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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규제에 '똘똘한 한 채'…부동산 양극화 심화될 듯

등록 2021.10.26 13:43:06수정 2021.10.26 14: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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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제한·금리인상에 매수자 주택 구입 심리 억제

시장 위축되도 핵심지·신축 등은 신고가 경신할 듯

뒤따라 키맞추기한 중저가 외곽지역, 타격 불가피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25일 서울 영등포구 63스퀘어 빌딩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 2021.10.25.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25일 서울 영등포구 63스퀘어 빌딩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 2021.10.2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예슬 기자 = 정부가 26일 발표한 가계부채 관리 강화방안으로 인해 부동산 시장에서는 주택 거래량이 줄어드는 동시에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강해질 전망이다. 거래 건수는 줄더라도 수요가 강남권을 중심으로 한 전통적 인기 지역과 신축 아파트로 몰릴 가능성이 높고, 급등세에 뒤따라 오른 외곽 지역들은 상승세 둔화가 불가피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이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주재로 열린 '제47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관계기관 합동으로 마련한 '가계부채 관리 강화방안'을 의결했다.

개인의 상환 능력에 맞춰 대출 한도를 제한하는 차주 단위 DSR 규제의 2·3단계 도입을 앞당기는 것이 이번 대책의 핵심이다. 오늘 발표를 통해 내년 1월부터 총 대출금액이 2억원을 넘어서는 대출자들은 차주별 DSR을 적용받게 된다.

몇 년간 이어진 급등세에 이미 부동산 시장은 거래 건수가 뜸한 상황이다. 매수자 입장에서는 감당 불가능한 수준으로 집값이 올라버렸고, 매도자는 공급 부족에 앞으로도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판단해 호가를 낮추지 않아 갭이 커졌기 때문이다. 현 상황에 더해 이번 대출규제와 금리인상 등이 매수자의 주택구입 심리를 억제할 것으로 보인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가계부채 관리방안과 금융권의 대출한도 축소 움직임이 내달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등과 맞물리며 부동산 구입심리를 제약하고 주택거래량 감소 및 가격 상승률 둔화를 불러올 전망"이라며 누적된 집값 상승 피로감과 겹치며 매수세가 감소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여기에 최근 3기신도시 및 수도권 공공택지 등을 대상으로 하는 사전청약이 본격화되고 있어 무주택 실수요자들은 기존 주택보다 청약시장으로 방향을 선회할 가능성이 높다.

이 가운데 앞으론 '옥석 가리기'도 심화될 전망이다. 현재도 부동산 시장에선 거래 건수는 감소했지만 강남권 고급아파트나 핵심지역 신축 등을 중심으로 신고가 경신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함 랩장은 "다주택자의 주택 추가 구입 수요는 감소하고 당분간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며 "대기수요가 꾸준한 신축이나 교통망 예정지, 공급 희소성이 지속될 수 있는 지역 위주로 매입 수요가 몰리며 양극화가 커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반대로 핵심지 급등 이후 뒤따라 올라 '키 맞추기'를 한 지역들은 매수세가 위축될 수 있다. 올 들어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을 제외하면 급등장에서 소외됐다가 뒤늦게 오른 중저가 지역들의 상승률이 높은 모습을 보였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서울 내 25개 자치구 중 올해 누적상승률이 가장 높은 지역은 노원구(8.80%)였다. 도봉구(5.76%), 강서구(5.32%), 관악구(5.16%) 등도 비교적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출규제가 강화되면 서민들의 유입이 주를 이루는 지역들에서 먼저 반응이 나타날 것이란 예측이 제기된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노·도·강 등 뒤따라 집값이 오른 지역은 자금력이 확실하다기보다는 빠듯한 자금에 맞춰 들어가는 매수자가 많은 시장이다보니 대출까지 강화되면 부담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규제로 인해) 먼저 조정되고 타격을 받을 수 있는 지역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매매수요가 떨어지면서 임대차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하리라는 우려도 있다. 직방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전국 주택 월세 거래량 비중은 42.6%, 수도권 41.8%, 서울 45%였다. 같은 기간 비아파트는 각각 47.6%, 44.8%, 55.6%를 기록해 전체에 비해 훨씬 높은 월세화를 나타내고 있다.

함 랩장은 "매매수요가 감소하면 일부 수요가 임대차로 옮겨가며 전세시장에 부담을 줄 수 있는데, 전세대출 규제도 동반되고 있어 전세대출이 제한되는 이들은 보증부 월세를 선택하는 월세화 현상이 야기될 수 있다"며 "임대인의 전세보증금 증액 요구에 응하지 못할 경우 울며 겨자먹기로 보증부 월세를 찾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대출규제로 부동산 시장이 한동안 주춤하더라도 주택 매수수요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주택 매수를 억누르더라도, 집을 사겠다는 의향이 살 필요가 없다는 쪽으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라며 "매매는 상대적으로 감소하더라도 신고가 체결은 계속되는 양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권 팀장은 "하반기 들어 호가가 적정 가격인지에 대한 의문이 커 매수자들의 고민이 많아진 모습이라 상승폭 둔화를 예상한다"면서도 "그렇다고 상승률이 마이너스로 전환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점쳤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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