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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공연장이 없네요"…대중음악업계, 연말 앞두고 비상 왜?

등록 2021.10.23 05: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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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열린 콜드플레이 콘서트. 2021.08.14. (사진 = 한국대중음악공연산업협회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열린 콜드플레이 콘서트. 2021.08.14. (사진 = 한국대중음악공연산업협회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11월초부터 '위드 코로나'가 시작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달 초부터 서둘렀는데, 이미 공연장이 없어요. 저희는 상당히 늦은 거죠. 이미 지난 여름부터 대관을 알아보러 다닌 관계자들이 많더라고요."

'위드 코로나'를 앞두고 대중음악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공연장 확보 전쟁이 한창이기 때문이다. 아직 공연 날짜를 확정하지 못한 관계자들 사이에선 "웬만한 공연장을 찾기가 하늘에 별따기"라는 소리도 나온다.

최근 아이돌 그룹은 물론 싱어송라이터, 인디 가수 등 장르를 불문하고 11월과 12월에 콘서트를 연다는 소식을 봇물처럼 쏟아내고 있다.

싱어송라이터 적재, 몬스타엑스 출신 원호, 가수 폴킴, 그룹 '위너'의 송민호와 강승윤, 그룹 에픽하이 등이 오프라인 콘서트를 예고하고 나섰다.

JTBC 음악 경연 프로그램 '슈퍼밴드2' 출연진과 최근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엠넷 '스트릿 우먼 파이터'(스우파)에 출연한 댄스 크루들도 전국 투어를 확정했다. 그룹 '트와이스'와 '세븐틴' 같은 톱 아이돌 그룹들도 오프라인 콘서트를 검토 중이다.

더 큰 문제는 내년 상반기다. 올해 연말까지는 코로나19 상황이 불안정하다. 그래서 안정적으로 내년 상반기에 콘서트를 계획 중인 팀이 늘어나면서 공연장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방학 기간인 1월~2월, 5월 등 성수기 시즌에 공연장 확보가 만만치 않다.

중견 가수 제작사 관계자는 "이미 아이돌 기획사랑 젊은 가수 소속사들이 여러 군데 대관을 했더라. 우리는 너무 안일했던 거 같다"고 막막해했다.

아울러 콘서트업계는 인력난도 겪고 있다. 코로나19 기간 업계를 떠난 세션, 무대 전문가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업계가 선호하는 전문가들은 공통돼 이들의 몸값이 치솟고 있다.

일부 기획사에선 이미 다른 분야로 전환해 자리를 잡은 경우도 관계자들에게 접촉을 하기도 했다.

더 큰 문제는 지금의 상황이 향후 몇 년 동안 연쇄작용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공연장의 절대적인 숫자가 부족하다는 것이 가장 큰 걱정거리다.

국내 대형 콘서트의 성지로 통한 잠실종합운동장 일대 개발사업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지난 여름 초대형 민간투자 사업으로 진행하는 잠실 스포츠·마이스(MICE) 복합공간 조성 사업을 발표했다. 이 사업은 잠실종합운동장 일대 35만㎡ 규모에 2조원 이상을 투입해 코엑스 세 배 크기의 컨벤션 시설과 호텔 등을 조성하고 잠실야구장의 위치도 옮기는 초대형 민간 프로젝트다

[런던=뉴시스] 방탄소년단이 한국 가수 최초로 공연하는 1일(현지시간) 웸블리 스타디움 전경. 2019.06.01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런던=뉴시스] 방탄소년단이 한국 가수 최초로 공연하는 1일(현지시간) 웸블리 스타디움 전경. 2019.06.01 ⓒ빅히트엔터테인먼트

그런데 이 일대의 잠실주경기장, 보조 경기장, 실내 체육관 등은 연간 수백만 명이 넘는 문화 예술 관객들이 찾는 국내외 대형 공연과 페스티벌의 개최 장소였다. 예정대로 개발 사업에 들어가면 4년이 넘는 공사 기간 동안 공연업계는 가수들 세울 무대를 잃게 된다.

특히 잠실주경기장은 조용필, 방탄소년단(BTS), 이문세, 싸이, 서태지, 이승환 등의 대형 한국 가수는 물론, 마이클 잭슨, 폴 매카트니, 콜드플레이, 엘튼 존, 마룬5 등의 세계적인 슈퍼스타들의 공연 무대였다. 5만명 안팎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는 국내 유일한 장소이기도 하다. 공사는 이르면 내년 중에 돌입한다.

게다가 최대 1만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KSPO DOME)도 내년 다시 리모델링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만명 단위로 관객들을 불러 들일 수 있는 아이돌 그룹이 공연을 할 수 있는 장소는 사실상 고척스카이돔이 유일하다.

지난 2019년 방탄소년단 웸블리 스타디움 공연 이후 한국에서도 K팝 전용 공연장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

물론 스타디움이 콘서트 전용 공간은 아니다.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열리는 곳이 스타디움이고, 이곳에서 가수가 공연하는 것이다. 하지만 K팝이 세계적으로 활황인데, 국내에는 아직까지 이렇다할 K팝 전문 아레나가 없고 음악 공연까지 수월하게 감당할 수 있는 대형 스타디움도 부족한 실정이다.

국내에서 K팝 콘서트는 가수가 인기를 확인하는 증명 무대로 통하는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1만여석)을 비롯, 고척 스카이돔(2만여석), 상암 월드컵경기장(4만여석), 잠실 올림픽주경기장(4만5000여석) 등에서 주로 열린다.

하지만 콘서트를 주목적으로 하는 공간이 아니다보니 무대 설치 등 연출, 대관 등에 어려움이 항상 따랐다.

K팝 전문 공연장이 창동, 고양 등에 건설되고 있으나 완공이 2025년 전후라 공연장 가뭄 사태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형 K팝 기획사 관계자는 "K팝 음악과 아이돌의 완성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데 거기에 걸맞은 공연장이 현저히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면서 "수도권뿐만 아니라 지역에 좋은 공연장을 짓는다면, 전국이 활성화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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