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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건강신호등]대장암 검진에 대해 기억해야 할 것

등록 2021.11.15 15:57:11수정 2022.02.21 13:5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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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건강신호등]대장암 검진에 대해 기억해야 할 것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이대목동병원 이화건강검진센터 김현주 센터장

개인적으로 피곤한 일이 있어서 무거운 몸과 마음으로 억지로 출근한 아침이었다. 70대 여성이 진찰실에 들어오셔서 문진을 하는데 혈압이 살짝 높았다. 문진지를 보니 당뇨병 치료중인 분이었다. 그래서 다음 내과 방문때는 주치의선생님과 상담해보라고 말하는데 갑자기 질문을 하였다. 

"선생님 여기 오래 계셨어요?"

우리 병원에서 처음으로 국가건강검진을 받았을 때 나를 만난 것 같다고, 그 때 분변잠혈검사 양성이 나와서 연락받고 바로 대장내시경을 해서 암을 발견해서 치료했다는 것이다. "그 때 잘 설명해주어서 고맙습니다. 근데 선생님도 그 사이 좀 늙은 것 같아요. 그 때는 아주 젊었는데…" 이런 말을 들으면서 마음이 좀 말랑말랑해진다.

언제가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것을 알게되니 어두웠던 마음에 환한 불이 켜지는 기분이었다. 그 때 상담했던 기록을 보니 2014년 이대목동병원에 합류하며 국가건강검진실을 개소하면서 다짐했던 나의 첫 마음도 기억이 났다. 당시 이순남 의료원장님께서 "이화의 섬김과 나눔의 가치를 구현하는데 앞장서 주세요"라고 하신 말씀을 듣고 살짝 감동해서, 망설이던 마음을 접고 이직을 결정했었던 기억도!

이어서 대장암 검진을 받으러 진찰실에 들어온 70대 초반 남자는 약 7년 전 대장내시경 검사를 했고 용종 제거를 했다고 한다. 문진지를 보니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으로 투약중. 오늘 검사에서 양성(비정상)이 나오면 건강보험공단 지원으로 대장내시경을 받게 된다. 하지만 이렇게 과거 용종을 제거한 적이 있고, 당뇨병 치료 중인 분은 대장암의 위험이 조금 더 높기 때문에 음성(정상)이 나와도 소화기 내과에서 진료를 받고 대장내시경검사를 하도록 권하고 있다.
 
그런데 "제 나이에도 수면내시경이 되나요?"라고 묻는다. 수면내시경을 할 수 있는 지는 나이보다는 수검자의 건강상태와 더 관련이 있으니 의사와 충분한 상담을 통해 정하게 된다, 그보다 대장내시경을 예약하게 되면  아스피린 등 지혈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약물을 투여하는 지 확인하고 검사준비에 대해서 주치의사와 먼저 상의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연세가 많으시고 치료중인 질병이 있어 검사 합병증의 발생위험이 조금 높은 편에 속하니 응급상황이 발생해도 충분한 대처가 가능한 곳에서 검진을 받는 게 좋겠다고 설명했다. 

사실 국가건강검진기관은  건강보험공단에서 오랫동안 관리를 잘 해왔기 때문에 큰 병원이나 작은 병원이나 모두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대학병원에서 굳이 국가검진을 운영하는 이유의 하나는 고위험군도 안심하고 검사할 수 있는 곳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 병원에서 전문과 교수님들한테 다니면서 치료 중인 환자들의 경우에 우리 병원이 책임지고 포괄적인 건강관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도 있다. 이 글의 처음에 소개한 당뇨병 여성 환자도 내분비 내과 교수님이 적극적으로 권해서 국가암검진을 받아서 대장암이 발견된 경우였다. 한편 국가암검진은 건강한 사람에서 암을 조기발견하기 위한 프로그램이지만 암 환자나 장기 이식 환자와 같이 암 발생 위험이 높은 분들은 주치의와 상담하여 검사 계획을 수립하되, 그 일부로 국가에서 제공하는 건강검진프로그램을 활용할 수 있다.

대장암 예방을 위한 국가암검진은 먼저 50세 이상 매년 분변잠혈검사를  하고 여기서 비정상인 경우 대장내시경검사를 하도록 한다. 건강보험공단은 현재 대장내시경을 일차검사로 하는 방안에 대해서 시범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지금까지 약 2만 6000명이 검사를 받았고,  대장암의 전단계인 용종과 선종의 발견률이 높고 합병증의 위험은 매우 낮은 편으로 알려져 있다.  대장암은 약 10년에 걸쳐 천천히 자라고, 대장내시경 검사에서 용종이나 선종을 발견해서 제거하면 예방이 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대장내시경 검사는 5년 주기로 받을 것을 권고한다. 검사 주기는 개인의 위험도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단축이 필요할 수 있다. 마지막 검사를 수행한 의사에게 다음 검사 주기에 대해서 설명을 듣는 게 바람직하다. 

대장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대장내시경검사를 정기적으로 받고 조기발견하여 치료하는 것뿐 아니라 질병 발생의 위험을 증가시키는 요인을 감소시키는, 일차 예방이 중요하다. 대장암 예방을 위해서는 기름진 음식, 육고기, 가공된 육류섭취를 줄이고, 채소와 과일을 충분히 섭취할 것을 권장한다. 당뇨병, 음주, 흡연, 운동부족인 경우는 대장암 발생 위험이 높아지므로 해당 사항이 있으면 개선이 필요하다. 또한 이러한 위험 요인을 가지고 있거나 가족 중에 대장암이 있는 경우에는 50세 이전에 검사를 받은 것이 필요할 수 있다.

국가암검진은 전국민이 받을 수 있는 좋은 건강관리 프로그램이다. 건강보험료 납부 하위 50%는 무료로, 상위 50%는 10% 본인부담금을 내고 양질의 검진을 받을 수 있는 제도이며 수검률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 검진을 안 받는 사람은 계속 안 받는다는 것이 문제이다.  간혹 암이 발견되어도 치료를 받을 경제적 형편이 안된다며 검사 자체를 두려워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이제  암환자는 중증환자 등록을 하게 되면 본인부담금이 5%에 불과하고, 암검진에서 암이 발견되는 경우  저소득층의 경우 치료비를 200만원까지 지원한다. 대장암검진, 몰라서 못 받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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