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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플법 '교각살우' 우려…연구 부족 등 입법화 성급"

등록 2021.11.30 18:03:56수정 2021.11.30 23: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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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디어경영학회, 디지털 플랫폼 규제 관련 토론회 개최

"7년간 연구 50편도 안 돼" "전통 사업 개념을 무리하게 적용"

"사후규제기관인 공정위, 방통위가 사전규제 성급하게 시행"

"대선 앞두고 정권말 무리한 논의, 차기 정부의 절차 거쳐야"

"온플법 '교각살우' 우려…연구 부족 등 입법화 성급"

[서울=뉴시스] 이진영 기자 =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불공정 행위를 규율하고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입법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 등 최근 추진되는 디지털 플랫폼 규제에 대해 학자들이 "'쇠뿔'(부작용)을 바로 잡으려다 '소'(토종 플랫폼)를 죽이는 교각살우의 우를 범할 수 있다"는 우려를 쏟아냈다.

특히 온플법 관련한 논문이 지난 7년간 50편도 안 되는 등 연구가 거의 없다시피 한 상황에서 입법화를 너무 성급하게 추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미디어경영학회는 30일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도대체 이 시점의 디지털 플랫폼 규제는 누구와 무엇을 위한 것인가?'라는 주제로 플랫폼 규제 이슈 토론회를 개최했다.

김성철 고려대 교수는 이날 발제를 통해 "디지털 플랫폼의 사전규제를 위해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 2개 부처가 법안을 내놓고 정부와 여당이 국회에서 통과시키려고 노력을 하고 있다"면서 "지난 7년 동안 플랫폼 법안하고 그나마 관련 있다고 하는 논문 자체가 50편도 안 되는데 이런 정도의 학술적인 근거를 가지고 이렇게 과감하고 신속하게 입법을 추진할 정도로 우리가 근거가 있는가라고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디지털 플랫폼법이 도입되는 주요 근거인 국내 플랫폼 시장의 독과점이 심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문제의식이 제기됐다.

유병준 서울대 교수는 "요즘 검색은 유튜브에서 많이 이뤄지고 있는데 시장 획정의 문제에서 보면 검색을 텍스트로만 규정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이에 따라 검색은 네이버가 지배적 사업자라고 주장하는 것은 현재의 검색 현황을 고려하고 있지 않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플랫폼 시장은 경쟁이 상당히 심한 시장인데 근거 없이 독과점이 심하다고 여겨지고 있다"며 "문제에 대한 충분한 고찰과 근거 없이 독과점 규제를 하겠다는 정부의 주장이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권남훈 건국대 교수도 "전통적인 산업에 적용하던 규모의 경제, 승자독식 등 경제학적 개념을 혁신적인 플랫폼 산업에 적용하기 어려워 과감한 입법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우리 시장은 경쟁도 활발하기 때문에 점유율로만 독과점 규제를 적용하기에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한국이 미국, 유럽 등 다른 선진국에 비해 디지털 플랫폼 규제 입법화가 너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거론됐다.

이성엽 고려대 교수는 "미국이 디지털 플랫폼 규제 초안 단계인 것에 비해 우리나라는 바로 입법화로 진행 중"이라며 "많은 시간 동안 학계와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을 수용하며 토론 후에 진행해야 하는데 성급하게 입법으로만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 기관이 깃발 꽂기식 플랫폼 규제를 하며 혼란만 가중시키는 행태에 대해서도 불편한 시각이 제기됐다.

류민호 동아대 교수는 "정부 기관들이 서로 빠르게 규제의 깃발을 꽂으려는 것으로 보이지만 왜 꽂고 어디에 꽂을지에 대한 고민과 근거는 부족하다"면서 "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은 플랫폼 산업의 특성과 모니터링을 통해 정책보고서를 제출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디지털 플랫폼에 대한 정부의 공식적인 문건이나 보고서 없이 입법이 진행되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유럽은 규제에 대한 타겟이 구글·애플·메타(전 페이스북)·아마존 등 4곳으로 명확하고 미국도 4개의 사업자에 한정될 수 있도록 시가총액, 월간이용자 등을 대상으로 규제하고 있으며 충분한 근거를 바탕으로 규제에 대한 논리가 세워졌다"면서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어떠한 기준을 가지고 무엇을 위해 규제를 하는지에 대한 논리가 부족하고, 목적과 규제대상에 대해서도 명확한 정의가 없다"고 풀이했다.

사후규제 기관인 공정위와 방통위가 디지털 플랫폼에 대해 사전규제를 하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도 나왔다.

이성엽 교수는 "공정위와 방통위는 사후규제 기관인데 사전규제를 성급하게 적용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면서 "해외 사례를 예시로 규제의 근거를 가지고 오는데 근거가 약하다"고 꼬집었다.

디지털 규제를 섣불리 도입할 경우 토종 플랫폼 기업들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도 점쳐졌다.

류민호 교수는 "우리나라는 유일하게 토종 플랫폼을 가지고 있는 나라"라면서 "자국 플랫폼을 갖고 있던 체코는 최근 1위 점유율을 구글에 넘겨줬는데 왜 굳이 이 시점에서 대상도 애매한 플랫폼과 관련된 사전적 규제를 급하게 도입하려는지, 어떤 정책적 철학과 목적이 있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짚었다.

유병준 교수는 "전체 사이즈 기준으로 봤을 때 미국은 몇백조, 몇천조 기업을 대상으로 규제를 시작했는데, 왜 우리 정부는 이제 40조(카카오), 60조(네이버) 된 기업을 규제하고자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또 "지금 나온 디지털 플랫폼 법안은 많은 젊은 기업들이 성장하고 미래의 부가가치를 더 창출할 기회를 저해시킬 수 있다"면서 "교각살우의 어리석음을 범해선 안 된다"고 언급했다.

플랫폼 기업에 규제보다는 자율규제를 더 지원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류민호 교수는 "우리나라는 플랫폼사들에 자율규제가 잘 도입돼 작용되고 있다"면서 "현재의 여러 이슈들은 짧은 업력으로 인한 성장통이라고 생각하고, 방향성을 짚어주는 정도만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정권 임기 말인 만큼 디지털 플랫폼 규제는 차기 정부에서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신중하게 논의돼야 한다는 아이디어도 나왔다.

김상철 교수는 "대선을 앞두고 정권 말 디지털 플랫폼 규제가 너무 성급하게 논의되고 있다"며 "차기 정부에서 정당한 절차를 거쳐 도입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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