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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못해 하나?" 붕괴 피해 가족들, HDC 늑장 대응 성토

등록 2022.01.29 16:44:03수정 2022.01.29 17: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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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3일째까지 아무것도 안 했다" "왜 이제야 성과 나나?"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광주 서구 화정동 HDC현대산업개발 신축 아파트 현장 붕괴 사고 19일째인 29일 오전 구조 당국 관계자들이 201동 건물에서 소형 굴삭기를 이용해 철근·콘크리트 잔해물을 제거하고 있다. 2022.01.29. wisdom21@newsis.com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광주 서구 화정동 HDC현대산업개발 신축 아파트 현장 붕괴 사고 19일째인 29일 오전 구조 당국 관계자들이 201동 건물에서 소형 굴삭기를 이용해 철근·콘크리트 잔해물을 제거하고 있다. 2022.01.29. [email protected]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광주 서구 HDC현대산업개발 신축 아파트 붕괴 현장에 남겨진 실종 노동자 5명의 가족들은 한 목소리로 수색·구조 작업 지연을 원망했다.

피해자 가족들은 사고 19일째이자 설 연휴 첫 날인 29일 오후 붕괴 현장에서 취재진과 만나 현대산업개발 등을 향해 분노 섞인 절규를 쏟아냈다. 

아버지를 기다리는 한 가족은 "사고 이후 3일째 되는 날까지 아무것도 안 했다. 그땐 살아 계신다고 생각했다"며 "현대산업개발은 그들이 다시 일어서려면 수습이 중요하다는 판단에 움직이는 것 같다"며 "(수색) 속도가 빨라졌든, 늦어졌든 속이 안 좋고 당연히 믿을 수가 없다. 어쩔 수 없이 하고 있다는 느낌이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가족도 "피해자를 구하려고 열심히 한 것이 아니라 현대산업개발이 원래 해야 할 일이니까 하는 것 뿐이다"며 "빨리, 빨리 구해 달라고 하면 언제나 미뤘다. 제2·3 대안을 세우라 해도 그거 하나 안 한 게 현대산업개발이다"라고 성토했다.

매형이 돌아오길 바라는 한 남성은 "사고 이후 며칠이 그냥 지나갔다. 이 핑계, 저 핑계 대고 2주가 흘러 지난 주 일요일 처음 현장 올라갔는데 정말 처참했다"며 "정신이 아찔할 정도로 '아 이거 가망이 없겠네'라고 생각하면서도 '아니지' 하고 마음이 순간 왔다 갔다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부 크레인 제거, 내시경을 넣어보는 작업들은 그동안에도 충분히 할 수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최단 구조 시간을 물었을 때 6개월이라고 답했다. 지난 월요일(24일)부터 이날까지 6일째다. 월요일부터 성과가 크게 난 데 이해가 안 가는 가족이 많다. 그래서 더 안타깝고 가슴이 찢어지고 무너지고…"라며 호소하는 이도 있었다.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광주 서구 현대산업개발 신축 붕괴 19일째이자 설 연휴 첫날 29일 사고 현장에 모인 피해자 가족들이 취재진에게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2.01.29. wisdom21@newsis.com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광주 서구 현대산업개발 신축 붕괴 19일째이자 설 연휴 첫날 29일 사고 현장에 모인 피해자 가족들이 취재진에게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2.01.29. [email protected]



조카를 기다리는 한 중년 여성은 "사고 첫 날 오후 11시 가족이 6~7명 있었다. 그런데 불이 다 꺼져 있었다"며 "살아있는 사람은 얼마나 고통스럽겠느냐. 불을 켜고 구조 방송이라도 해 달라고 이야기했다. 현대산업개발은 아예 차단하고 안 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차원에서 구조해 달라는 요구도 잘 안됐다. 하루, 이틀 가고 직계 가족들은 힘이 빠져 서 있을 힘도 없고 말도 못했다"며 "골든타임 놓치지 말라고 했는데 광주시는 대처를 안 했다. 현대산업개발은 '소방대원들 다치면 안 된다'는 논리만 고집하며 허비했다"고 주장했다.

또 "2·3차 사고가 나면 안 된다. '소방대원, 인부들 모두 목숨은 소중하다'고 좋게 말하니까 또 이용하는 것 같더라"며 "안전을 확보하면서 제대로 (구조)했으면 됐다"고 했다.

애 끓는 기다림과 답답함에도 가족들은 침착함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다.

아버지 구조 소식을 애타게 기다린 한 대학생은 "공사 중이 아니라 실제 입주했을 때 사고가 났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다쳤을 것이다"며 "정부가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법을 제정하고 더 많은 관심을 가져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제대로 된 체계를 확립해서 감시가 이뤄졌으면 좋겠다. 그것이 아버지가 바라는 세상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미 발생한 사고로 열심히 일하는 소방대원들이 다치지 않길 바란다. 소방대원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더 많은 지원을 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1일 오후 3시 46분께 광주 화정아이파크 201동 39층 타설 작업 중 23~38층 바닥 슬래브와 구조물 등이 무너져 내려 하청 노동자 1명이 다치고 6명이 실종됐다.

사고 사흘 만에 가장 먼저 구조됐던 노동자 1명은 병원에서 숨졌다. 나머지 5명 중 2명은 지난 25일과 27일 무너진 201동 27~29층 2호실 잔해물 사이에서 존재가 확인됐다.

이들 모두 콘크리트 더미 사이로 집어넣은 내시경 카메라를 통해 위치가 파악된 상태다. 그러나 최상층인 39층부터 겹겹이 내려앉은 바닥·천장 슬래브, 깨진 콘크리트 더미와 철근·배관 등이 뒤엉켜 있어 구조대원 진입이 여의치 않다.

중수본은 콘크리트 슬래브를 깨부수거나 철근 가닥을 일일이 잘라가면서 통로를 확보, 수색·구조 작업을 펼치고 있다.

실종 노동자 중 3명은 사고 19일째인 이날 오후까지 붕괴 현장 내 소재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
 
[광주=뉴시스] 권창회 기자 = 광주 서구 화정동 HDC현대산업개발 아이파크 아파트 신축공사현장 붕괴 사고 10일째인 20일 오후 붕괴 된 아파트 전경 모습. 2022.01.20. kch0523@newsis.com

[광주=뉴시스] 권창회 기자 = 광주 서구 화정동 HDC현대산업개발 아이파크 아파트 신축공사현장 붕괴 사고 10일째인 20일 오후 붕괴 된 아파트 전경 모습. 2022.01.20. [email protected]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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