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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잘알]EPL 크리스마스 박싱데이를 아시나요?

등록 2021.12.21 09: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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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선 성탄절 다음날인 12월26일 축구 경기 진행

유럽 주요 4대리그 중 EPL만 박싱데이 열려

많게는 일주일 3경기 열려 국내선 '빡센데이'로 불려

박싱데이에 강한 코리안리거…박지성·손흥민 강한 인상

코로나 시대 박싱데이 의미 퇴색…올해도 취소 가능성

[맨체스터=AP/뉴시스]폭설로 연기된 프리미어리그. 2021.11.28.

[맨체스터=AP/뉴시스]폭설로 연기된 프리미어리그. 2021.11.28.

[서울=뉴시스] 안경남 기자 = '축구 종가'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는 유럽 4대 주요 리그 가운데 크리스마스 다음 날인 12월26일에도 축구를 하는 유일한 나라다. 그래서 국내 축구 팬들 사이에서 일명 '빡센데이'로 불리는 'EPL 박싱데이(Boxing day)'는 축구 마니아들에겐 마치 성탄절 선물과도 같다.

◇박싱데이(boxing day)의 유래

영연방 국가에서 열리는 박싱데이는 크리스마스에 듬뿍 받은 선물 포장을 뜯는 날이라는 말에서 유래됐다. 영국 빅토리아 시대 상류층에선 성탄절 다음날 자신들의 하인에게 옷과 고기, 와인 등을 담은 상자를 선물했고, 교회에선 성탄절 예배를 마친 뒤 헌금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전달하면서 박싱데이에 의미를 더했다.

이후 시간이 더 흐른 뒤에는 가게나 저택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선물을 담은 박스를 돌렸고, 우편 배달부 등에게도 이 박스를 나눠주기도 했다.

[버밍엄=AP/뉴시스]프리미어리그의 겨울. 2021.01.02.

[버밍엄=AP/뉴시스]프리미어리그의 겨울. 2021.01.02.

이처럼 박싱데이의 박스는 선물을 의미하는 박스(box)를 뜻한다. 권투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 하지만 가이아나 등 영어권 개발도상국에선 실제로 이날 권투 경기가 큰 인기를 끌기도 한다.

◇성탄절 다음날 열리는 축구 경기

축구가 큰 인기를 끄는 영국에선 12월26일 박싱데이에 리그 경기를 치러왔다. 잉글랜드뿐만 아니라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 리그에서 박싱데이가 열린다. 한국에서 설이나 추석 명절 때 씨름 대회가 열리는 것과 비슷하다.

[몬트리얼=AP/뉴시스]박싱데이 풍경. 2020.12.26.

[몬트리얼=AP/뉴시스]박싱데이 풍경. 2020.12.26.

EPL의 경우 간혹 주중 경기가 있지만, 주로 주말에 경기가 치러진다. 하지만 박싱데이 주간에는 요일에 상관없이 무조건 경기가 잡힌다. EPL에서 연말이면 선수들의 혹사 논란이 일어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주말 경기와 주중 박싱데이가 섞이면 일주일에 많게는 최대 3경기를 치르는 죽음의 일정이 완성된다.

특히나 EPL은 연말 휴식기가 없어 박싱데이 이후 계속되는 리그와 컵 대회 일정으로 12월 크리스마스를 기점으로 1월 초까지 3~4일 간격의 빡빡한 일정이 이어진다. 실제로 과거엔 48시간도 못 쉰 채 두 경기를 하루건너 치르는 팀이 발생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물론 아주 드물지만, 반대의 경우도 있다. 2016년 박싱데이는 월요일이었는데, 이 때문에 박싱데이 경기가 주말 경기와 묶이면서 일주일 간격으로 경기가 열렸다.

[스탬포드=AP/뉴시스]프리미어리그(EPL) 박싱데이 경기를 중계하고 있다. 2017.12.26.

[스탬포드=AP/뉴시스]프리미어리그(EPL) 박싱데이 경기를 중계하고 있다. 2017.12.26.

박싱데이 주간은 EPL의 한 해 농사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로도 통했다. 시즌의 절반을 관통하는 시점인 데다 선두권과 중간층 그리고 하위권의 격차가 어느 정도 벌어져 향후 순위 예측이 가능했다.

현지에선 이를 두고 박싱데이 테이블로 부르기도 했다. 박싱데이가 끝난 뒤 하위 3개 팀이 다음 시즌 2부리그로 강등될 확률이 매우 높았기 때문이다.

참고로,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이탈리아 세리에A, 독일 분데스리가 등 다른 빅리그는 영국과 달리 크리스마스 휴가를 보낸다.

[번리=AP/뉴시스]폭설로 연기된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2021.11.28.

[번리=AP/뉴시스]폭설로 연기된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2021.11.28.

◇'코로나 시대' EPL 박싱데이

축구 축제였던 EPL 박싱데이도 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확산 이후 의미가 크게 퇴색해가고 있다. 코로나 여파로 시즌이 중단되거나 연기되면서 일정이 몰리는 현상이 잦아졌고, 이로 인해 지난해 박싱데이는 과거만큼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게다가 무관중 경기가 진행되면서 팬들로 관중석이 가득 찬 박싱데이 분위기도 연출되지 않았다.

올해도 박싱데이가 위태롭다. 팬들과 함께 시즌을 시작한 EPL에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면서 최근 경기가 잇따라 연기되고 있다. 손흥민도 코로나19에 감염됐다는 현지 보도가 나온 뒤 2주간 자취를 감췄다가 지난 20일 리버풀과의 정규리그에 복귀해 골맛을 봤다.

【맨체스터=AP/뉴시스】박지성(가운데)이 26일 자정(한국시간) 맨체스터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2011~2012 EPL 정규리그 18라운드 위건전에서 전반 8분에 선제골을 넣은 후 하비에르 에르난데스(왼쪽)와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경기는 맨유가 5-0으로 승리했다.

【맨체스터=AP/뉴시스】박지성(가운데)이 26일 자정(한국시간) 맨체스터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2011~2012 EPL 정규리그 18라운드 위건전에서 전반 8분에 선제골을 넣은 후 하비에르 에르난데스(왼쪽)와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경기는 맨유가 5-0으로 승리했다.

지난 주말엔 EPL 10경기 중 절반이 열리지 못했다. 이번 박싱데이 주간에 20개 팀의 일정이 모두 잡혀 있으나, 코로나 확진자가 늘어날 경우 취소될 가능성도 있다.

울버햄튼은 한국시간으로 26일 오후 9시30분 홈에서 왓포드를 만나고, 토트넘은 27일 0시 안방으로 크리스탈 팰리스를 불러들인다. 최근 햄스트링 부상을 입은 황희찬의 출전은 불투명하다. 하지만 리버풀전에서 리그 7호골을 터트린 손흥민은 4경기 연속골을 노린다.

◇박지성도, 손흥민도 박싱데이에 강했다

【런던=AP/뉴시스】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의 손흥민(토트넘)이 26일 자정(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2019 EPL 19라운드 본머스전에서 선발 출전해 1-0으로 앞선 전반 23분 추가골을 기록했다. 손흥민이 기뻐하고 있다. 2018.12.26.

【런던=AP/뉴시스】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의 손흥민(토트넘)이 26일 자정(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2019 EPL 19라운드 본머스전에서 선발 출전해 1-0으로 앞선 전반 23분 추가골을 기록했다. 손흥민이 기뻐하고 있다. 2018.12.26.

EPL에서 뛴 코리안리거도 박싱데이와 인연이 깊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전성기를 보낸 박지성은 '박싱데이 사나이'로 불릴 정도였다.

맨유 입단 첫해인 2005년 웨스트브롬위치와의 경기에서 풀타임을 뛰며 폴 스콜스의 선제골을 도와 팀의 3-0 완승을 견인했다. 또 이듬해 위건전에선 페널티킥을 유도했고, 2007년 선덜랜드전엔 후반 교체로 나와 맨유의 4-0 승리에 힘을 보탰다.

이후에도 2008년을 제외하고 매년 박싱데이에 모습을 드러냈고, 2011년에는 위건전에서 1골 1도움 원맨쇼로 박싱데이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했다.

토트넘의 손흥민도 박싱데이에 공격포인트를 많이 쌓으며 손흥민과 산타클로스의 합성어인 '손타클로스'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2016년 사우샘프턴과 박싱데이에서 득점포를 가동한 손흥민은 2017년 또 만난 사우샘프턴을 상대로 공격포인트 3개(1골 2도움)를 달성했다. 2018년에도 본머스를 상대로 멀티골을 넣었다. 2019년은 울버햄튼전에서 도움 1개를 추가했다.

좋았던 기억만 있는 건 아니다. 2019년 박싱데이는 악몽으로 기억된다.

당시 박싱데이 전인 12월23일 첼시와의 정규리그에서 상대 수비수 안토니오 뤼디거를 걷어차 3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받았다. 결국 그해는 손흥민 없는 쓸쓸한 연말이 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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