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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치·프런트로 13년' 능구렁이 초짜 사령탑 전희철

등록 2022.01.21 07: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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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희철 감독, 부임 첫 시즌 SK 선두 이끌어…프런트·코치로 산전수전

할 때 하고, 놀 때 노는 타입…"감독 되니까 애들이 '롤'하자고 안 하네요"

몇 해 전, 여자 구단 감독 제안 뿌리치고 SK와 의리 택해

[서울=뉴시스]프로농구 서울 SK 전희철 감독 (사진 = KBL 제공)

[서울=뉴시스]프로농구 서울 SK 전희철 감독 (사진 = KBL 제공)

[서울=뉴시스]박지혁 기자 = 프로농구 서울 SK가 초보 사령탑 전희철(49) 감독의 리더십을 앞세워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다.

SK는 지난 19일 2위 수원 KT와 경기에서 85-82로 승리하며 승차를 2경기로 벌렸다. 25승8패, 승률이 0.758이다. 10개 구단 중 유일한 7할대 승률.

지난 시즌 성적은 8위. SK는 문경은 감독 체제에서 전 감독으로 변화를 줬다.

초보 감독이라는 불안요소를 안았지만 2021~2022시즌 정규리그 개막을 앞두고 열린 컵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이어 리그에서도 초반 위기를 잘 넘기며 선두를 탈환했다.

전 감독은 "부상이 없는 게 선두의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또 라운드마다 전술이나 선수들의 위치에 미세한 변화를 주고 있는데 선수들이 정말 잘 따라주고 있다. 고맙다"고 했다.

선수별 출전시간과 로테이션도 코칭스태프의 구상대로 흐르고 있다. 정기적으로 체지방과 골격근량을 점검하는데 선수단 전체에서 거의 변화가 없을 만큼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

초보 사령탑치곤 안정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지휘봉만 잡지 않았을 뿐 감독 곁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능구렁이 초짜'다.

전 감독은 농구대잔치 시절 대학농구를 주름잡았던 스타플레이어 출신이다. SK에서 등번호 '13번'은 영구결번이다. 스타 선수들은 대부분 무난하게 지도자의 길을 걷는다. 전 감독은 조금 달랐다.

2008년 은퇴 후, 2군 감독으로 부임했지만 이후 전력분석코치를 지낸 후, 2010년 약 1년 동안 운영팀장으로 프런트 업무를 책임졌다. 한 시즌을 보냈다.

전 감독은 "농구뿐 아니라 인생에서 가장 큰 전환점이 된 시기다. 농구공을 잡은 이후로 늘 주변에서 챙겨주는 것에 익숙했지만 그때는 달랐다. 솔직히 힘든 때였다"면서도 "농구 한 경기를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고 노력하는지 알았다. 한 경기의 소중함을 배웠다. 지금 선수들도 주변의 노고를 알아야 한다"고 했다.

구단을 향한 애정이 각별하다. 코치를 맡은 지 오래 지나지 않아 여자 구단에서 감독 제의가 왔지만 고민하지 않았다.

"제안을 받은 건 기분이 좋았지만 남자로서 의리를 지켜야 하지 않겠나. 사실 SK에서 코치치곤 굉장히 좋은 대우를 받고 있었다"며 웃었다.

[서울=뉴시스]프로농구 서울 SK 전희철 감독 (사진 = KBL 제공)

[서울=뉴시스]프로농구 서울 SK 전희철 감독 (사진 = KBL 제공)

2011년 4월 코치로 부임하며 문 감독을 보필했다. 2017~2018시즌 함께 챔피언에 올랐다. 자존심 강한 스타 출신 코칭스태프로 우려하는 시선이 없지 않았지만 둘은 찰떡궁합을 자랑했다.

전 감독은 "문 감독님께서 내가 코치임에도 많은 역할과 권한을 줬다. 그 경험이 지금 어색함 없이 잘 적응할 수 있는 비결이다"며 "무언가를 최종 결정해야 한다는 어려움만 빼면 코치 시절과 큰 차이를 못 느낄 정도다. 문 감독님과 함께 할 때, 생활도 가장 행복하고 즐거웠다"고 했다.

KT와 3라운드 작전타임에서 선수들을 향해 극대노하는 장면이 화제가 됐다.

전 감독은 "제일 고민이 작전타임의 타이밍이다. 선수들에게 무엇을 전달해야 할지도 어렵다"며 "선수들이 자만심 때문에 무너지는 것인지, 진짜 상대에게 밀려서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것인지 빨리 판단해야 한다. KT전에선 선수들의 혼이 나가 있었다. 그러다보니 목소리가 높아진 것 같다"고 했다.

SK는 이 경기에서 20점차로 크게 뒤졌지만 뒷심을 발휘하며 82-86으로 끝까지 KT를 괴롭혔다. 그리고 4라운드에서 보란 듯이 설욕했다.

아직 모르는 게 많다는 전 감독은 가장 까다로운 팀으로 안양 KGC인삼공사를, 어려운 감독으로 유재학 울산 현대모비스 감독을 꼽았다.

그는 "인삼공사는 경기를 보면 알겠지만 상성에서 우리가 밀리는 부분이 있다. 9개 구단 중 제일 까다롭다. 현대모비스는 시즌 초반과 지금을 비교하면 계속 달라지는 게 보인다. 성장세가 정말 무섭다"고 했다.

전 감독은 코치 시절, 선수들과 컴퓨터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롤)'를 자주 즐겼다고 한다. 허물없이 지내면서 팀 문화를 단단히 다지기 위한 방편 중 하나였다. 할 때 하고, 놀 때 놀자는 생각이다.

전 감독은 "시즌 초반에 애들이 '5대5로 롤 한 번 하자'고 하는데 안 한지 오래여서 피했다. 그 이후로는 하자고 안 하더라. 원래 컴퓨터 게임을 좋아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이제 겨우 4라운드다. 상위권의 분위기는 만든 것 같지만 이제부터 내부 분위기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절실한 마음가짐으로 통합우승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초보 감독의 능력이 조금 부족하겠지만 우리 선수들을 믿는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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