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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우림 "세상에 흩어진 우린, 별과 별처럼 멀리 있어"

등록 2021.11.2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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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후 6시 정규 11집 '영원한 사랑' 발매

[서울=뉴시스] 자우림. 2021.11.26. (사진 = 인터파크 엔터테인먼트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자우림. 2021.11.26. (사진 = 인터파크 엔터테인먼트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영원히 사랑할 거라고 말해줘. 어떤 외로움들은 거짓으로만 위로되니까."

"사랑한다 말해줘, 영원히 사랑할 거라고. 어떤 외로움들은 혼자 삭이기 힘드니까."

두 문장의 뉘앙스 차이는 무엇일까. 1년가량의 작성 시차도 있다. 앞 문장은 작년 밴드 '자우림'의 보컬 김윤아가 쓴 '페이드 어웨이'의 첫 문장, 뒷 문장은 올해 김윤아가 쓴 '페이드 어웨이'의 첫 문장이다.

'페이드 어웨이'는 자우림이 26일 오후 6시 발매하는 정규 11집 '영원한 사랑'의 첫 단추다.

지난 24일 화상으로 만난 김윤아는 "팬데믹이 찾아온 2021년을 거치면서 은유가 아닌, 직접적으로 지금의 우리를 표현한 구절이 포함된 노래가 '페이드 아웃'"이라고 소개했다.

[서울=뉴시스] 자우림 김윤아. 2021.11.26. (사진 = 인터파크 엔터테인먼트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자우림 김윤아. 2021.11.26. (사진 = 인터파크 엔터테인먼트 제공) [email protected]

"'세상에 흩어진 우린, 별과 별처럼 멀리 있어'라는 구절이에요. 팬데믹 시기에 저희도 다른 분들과 똑같은 허무함·상실감을 느꼈죠. 고립감도 당연했습니다."

김윤아는 인터뷰 직후 보내온 앨범 소개글에서 "팬데믹이 시작되던 무렵 저는 오래된 번아웃으로 공기에서 먼지 맛을 느꼈고 아프지 않은 곳이 없었다"고 고백했다. "아무 것도 사실은 즐겁게 느껴지지 않았고 아침에 눈을 뜨면 절망감에 압도되곤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본격적인 코로나19 팬데믹이 전개됐다. 김윤아가 포함된 세계도 절망과 불안에 빠졌다. 애초 자우림은 정규 11집을 작년 11월에 공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페이드 어웨이'로 시작해 엮어 나가기 시작한 어두운 곡들을, 현실적 절망·불안에 빠져 있는 세상에 내 놓는 건 '도덕적으로 옳지 않은 결정'이라고 판단했다. 대신 따뜻한 노래들을 담은 EP '홀라(HOLA)!'를 지난해 6월 발표했다.

그렇게 새롭게 써진 '페이드 어웨이' 속 단어들은 총 12곡이 실린 이번 앨범의 구석구석으로 퍼져나갔다. 두 번째 트랙 '영원한 사랑', 세 번째 트랙 '스테이 위드 미', 열한번 째 트랙 '에우리디케(EURYDICE)', 열두번째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와 '페이드 어웨이'와 연결됐다.

[서울=뉴시스] 자우림 김진만. 2021.11.26. (사진 = 인터파크 엔터테인먼트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자우림 김진만. 2021.11.26. (사진 = 인터파크 엔터테인먼트 제공) [email protected]

'페이드 어웨이'의 노랫말 중 '라이크 티어스 인 레인(Like tears in rain)'은 SF 고전 영화 '블레이드 러너'(Blade Runner·1982)의 복제인간 '배티'가 스스로 생을 마감하며 남기는 말에서 따왔다. "빗물에 흐르는 눈물"이라는 뜻이다.

이처럼 자우림의 노래 속 화자는 항상 고뇌하는 인물이다. 베이스 김진만과 기타 이선규가 김윤아의 노래를 듣고 반해 러브콜을 보낸 1996년 홍대 앞 블루데빌을 거쳐 1997년 1집을 발매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쭉 그렇다.

"1집부터 지금까지 저희는 같은 주인공의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그는 청년입니다. 그런데 성별이 중요하지 않고, 몇살인지도 중요하지 않죠. 다만 내면에 폭풍이 있어 갈등이 많은 청년이에요. 우리 노래 안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 세계에서 저희랑 계속 살아온 사람이죠."(김윤아)

이번 앨범 두 번째 트랙 '영원한 사랑'은 '페이드 어웨이'와 함께 '앨범의 시작을 만든 곡'이다. "영원히 사랑할 거라는 약속으로만 위로되는 외로움이, 영원한 사랑을 만난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외로움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사랑 이야기이고, 저주 이야기이면서, 질투 이야기이고 그래서 앨범의 중심이 되는 곡이다.

[서울=뉴시스] 자우림 이선규. 2021.11.26. (사진 = 인터파크 엔터테인먼트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자우림 이선규. 2021.11.26. (사진 = 인터파크 엔터테인먼트 제공) [email protected]

김윤아는 "제목이 '영원한 사랑'이더라도, 자우림의 '영원한 사랑'이면 뭔가 수상한 구석이 있고 곧이곧대로 '영원한 사랑'에 대해 노래하는 곡은 아닐 것"이라면서 "그걸 계속 찾아 헤매고, 옆에 있어도 모르고, 영영 못 찾기도 하는 그런 이야기에요.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곡"이라고 소개했다.

그래서 마이크도 섬세하고 아름답게 미화된 소리를 구현하는 '콘덴서 마이크'가 아닌, 강한 소리의 압력을 툭툭 받아낼 수 있는 '다이내믹 마이크'를 사용했다. 그리고 그게 정답이었다. 김윤아는 자신의 소리를 더 실제 소리와 가창 느낌에 가깝게 수음할 수 있어 녹음이 스스로 편안했다고 돌아봤다.

이와 함께 사전 청음에서 20대 여성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은 '스테이 위드 미(STAY WITH ME)'는 불안해서 바스러질 것 같은 사랑을 노래했다. 밴드 사운드를 기본으로 한 시티팝이 아른거리는 곡이다.

무엇보다 이번 앨범은 메시지를 담아 탄생했다는 것이 자우림의 앨범으로서는 특이하다. 김윤아는 "메시지를 던지고 싶다는 마음이 든 정규 앨범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서울=뉴시스] 자우림. 2021.11.26. (사진 = 인터파크 엔터테인먼트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자우림. 2021.11.26. (사진 = 인터파크 엔터테인먼트 제공) [email protected]

네 번째 트랙 '빼옹 빼옹(PÉON PÉON)'은 김윤아 네 집 막내 고양이 뻬옹이를 모티브로 한 곡이다. 뻬옹이는 선천적으로 신장 조직이 생성되지 않아, 기대 수명이 아주 많이 짧다. 흔적만 있는 신장의 기능을 보조할 수 있도록 매일 아침 저녁 3가지 종류의 약을 먹고 있다.

김윤아는 "뻬옹이가 열 살까지만 살아 줬으면 좋겠습니다. 생명이 있는 것들은 영원하지 못 해 덧없고 아름답습니다. 애절하다"면서 "이 곡에 이번 앨범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문장이 나옵니다. '그 누구도 살아있는 동안엔 춤을 추는 것이오'"라고 소개했다.

열한번 째 트랙 '에우리디케'는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이한 아내 '에우리디케', 그녀를 되찾기 위해 지하 세계로 향하는 리라(lyra) 연주 아이돌 '오르페우스'의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오르페우스는 에우리디케를 데리고 나오는 과정까지는 성공한다. 하지만 오르페우스는 뒤돌아보지 말라는 하데스의 명을 어겨 아내를 영원히 잃고 만다. 김윤아는 뒤를 돌아보아선 안된다는 트릭은, 어제의 과거일 뿐이라고 노래한다.

자우림이 그리스 신화를 다룬 곡을 발표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3년 발표한 9집 '굿바이, 그리프.(Goodbye, grief.)'에 '이카루스'라는 곡이 실렸다.

[서울=뉴시스] 자우림. 2021.11.26. (사진 = 인터파크 엔터테인먼트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자우림. 2021.11.26. (사진 = 인터파크 엔터테인먼트 제공) [email protected]

김윤아는 "신화는 좋은 소재예요. 3000년 전 사람들이 거짓말로 만든 얘기인데 인간의 모든 면이 다 들어가 있다"면서 "에우리디케와 오르페우스 이야기는 이미 예전에 저보다 훨씬 현명한 작곡가들인 글룩, 하이든이 소재로 삼았죠. 사랑을 잃은 사람의 절실함을 어떻게 표현했을까 연구하고 찾아봤다"고 전했다.

자우림은 팬데믹 시기를 거쳐 3년 만에 발매한 이번 정규 앨범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 "저희가 앨범을 낼 때 가지고 있는 목표는 딱 한가지예요. '전작보다 좋아야 한다'는 것. 주관적이라 수치적으로 증명은 힘들지만 세명이 충족됐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결론이 나는데, 이번에 그 부분이 가장 큰 성취"라고 김윤아는 흡족해했다.

내년이면 벌써 데뷔 25주년을 맞는다. 오랜 기간 팀을 유지해올 수 있던 비결로 김윤아는 "좋은 동료"를 꼽았다. 아울러 자신들의 음악을 지키기 위해서는 "지금을 살아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때가 맞고, 지금은 틀리다'는 식의 마음은 갖지 않아요. 아울러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노력하죠. 그런 면에서 트위터는 좋은 소통 수단이죠. 하하."

물론 고비도 있었다. 지난 2011년 8집 발매 전 김윤아에게 안면 마비와 청각신경 마비가 찾아온 것이다. 그래서 8집 앨범은 병실에서 받았다. "이게 내 은퇴 앨범인가라는 생각도 진지하게 했다"고 그녀는 돌아봤다.

다행히 회복한 뒤 김윤아는 9집부터 앨범 작업을 더 꼼꼼하게 됐다. "'트레블로를 더 쪼개'라고 이야기하는 등 더 개입하고 간섭하게 된 거예요. 좋은 변화였죠. 이게 끝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편안한 건 용납이 안 됐거든요. 그래서 항상 마지막 앨범이 된다고 하더라도, 후회하지 않을 정도로 앨범을 만듭니다."

김진만은 "예전에 자우림이라는 밴드의 묘비명엔 '샤이닝'의 가사를 적어달라고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고 돌아봤다. 그런데 "이번 11집 '영원한 사랑'은 전곡을 묘비명에 적어도 될 정도"라고 자부했다.

한편, 자우림은 이날부터 28일까지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영원한 사랑'이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콘서트도 연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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