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해운사 23곳, 15년간 한~동남아 운임 담합…과징금 962억

등록 2022.01.18 12:01:19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공정위, 선사 23곳 담합 제재

HMM 등 국내 12곳·국외 11곳

2003년부터 운임 120회 합의

해운법상 공동 행위 허용되나

"절차·내용 안 지켜 제재 필요"

[서울=뉴시스] 6800TEU급 컨테이너선 ‘HMM 홍콩(Hongkong)호’가 광양항에서 국내 수출기업들의 화물을 싣고 있다. (사진=뉴시스 DB) 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음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6800TEU급 컨테이너선 ‘HMM 홍콩(Hongkong)호’가 광양항에서 국내 수출기업들의 화물을 싣고 있다. (사진=뉴시스 DB) 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음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뉴시스] 김진욱 기자 = HMM(옛 현대상선) 등 국내·외 해운사 23곳이 15년 동안이나 한국~동남아시아 수출입 항로 운임을 담합했다가 적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들에 과징금 962억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애초 8000억원에 이르는 과징금 부과와 일부 해운사 고발이 예상됐지만, 제2의 한진해운 사태가 우려된다며 반발하는 업계와 지역 표심을 의식한 정치권의 입김을 고려해 제재 수위를 낮춘 것으로 풀이된다.

조성욱 공정위 위원장은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3개 해운사 담합 제재 브리핑을 열고 "한국~동남아시아 수출입 항로에서 총 120차례 운임을 합의한 국적 선사 12개사와 외국적 선사 11개사를 제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23개사에는 시정 명령과 과징금 962억원을 부과했다. 담합 과정에 개입한 동남아정기선사협의회(동정협)는 시정 명령을 받고 과징금 1억6500만원을 물게 됐다.

제재 대상 국내 해운사는 HMM을 비롯해 고려해운·남성해운·동영해운·동진상선·범주해운·SM상선·장금상선·천경해운·팬오션·흥아라인·흥아해운이다.

국외 해운사 제재 명단에는 CNC·에버그린마린코퍼레이션LTD·완하이라인스LTD·양밍마린트랜스포트코퍼레이션(이상 대만), 시랜드머스크아시아PTELTD·퍼시픽인터내셔널라인스리미티드·COSCO(이상 싱가포르), GSL·OOCL·SITC·TSL(이상 홍콩)이 이름을 올렸다.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조성욱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18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국내·외 23개 해운사가 해운법상 요건을 준수하지 않으며 한국~동남아시아 항로에서 운임을 담합한 행위에 대해 시정 명령과 과징금 약 962억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히고 있다. 2022.01.18. ppkjm@newsis.com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조성욱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18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국내·외 23개 해운사가 해운법상 요건을 준수하지 않으며 한국~동남아시아 항로에서 운임을 담합한 행위에 대해 시정 명령과 과징금 약 962억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히고 있다. 2022.01.18. [email protected]


공정위에 따르면 23개사는 2003년 12월~2018년 12월 총 541차례 만나고 e메일·카카오톡 채팅방 등 기타 연락망을 이용해 한~동남아 수출입 항로의 컨테이너 해상 화물 운송 서비스 운임을 총 120차례 합의했다.

담합은 2003년 10월 한~동남아, 한국~중국, 한국~일본 3개 항로 운임을 동시에 올리자는 고려해운·장금상선·흥아라인(당시 흥아해운) 3개사 사장 간 교감을 계기로 시작됐다. 당시 3개사의 한~동남아 해운 시장 점유율 합계치는 70%를 넘는 수준이었다. 이후 다른 국내·외 해운사가 차례로 담합에 참여했다.

23개사는 기본 운임의 최저 수준부터 부대 운임 도입·인상, 대형 화주 입찰가 등을 합의하고 실행했다. 이들은 다른 해운사 화물은 서로 침탈하지 않기로 약속해 기존 거래 물량을 서로 보호했다. 합의 운임을 따르지 않는 화주의 화물은 선적하지 않겠다고 거부하기까지 했다.

합의는 동정협·아시아역내항로운임협의체(IADA)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담합을 위한 다수의 회의체는 사장-임원-팀장 등 중층적으로, 또 국적사-외국적사 등 병렬적으로 다양하게 운영됐다.

동정협 팀장급 회의록에서는 "회원사별로 9월 RR(운임 인상 폭 결정) 실행 상황을 점검하고 대부분의 경우 (A)MR(최저 운임 결정)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사별로 문제가 되는 항로 및 화주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협력을 다짐했다"는 운임 담합 관련 구체적인 내용이 발견되기도 했다.

23개사는 담합을 합의한 뒤 실행 여부를 면밀히 점검했다. 서로 다른 해운사의 합의 위반 사항을 감시·지적하고 해명을 요구하고 세부 항로별로는 주간사를 정해 해당사가 주도적으로 감시하도록 했다. 대형 화주 입찰 참여, 운임 인상 통지 때는 동정협 사무국을 e메일의 숨은 참조로 넣도록 해 실행 여부를 확인했다.

해운사 23곳, 15년간 한~동남아 운임 담합…과징금 962억


2016년 7월에는 근해 3개 항로의 운임 합의 실행 여부를 감시하기 위해 중립위원회를 설치, 2016~2018년 3개년간 한~동남아 수출 항로 운임을 총 7차례 감사했다. 합의 위반으로 적발된 해운사에는 총 6억3000만원의 벌과금을 매기기도 했다.

해운법 제29조상 정당한 담합 행위였다는 23개사의 주장에 대해서는 조목조목 반박했다. 해운법에 따라 정당한 공동 행위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담합한 뒤 ▲30일 이내에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신고하고 ▲신고 전 합의한 운송 조건에 대해 화주 단체와 정보를 충분히 교환하고 협의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는 얘기다.

23개사는 120차례 운임 합의가 18차례 RR 신고 안에 포함되므로 별도로 신고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공정위는 120차례 합의화 18차례 신고는 전혀 별개의 것이라고 판단했다. 120차례 합의와 18차례 신고는 운임 합의의 구체적 내용, 합의 시행일, 참가자 등 여러 측면에서 서로 상이했기 때문이다.

화주 단체에는 18차례 신고 전 해당 내용을 단순 일회성으로 '통보'했다. 해당 문건에는 운임 인상의 구체적 근거도 적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통보한 내용과 해운사 간 합의한 내용이 다르기도 했다. 120차례 운임 합의와 관련해 화주 단체와 충분한 정보 교환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이다.

앞서 이번 제재는 수위가 확정되기 전 공정위가 각 해운사에 보낸 심사 보고서(검찰의 공소장 격)를 통해 8000억원의 과징금 부과, 일부 해운사 검찰 고발 등 훨씬 더 강력한 수위가 예고됐다.

그러나 1000억원 이하의 과징금, 검찰 미고발 등 제재 수위가 낮아진 데 대해 조홍선 공정위 카르텔국장은 "한~동남아 수입 항로의 경우 담합 행위로서 미치는 범위가 제한적이라 과징금 부과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해운업의 특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전원회의에서 과징금 규모를 (비교적 낮게)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해운사 23곳, 15년간 한~동남아 운임 담합…과징금 962억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