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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요마 "코로나 시대 음악가 책임감, 과학자·작가와 다르지 않죠"

등록 2021.10.21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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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로 거장, 2년 만에 내한…24일 예술의전당

[서울=AP/뉴시스] 세계적인 첼로 거장 요요마가 지난 3월13일(현지시간) 미국 북동부 매사추세츠주 피츠필드의 체육관에서 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을 받은 후 즉석에서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1번 프렐류드를 연주하고 있다.

[서울=AP/뉴시스] 세계적인 첼로 거장 요요마가 지난 3월13일(현지시간) 미국 북동부 매사추세츠주 피츠필드의 체육관에서 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을 받은 후 즉석에서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1번 프렐류드를 연주하고 있다.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코로나19가 세계를 덮친 지난 3월13일(현지시간) 미국 매사추세츠 주 피츠필드의 버크셔 지역 한 대학 체육관.

노란색 재킷·검정색 모자·푸른색 마스크를 착용한 장년의 남성이 벽에 놓인 파란 보호 매트 앞 의자에 걸터 앉았다. 그는 커다란 악기 케이스에서 첼로를 꺼내더니, 활을 잡아들었다.

백신 접종 장소로 사용된 이곳엔 침울한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접종을 기다리고 있는 이들은 그에게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 찰나,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1번 프렐류드의 선율이 울려퍼졌다. 심상치 않은 연주의 무게감에 사람들이 하나둘씩 반응하기 시작했다. 

그 장년은 두 번째 코로나19 백신을 맞으러 온 프랑스 태생 중국계 미국 거장 첼리스트 요요 마(66)였다.

요요마는 21일 뉴시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전 다양한 장소에서 연주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 날은 한 노신사분이 계셨는데, 연주가 시작되자마자 의자를 돌려서는 최대한 가까이 와서 들으시더라"며 당시를 돌아봤다.

"물론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는 선에서요. 정말로 음악을 필요로 하시는 것 같아 보였습니다. 그리고 제가 연주하는 내내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넋을 잃고 듣고 계시는 듯 했죠. 그게 참 좋았습니다."

[서울=AP/뉴시스] 세계적인 첼로 거장 요요마가 지난 3월13일(현지시간) 미국 북동부 매사추세츠주 피츠필드의 체육관에서 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을 받은 후 즉석에서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1번 프렐류드를 연주하고 있다.

[서울=AP/뉴시스] 세계적인 첼로 거장 요요마가 지난 3월13일(현지시간) 미국 북동부 매사추세츠주 피츠필드의 체육관에서 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을 받은 후 즉석에서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1번 프렐류드를 연주하고 있다.

지난 2019년 4월 '행동의 날'(Day of Action) 행사의 하나로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서 연주회를 열기도 했던 요요마는 음악가의 책무를 믿는다. 그는 UN 평화대사를 지내기도 했다.

요요마는 "직업이 가지는 사회에 대한 책임감이 과학자나 화가, 작가가 가지는 책임감과 다르지 않다고 굳게 믿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어떤 작은 방법으로든 더 나은 세상을 상상하고 건설하는 것을 돕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시대에 요요마가 다행이다. 그와 그의 음악으로부터 많은 이들이 위로를 받았다. 요요마는 작년 코로나19로 미국에서 락다운이 시작된 후 자신의 집에서 연주한 영상들을 포스팅하기 시작했다. 전 세계에서 음악을 공유하는 '#송프로젝트컴포트(#SongsofComfort) 프로젝트'로 이어져 20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위로를 받았다.

요요마는 "저는 자주 말해요. 문화가 진실, 신뢰, 봉사와 같은 가치에 이끌린다고. 작년 봄 우리가 마주한 이 어려움이 심화됐을 때, 어떤 방식으로든 돕고 싶었다"면서 "그래서 전 음악을 세상 밖으로 전달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오랜 세월 제게 위로가 돼 줫던 음악을요. 그 몇 달 동안 두려움과 불안에 떠는 사람들에게 휴식의 순간과 희망의 빛을 줄 수 있었다는 사실이 매우 기뻤습니다."

요요마는 '송 프로젝트 컴포트' 프로젝트에서 영감을 받은 뒤 자신의 오랜 음악 파트너인 캐서린 스톳과 의기투합했다. 그녀와는 함께 연주하기 전부터 친구 사이였다. 1978년 여름에 처음 만났고, 1985년부터 함께 연주를 해왔다.

[서울=뉴시스] 캐서린 스톳, 요요마. 2021.10.20. (사진 = Mark Mann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캐서린 스톳, 요요마. 2021.10.20. (사진 = Mark Mann 제공) [email protected]

세월만큼 긴밀한 호흡을 자랑하는 두 사람은 작년 앨범 '위로와 희망의 노래'(Songs of Comfort & Hope)를 발매했다.

오는 24일 오후 5시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펼치는 동명의 내한공연에서 이 앨범에 담긴 곡 일부를 연주한다.

프로그램은 멘델스존 무언가 Op. 109, 블로흐 유대인의 생애, 드보르자크 네 개의 낭만적 소품 Op. 75, 케사 카마르고 마리아노 '크리스털(Cristal)', 비올레타 파라의 '삶에 감사해요'(Gracias a la vida), 피아졸라의 탱고 음악 등으로 구성됐다.

두 사람이 녹음을 하며 앨범 라이너 노트(감상을 돕는 해설)를 쓸 때, 캐서린은 요요마에게 펠릭스 멘델스존의 말을 다시 상기시켰더. 멘델스존은 "음악이란 추상적이며 명확하지 않은 것을 표현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극도로 명확한 것을 표현한 것"이라고 말해왔다. 요요마는 "우리는 이 프로그램이 한국 관객분들에게도 그렇게 작용했으면 한다"고 바랐다.

요요마는 수십년간 사람들과의 소통을 일상에서 중요하게 여겨왔다. 코로나19로 소통이 단절된 시기에 그는 인간의 창조성이 가진 힘에 대한 자신의 신념을 더 확고히 했다.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해 새롭게 정의하기도 했다.

[서울=뉴시스] 요요마. 2021.10.20. (사진 = Jason Bell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요요마. 2021.10.20. (사진 = Jason Bell 제공) [email protected]

"우리가 집이라고 부르는 이 행성(지구)에 대한 우리의 책임은 무엇인가, 스스로에게 물어보게 됐죠. 음악과 문화가 자연에 대한 책임을 상기시키는 것을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 그리고 다음 세대에 어떻게 희망을 전해줄 수 있는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코로나19라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요요마가 바흐 프로젝트를 지속해온 이유다. 지난달에도 요요마와 그의 팀들은 30번째 콘서트와 '행동의 날' 행사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진행했다. 내달에는 일본 오키나와에 가서 31번째 콘서트를 연다.

그 가운데 2년 만에 한국을 찾은 요요마는 "항상 한국 관객들의 새로운 것에 대한 개방적인 태도에 감탄한다"고 놀라워했다. "전통을 지켜내면서 동시에 전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는 한국은 장점이 많죠.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오랜 친구를 만나러 가는 느낌이에요."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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