대시 정책을 거듭 비난하는 북한 당국자들에게 '우려를 덜어줄 수도 있으니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고 부탁하면 그들은 주제를 바꾸거나 정확한 의미에 얽매이고 싶어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북한이 철회시키려는 적대시 정책은 한미 동맹 자체라는 해석이 나온다.

클링너 연구원은 "북한이 오랫동안 언급한 미국의 적대시 정책을 종합해 보면 목록이 상당히 광범위하다"며 "미군의 한국, 일본, 서태평양 주둔, 미-한 상호방위조약, 미-일 상호방위조약, 역내 미 핵 자산, 미국과 유엔의 제재, 인권 상황 비판 등이 포함된다"고 분석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이 방송에 "김성 유엔주재 북한대사의 (지난달) 발언은 연합훈련과 미군 배치가 적대시 정책이라는 것을 상기시켜 주는 유용한 예"라며 "다른 북한 관리들은 미-한 동맹을 끊고, 한반도와 한반도 주변에서 미군을 철수시키는 것만이 적대시 정책을 중단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수년 동안 말해왔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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