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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브로드웨이 제작자 제인 베르제르 "한국 뮤지컬 시장 미래 밝아"

등록 2021.11.27 06:04:00수정 2021.11.28 09:3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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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킹키부츠'·'비틀쥬스' 등 제작

"해외진출? 현지서 공감할 테마 중요"

"투자비 마련 전에 작품 제작, 놀랐다"

토니·올리비에어워즈 총합 9개 수상

[서울=뉴시스]제인 베르제르 프로듀서. (사진=예술경영지원센터 제공) 2021.11.26.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제인 베르제르 프로듀서. (사진=예술경영지원센터 제공) 2021.11.2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한국 뮤지컬은 엄청난 발전을 해왔어요. 앞으로도 한국 뮤지컬 시장의 미래는 굉장히 밝다고 생각합니다."

국내 관객들에게도 익숙한 뮤지컬 '킹키부츠', '비틀쥬스' 등을 브로드웨이에서 제작한 프로듀서 제인 베르제르는 한국 뮤지컬 시장에 대한 기대감을 밝혔다. 이번에 처음으로 열린 'K-뮤지컬국제마켓'에 참석한 그를 지난 25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만났다.

그는 "한국 뮤지컬에 대해 많이 배웠고, 미국에 유통하는 데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행사에 참여한 여러 나라가 함께 일하면서 뮤지컬 시장을 발전시키고 돈독한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지난 26일 막을 내린 'K-뮤지컬국제마켓'은  국내 뮤지컬의 기획·개발 단계에서 해외 유통 단계까지 전 과정에 걸친 투자 기반을 마련해 안정적인 뮤지컬 제작 환경과 해외 유통을 확대하고자 마련된 글로벌 비즈니스 마켓으로, 문체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주최했다.

제인 베르제르가 제작에 참여한 뮤지컬 '비틀쥬스'는 브로드웨이 초연 2년 만에 지난 7월 한국에서 첫 라이선스 공연을 했고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비틀쥬스'는 테마 자체가 여러 사람이 공감할 수 있고 원작이 굉장히 유명한 영화(팀 버튼 감독)다보니 팬들이 많아서 잘 될 거라고 예상했다"고 말했다.

해외 오리지널 작품의 내한 공연이나 라이선스 공연은 국내 관객들에게 익숙하다. 하지만 그 반대는 찾아보기 어렵다. 한국 뮤지컬 시장이 급성장하고 규모가 커지면서, 업계에서는 해외 진출에 대한 필요성도 강조되고 있다. 이를 위한 경쟁력 확보 요소를 묻자 그는 누구도 성공을 장담할 순 없다며, 현지 관객들의 '공감'을 중요하게 꼽았다.
[서울=뉴시스]제인 베르제르 프로듀서가 지난 24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콘퍼런스홀에서 열린 뮤지컬 시장 동향에 대한 콘퍼런스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예술경영지원센터 제공) 2021.11.26.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제인 베르제르 프로듀서가 지난 24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콘퍼런스홀에서 열린 뮤지컬 시장 동향에 대한 콘퍼런스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예술경영지원센터 제공) 2021.11.26. [email protected]

그는 "해외 작품이 한국에서 꼭 성공한다는 법이 없고, 한국에서 성공한 작품이 해외에서 성공한다는 법이 없다"고 강조했다.

"정서를 잘 이해해야 해요. 한국 작품을 해외로 선보인다면 국내에서 성공했던 요소와 정서를 현지 시장에 잘 맞게 해석하는 것이 중요하죠. 세계 어디에 있든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소재, 테마가 가장 중요해요. 가령 뮤지컬 '킹키부츠'나 '지붕위의 바이올린'은 두 남자의 우정이나 부성애 등 가족의 테마로 누구든지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죠."

그가 느낀 한국 뮤지컬의 강점을 묻자 "노래를 잘한다. 또 감성을 무대에 쏟아낸다. 아주 인상 깊었다"고 답했다. 코미디가 있고 웅장하고 화려한 뮤지컬을 좋아하는 브로드웨이와 비교해 고음이 있는 음악적으로 풍부하고 감성적인 뮤지컬을 선호하는 것 같다고 했다.

국내 뮤지컬 업계에서는 양적 팽창은 이뤘지만 제작방식이나 투자 구조는 불안정하다고 말한다. 지난 26일에는 합리적인 제작시스템을 만들고 뮤지컬 산업 전체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제작사들이 구성한 한국뮤지컬제작사협회도 출범했다.

제인 베르제르는 안정적인 투자 구조의 브로드웨이와 다른 한국 제작환경에 대해 놀랐다고 전했다. 그는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가 (콘퍼런스에서) 한국 뮤지컬은 전체 제작비가 마련되기 전에 이미 공연이 시작되는 게 많다고 해서 저뿐만 아니라 참석한 해외 프로듀서들이 모두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지난 7월 한국에서 첫 라이선스 공연을 한 뮤지컬 '비틀쥬스'. 2021.07.07. (사진 = CJ ENM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지난 7월 한국에서 첫 라이선스 공연을 한 뮤지컬 '비틀쥬스'. 2021.07.07. (사진 = CJ ENM 제공) [email protected]

그러면서 "수익이 생기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누가 그 돈을 내는 것인가 놀랐다. 뉴욕에서는 총 제작비가 모이지 않으면 공연을 열 수 없다. 그런 점에선 훨씬 안정적"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사태는 뮤지컬의 본고장인 브로드웨이도 멈춰 세웠다. 그는 "완전히 중지됐다. 모든 스태프와 배우, 극장에 관련된 사람들이 임금을 받지 못할 정도였다.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진지하게 고민하게 했다"며 "브로드웨이의 그 어떤 누구도 브로드웨이가 완전히 멈출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고 씁쓸해했다.

실제 브로드웨이에서 공연하던 '비틀쥬스'도 타격을 입었다. 지난 3월 중순께 코로나19로 완전히 극장 문이 닫혔고, 배우들과 스태프들도 발길을 돌려야 했다. 하지만 세트는 무대 위에 그대로 남겨졌다.

그는 "당시 짧으면 몇 주, 길면 몇 달 정도라고 생각했다. 그때가 3월 중순이었는데 5월이면 하겠지, 5월이 돼서 7월에는 하겠지, 7월이 돼서 9월이면 하겠지 그런 식으로 몇 달을 지켜봤다"고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무대에 남겨진 세트를 옮길 수도, 극장을 열 수도 없었어요. 세트는 무대에 그대로 있어 대관료를 계속 내고 있었고, 여름께 다음 뮤지컬 준비를 위해 이를 빼달라는 통지를 받았죠. 세트를 빼서 창고에 보관할 수밖에 없었고, 그다음에 다른 극장에서 다시 공연하기 위해 옮기기까지 엄청난 비용이 들었어요."
[서울=뉴시스]제인 베르제르 프로듀서가 지난 24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콘퍼런스홀에서 열린 뮤지컬 시장 동향에 대한 콘퍼런스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예술경영지원센터 제공) 2021.11.26.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제인 베르제르 프로듀서가 지난 24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콘퍼런스홀에서 열린 뮤지컬 시장 동향에 대한 콘퍼런스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예술경영지원센터 제공) 2021.11.26. [email protected]

제인 베르제르는 배우 겸 가수로 활동하다가 지난 2001년 첫 브로드웨이 작품 '메타모르포세스(Metamorphoses)'를 시작으로 제작자로 활동해왔다. "당시 무대에 1.2m 깊이의 수영장을 제작해 굉장히 주목받았다. 9.11테러 사건이 발생한 직후라 사회가 상실되고 침울한 상태였는데, 작품을 본 관객들이 카타르시스를 느꼈다며 호평해 성공한 기억이 있다"고 떠올렸다.
 
그는 토니어워즈 8개와 올리비에 어워즈 1개를 수상한 프로듀서다. 대리엔, CT(Darien, CT)의 코네티컷 브로드웨이 극장의 예술 감독으로 50개 이상의 뮤지컬을 제작했다. 또 '비틀쥬스', '킹키부츠', '헬로돌리', '엔젤스 인 아메리카', '워 호스' 등 30개 이상의 프로덕션을 제작했다.

"한국 제작진들은 열심히 일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많이 갖고 있죠. 두 문화를 대표하는 사람들이 함께하면 좋은 작품이 나오리라 생각해요. 함께 일하는 게 즐겁고 앞으로도 계속하고 싶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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