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대로]北 극초음속 미사일 성공했다는데 韓美 못 믿는 이유
北, 작년 9월 이어 두 번째 시험 발사 주장
국방부·군, 北 주장 일축…"현무-2C 수준"
전문가, 北 극초음속 기술 확보 못했다 평가
[서울=뉴시스]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 5일 국방과학원이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를 진행했다고 6일 보도 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2022.01.0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북한이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지난 6일 밝혔다. 하지만 한국군은 의문 부호를 달며 북한 발표를 신뢰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북한은 지난 5일 극초음속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면서 "700㎞에 설정된 표적을 오차 없이 명중했다"고 6일 발표했다.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도 시험 결과에 만족했다고 한다. 북한이 극초음속 미사일을 쐈다고 주장한 것은 이번이 지난해 9월28일에 이어 두 번째다.
한미 군 당국은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북한의 발표 내용이 실제로 탐지된 것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국방부와 군은 지난 7일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이번에 쏜 미사일을 'MARV(기동형 탄두 재진입체)를 탑재한 탄도미사일'로 규정하며 2017년 한국군이 개발한 현무-2C 수준의 무기라고 평가했다. 이들은 또 극초음속 활공체로 인정 받기 위해서는 종말 단계까지 마하 5 이상 속력을 유지해야 하는데 북한 미사일은 최고 속도만 마하 6을 찍었을 뿐 이를 유지하지 못했다고 평가절하했다.
어느 쪽 말이 맞는지 따지기 전에 극초음속 미사일이 어떤 무기인지 확인해봐야 한다. 북한이 지난해 9월28일 쏜 미사일은 엄밀히 따지면 극초음속 활공체(HGV: Hypersonic Glide Vehicle) 형태다.
[서울=뉴시스] 북한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 발사 분석. 2022.01.06. (자료=한국국방안보포럼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재진입체가 음속을 돌파할 때 발생하는 충격파로 인해 발생하는 비행체 하부의 압력이 양력으로 작용한다. 재진입체는 이 원리를 활용해 마치 글라이더처럼 미끄러지듯이 비행한다. 재진입체는 마하 5 이상 속도로 날면서 비행경로와 궤적을 변화시킬 수 있어서 현 미사일 방어체계로는 요격하기 어렵다.
이처럼 극초음속 활공체는 고도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북한은 아직 이 같은 수준의 재진입 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극초음속 활공체는 물론 일반 탄도미사일에 적용되는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입증한 적이 아직 없다.
[서울=뉴시스] 북한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 발사 분석. 2022.01.06. (자료=한국국방안보포럼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전문가들 역시 북한이 극초음속 미사일을 개발하기에는 기술 수준이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신승기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10월 '북한의 화성-8형 및 신형 반항공미사일 시험 발사 평가와 함의' 보고서에서 "다년간 극초음속활공체 개발을 추진해 온 미국, 러시아 등 주요 선진국 대비 북한의 극초음속 활공체 관련 기술(특히, 유도조종 및 형상 설계 등) 수준은 다소 미흡할 수밖에 없다"며 "화성-8형의 극초음속 활공체가 활공 비행 단계에서 구현할 수 있는 성능(고기동 및 경로 비행 횟수 등)도 상대적으로 제한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신 위원은 북한이 극초음속 활공체의 기본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극초음속활공체는 활공 비행 단계에서 최소 마하 5 이상의 속도를 유지할 수 있어야 극초음속무기로서의 가치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며 "현재까지 확인된 정보로는 화성-8형의 극초음속활공체가 활공 비행 및 종말 단계에서 마하 5 이상의 속도를 유지하였다는 내용을 확인하기 어렵다(마하 3 이하로 추정)"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미국 극초음속 활공체 비행 방식. 2021.10.03. (자료=황기영·허환일 논문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신영순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전력개발센터장은 북한이 극초음속 활공체 역량을 검증할 기본적인 설비를 갖추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신 센터장은 지난해 11월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이라는 글에서 "극초음속 무기체계는 최첨단 기술이 필요해 세계적으로도 손꼽는 기술 선진국만 개발하고 있다. 검증할 수 있는 시험 시설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신 센터장에 따르면 미국 뉴멕시코주 홀로만 공군 기지에 설치된 극초음속 무기 시험장의 장비는 길이가 15㎞에 달한다. 중국은 2022년 완공을 목표로 극초음속 풍동시험장을 건설하고 있다. 극초음속 무기체계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첨단기술은 물론 대규모 시험시설이 필요하고 엄청난 재원이 소요된다.
[서울=뉴시스] 극초음속 무기 궤적. 2022.01.09. (자료=조성진 해군사관학교 군사전략학과 군사전략학 교관 논문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그는 또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검증체계가 구축돼있지 않으면 무기체계 개발에 성공했다고 주장하더라도 신뢰성을 보장받을 수 없다"며 "관련 자료 부족으로 확신할 수는 없지만 북한의 기술 수준과 경제적 현실 등을 고려해볼 때 첨단 무기체계 개발을 위한 여건이 아직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 추측"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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