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은퇴' 유한준 "맥주 한잔 시원하게 마시고 싶네요"

등록 2021.11.25 15:08:46수정 2021.11.25 15:16:17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KT '맏형' 유한준, 프로 18년 생활 마침표

우승 후 헹가래 때 '우승 결심'…"아쉽지만 행복한 마무리"

철저한 자기관리로 꾸준한 활약 펼쳐 "할 수 있는 일 묵묵히 하는 게 내가 할 일"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14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1 프로야구 KBO리그 한국시리즈 1차전, KT위즈와 두산베어스의 경기, KT유한준이 4회말 무사1루 안타를 날린 뒤 세리머니 하고 있다. 2021.11.14.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14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1 프로야구 KBO리그 한국시리즈 1차전, KT위즈와 두산베어스의 경기, KT유한준이 4회말 무사1루 안타를 날린 뒤 세리머니 하고 있다. 2021.11.1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김주희 기자 = "후배들이 우승하고 헹가래를 쳐주는데 '이제 됐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KT 위즈의 통합 우승을 이끈 유한준(40)이 선수 생활을 마감한다. "그토록 바라던 우승을 했으니 이제 내려놓아도 좋을 것 같다"며 마음의 결정을 내렸다.

유한준은 24일 KT를 통해 은퇴를 발표했다. 이날 저녁 뉴시스와 통화에서 유한준은 "아쉽기도 하지만 정말 행복하게 마무리를 한다"며 은퇴 소감을 전했다.

야수 최고령으로 그라운드를 누빈 2021시즌에도 104경기 타율 0.309, 5홈런 42타점 30득점의 준수한 성적을 냈다. 몸을 아끼지 않는 성실한 플레이는 수치 이상의 강렬함을 선사하기도 했다.

"나이가 있다 보니 시즌 중에도 은퇴에 대한 생각은 했다. 몸이 안 좋고, 부상을 당하면 '이게 한계인가' 싶더라. 우승을 하면 은퇴에 대해 깊게 생각해봐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고 털어놨다.

그리고 그는 2004년 프로 입단 후 처음으로 우승 감격을 맛봤다. 은퇴 결심이 선 것도 그때다. "후배들이 헹가래를 쳐주는데 '이제 됐다'는 생각이 들더라"며 웃었다.

불혹에 들어섰지만 '꾸준함의 대명사'답게 한결같은 모습을 보여줬다. 그래서 그의 은퇴 결정을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많다.

유한준은 "팬들이 '은퇴금지'라는 팻말을 들고 응원하시는 걸 보고 고심하기도 했다. 그래도 두 번째 야구인생을 위해 프레시한 출발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시점"이라고 말했다.

현대 유니콘스와 히어로즈를 거쳐 KT에서 활약한 유한준은 긴 시간 우승에 목말라했다. 2014년엔 넥센(현 키움)에서 한국시리즈 무대에 올랐지만 삼성 라이온즈에 밀려 아쉽게 준우승에 그쳤던 기억도 있다.

그렇게 닿지 않던 정상을 선수생활 마지막 해에서 밟았다. "우승컵을 들어올릴 때의 기분은 정말 대단하더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분'이란 소감을 들을 때면 '왜 저런 식상한 말을 할까'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정말 딱 그렇다. 그 어떤 말로도 그 기분은 설명할 수가 없다"며 벅찬 마음을 드러냈다.

넥센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외국인 투수 앤디 밴헤켄도 축하를 보냈다. 유한준은 "며칠 전 밴헤켄이 '챔피언이 된 걸 축하한다'고 연락을 줬다. 한국야구를 보고 있었던 것 같다"며 고마워했다.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18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1 KBO 한국시리즈 두산 베어스와 KT 위즈의 4차전 경기, 8 대 4로 승리를 거둬 4연승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KT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KT는 1군 입성 후 7년만에 처음으로 페넌트레이스 및 한국시리즈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2021.11.18.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18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1 KBO 한국시리즈 두산 베어스와 KT 위즈의 4차전 경기, 8 대 4로 승리를 거둬 4연승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KT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KT는 1군 입성 후 7년만에 처음으로 페넌트레이스 및 한국시리즈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2021.11.18. [email protected]


18년의 선수 생활을 돌아봐도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마지막 시즌, 치열했던 막판 승부다.

"이번 시즌 최종전과 타이브레이커, 한국시리즈로 이어지는 기간이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다"고 돌아본 유한준은 "시즌 최종전은 정말 떨렸다. 까딱하면 3위가 될 수 있지 않았나. 타이브레이커에서 이겼을 땐 정말 기뻤다. 한국시리즈도 설레면서 준비했고 우승까지 해냈다"며 행복한 기억을 되짚었다.

화려함보다는 성실함이 어울렸던 선수다. '언성 히어로'라는 수식어는 늘 그를 따라다녔다. 프로 선수라면 홀로 빛나고 싶었을 때도 있을 법하지만 "그렇게라도 팬들이 알아주시는 게 감사하다. 나는 스타성 강한 선수가 아니었다. 그저 할 수 있는 일을 묵묵히 하는 게 내가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담담히 말했다.

이어 "그런 모습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도 많아서 나도 힘이 났다"며 고마워했다.

짧지 않은 프로 생활 그를 더 돋보이게 한 건 철저한 자기관리다. 탄산음료는 입에 대지도 않는 식생활부터 생활 습관까지 오로지 야구를 위해 정성을 쏟는 것으로 정평이 났다.

"다들 그렇게 하는데 나만 너무 부각됐다"며 웃은 그는 "나도 콜라를 먹는다. '화나면 콜라를 먹는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니 사람들이 의식돼 더 못 마시겠더라. 이제 와서 하는 얘긴데 그런 것들이 부담될 때도 있었다. 그래도 그런 이미지도 감사하다"며 껄껄 웃었다.

이제는 '자기관리 잘하는 선수 유한준'을 향한 시선에서 자유로워진다. 가장 먼저 무엇을 하고 싶냐는 질문에 유한준은 크게 웃었다. "맥주 한잔을 시원하게 마시고 싶다. 시즌 끝나고 한잔 정도 마시는 게 연례행사였다. 이제는 마음 놓고 마셔도 되지 않을까"라며 웃음 가득한 답을 꺼냈다.

이제는 그렇게 '새로운' 유한준의 생활을 꾸려나갈 생각이다.

일단 구단이 마련한 프로그램을 통해 프런트 업무를 익히게 된다. 궁극적인 목표는 지도자다.

"어떤 지도자가 되느냐가 숙제다. 내 자신에게 '지금 코치할 자신이 있느냐' 물었을 때 자신이 없더라. 선배로서 조언해주는 것과 코치로 선수를 대하는 건 다르다. 내가 준비가 돼 있는 상태에서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프런트 업무를 통해서도 시야를 넓힐 수 있고, 좋은 지도자가 되기 위한 준비 과정을 가지려고 한다"고 보탰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유한준이 본 '선수 유한준'을 물었다.

한참을 고민하던 그는 "내가 맡은 임무는 해냈던 선수로 표현하고 싶다"고 답했다.

"히어로즈에 있을 때도 그랬지만, KT에 와서도 높은 연봉을 받으며 거기에 보답하기 위해 생활했다. 팬들의 관심에도 보답하고 싶었다. 고참이 되어서는 팀을 잘 이끌어보자는 책임감도 있었다"는 유한준은 "맡은 임무는 다하고 은퇴하는 것 같다"며 홀가분한 마음을 드러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