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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둥 아닌 외벽, 무단 시공" HDC 설계 임의변경 의혹

등록 2022.01.23 17:3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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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괴 201동 인근 203동 36~38층 도면, 승인 설계 내용과 차이

"기둥 수·규격 맞다"…외벽 콘크리트 20~50㎜ 두껍게 타설한 듯

[광주=뉴시스] 류형근 기자 =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산업개발 신축 아파트 붕괴 사고 12일째인 22일 오후 신축 아파트 내부에 콘크리트와 철근, 전선 등의 잔해가 가득하다. (공동취재사진). 2022.01.22. photo@newsis.com

[광주=뉴시스] 류형근 기자 =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산업개발 신축 아파트 붕괴 사고 12일째인 22일 오후 신축 아파트 내부에 콘크리트와 철근, 전선 등의 잔해가 가득하다. (공동취재사진). 2022.01.22. [email protected]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광주 아파트 신축 현장 붕괴와 관련해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이 외벽 콘크리트 두께를 승인 없이 무단 시공한 것으로 보이는 의혹이 나왔다.

23일 광주 서구청 등에 따르면 화정아이파크 시공사 현대산업개발이 사업 승인 주체 서구청에 제출한 설계도서상 201·203동 건물 36~38층 (148㎡ A형)은 하중을 받는 기둥이 10개다.

실제 공사 현장에서 쓰인 203동 상층부 시공 도서에 나타난 하중을 받는 기둥의 규격과 개수가 일치한 것으로 보인다고 서구청은 설명했다.

앞서 일각에선 당초 하중을 버텨낼 기둥 개수 자체가 부족했던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서구청은 관련 의혹에 대해 승인 설계 도면과 시공 도면 등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다만 시공 도면 상 콘크리트 외벽 두께는 170~200㎜로 계측돼, 승인 설계 도면상 콘크리트 외벽 두께 150㎜보다 두껍게 시공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화정아이파크 2단지 각 동에 쓰인 공법은 벽식 구조가 아닌 무량판 구조(건축물의 뼈대를 보 구조물 없이 기둥·슬래브로 구성)를 채택했다. 수직 하중을 수평으로 분산해 버텨내는 보가 없는 대신 바닥 슬래브를 두껍게 타설하는 방식이다.

무너진 201동 건물과 다른 203동이지만, 기준(주거)층의 경우 승인한 설계도상 두 건물의 차이는 거의 없다고 서구청은 설명했다. 또 203동 관련해 외벽 콘크리트 두께 등에 대한 내용의 시공 변경에 대한 승인 요청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외벽은 창호 등을 설치하기 때문에 하중을 버텨내는 벽체(내력벽)로 볼 수 없다. '수벽'으로서 하중을 전달하는 구조다. 더욱이 '입면분할창호’를 채택했기 때문에 외벽 중 창호가 차지하는 범위가 넓은 것으로 전해졌다.

시공 도서를 검토한 건축직 공무원은 "캐드 프로그램 상 측정 툴을 써보니 외벽 콘크리트 두께가 구간에 따라 다르지만 170~200㎜가 맞다. 외벽은 창호가 설치되기 때문에 실제 수직 하중 등을 버텨내는 구조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시공 도서는 현장 시공 근로자들에게 있어 법처럼 엄격히 적용돼야 한다. 시공 도서대로 골조 공사를 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거푸집을 짠 공사 관계자들이 콘크리트 두께에 의문을 품는 목소리가 높았다"고 이야기했다.

서구 관계자는 "확인한 시공 도면대로 공사가 진행됐을 것으로 봐야 한다. 기둥 10개의 위치와 규격 등은 승인 설계 도면과 차이가 없다. 외벽 콘크리트 두께는 시공 도면에 나온 대로라면 두껍게 시공한 것은 맞다"고 밝혔다.

송창영 광주대 건축공학부 교수는 "현장에서 봤을 때는 외벽은 힘을 받는 구조물이 아니고 기둥이 모두 떠받치도록 돼 있다"면서 "구조 기술 전문 인력이 철근·콘크리트 정착, 콘크리트 강도 등을 적절히 판단해 외벽에도 힘을 지탱케 설계했다면 시공 상 문제가 안 됐을 수도 있다. 구조 계산서를 정확히 검토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PIT층 천장 슬래브 일부를 승인 받은 거푸집(유로폼) 공법이 아닌 데크 플레이트(Deck plate·아연도금 강판 등 요철 가공한 바닥 구조판)를 덧댔다는 의혹도 나온다. PIT층 슬래브를 승인 받은 내용과 달리 두껍게 타설했다는 주장도 있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구조물 안전이 확보된 이후 정확히 조사를 해봐야 알 수 있다"고 답했다.

한편 사고 현장에서는 지난 11일 오후 3시46분께 201동 39층 옥상 타설 작업 중 23~38층 바닥 슬래브 등이 무너져 내려 사고 12일 째인 이날까지 5명이 실종된 상태다. 지하 1층 난간 사이에서 발견됐던 실종자 1명은 구조 직후 병원에서 사망 판정을 받았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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