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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독성 가스가 머리 위에"…염소가스 관리 부실 '도마'

등록 2022.05.17 06:00:00수정 2022.05.17 06:5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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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 가능정수장 염소가스 저장실 누구나 접근 가능

염소투입기제어반은 일반인도 조작 가능…위험 노출

'관계자외 출입금지' 유명무실…출입문은 개방까지

인근 주민들 "염소가스 있는 줄 몰랐다"…파장 불가피

[의정부=뉴시스] 송주현 기자 = 경기 의정부시 호국로 의정부시청 맑은물사업소가 관리하는 가능정수장 염소가스 저장실이 130가구 규모의 공동주택과 바로 인접해 있는데다 누구나 접근이 가능할 만큼 부실하게 관리되고 있다. 2022.5.16 atia@newsis.com 

[의정부=뉴시스] 송주현 기자 = 경기 의정부시 호국로 의정부시청 맑은물사업소가 관리하는 가능정수장 염소가스 저장실이 130가구 규모의 공동주택과 바로 인접해 있는데다 누구나 접근이 가능할 만큼 부실하게 관리되고 있다. 2022.5.16 [email protected]  


[의정부=뉴시스] 송주현 기자 = 의정부시청 맑은물사업소가 관리하는 가능정수장에 맹독성으로 분류되는 염소가스의 저장실이 누구나 접근이 가능할 정도로 부실하게 관리되면서 주민들이 치명적인 위험에 그대로 노출되고 있는 것으로 뉴시스 취재 결과 드러났다.

특히, 염소가스 저장실 바로 밑에는 130가구 규모의 공동주택이 지난 2018년 초 준공돼 입주가 이뤄진데다 인근에 재개발이 추진되고 있는 오래된 주택들도 위치해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17일 의정부시 등에 따르면 호국로 1049번길 39에 위치한 가능정수장은 흥복저수지를 상수원으로 하루 4000t 정도를 생산, 가능동 일원 1만 4000여 명의 주민에게 수돗물을 공급하는 정수시설이다.

가능정수장의 소독설비는 염소가스를 이용한 소독 방식을 사용 중이며 정수장에 염소가스 저장실이 설치돼 있다.

그러나 소량에도 독성이 강한 염소가스를 저장하는 저장실이 주택가 바로 옆에 있으면서도 안전관리는 부실하게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독성이 강한 염소가스는 공기 중에 미량이 포함되더라도 눈, 코, 목의 점막에 닿으면 피부나 살이 짓무르고 치아 부식, 기관지염 등을 유발한다.

공기 중 30~50ppm 농도에서는 폐에 염증을 일으키며, 30~60분 정도가 경과하면 사람이 사망한다고 알려져 있을 만큼 위험한 물질이다.

지난해 5월 LG화학 여수공장, 2019년에는 KAIST에서, 2018년은 울산 한화케미칼 2공장에서 염소가스 누출 사고가 발생하는 등 관련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화학물관리법에 의해 엄격히 관리해야만 하는 염소가스지만 가능정수장 내 저장실 입구는 누구나 접근이 가능한 실정이다.

심지어 1m 거리에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원까지 조성돼 있어 수시로 일반인들이 다녀갈 수 있는 것으로 뉴시스 취재 결과 확인됐다.

특히 저장실 외부에 설치된 염소투입기제어반은 염소가스가 내부에서 누출될 경우 이를 중화할 수 있도록 통제하는 기능을 담당하는데 시건장치가 없어 일반인도 쉽게 손을 댈 수 있는 구조다.

[의정부=뉴시스] 송주현 기자 = 경기 의정부시 호국로 1049번길 39에 위치한 가능정수장이 맹독성으로 분류되고 있는 염소가스 등을 사용하는 시설임에도 정수장 내부로 연결되는 출입문에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 관계자외 출입금지' 안내판만 붙어 있을뿐 누구나 출입이 가능하도록 개방돼 있다. 2022.05.11 atia@newsis.com

[의정부=뉴시스] 송주현 기자 = 경기 의정부시 호국로 1049번길 39에 위치한 가능정수장이 맹독성으로 분류되고 있는 염소가스 등을 사용하는 시설임에도 정수장 내부로 연결되는 출입문에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 관계자외 출입금지' 안내판만 붙어 있을뿐 누구나 출입이 가능하도록 개방돼 있다. 2022.05.11 [email protected] 

또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 관계자외 출입금지' 안내판이 붙어있고 자물쇠가 걸려 있는 가능정수장 내부 출입문은 수시로 열려 있는 등 허술하게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

가능정수장 염소가스 누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염소가스 저장실과 40여m 밖에 떨어지지 않은 공동주택이 제일 먼저 직접적인 피해권에 포함된다.

지난 2018년 초 사용승인이 인가된 130세대 규모의 이 공동주택은 현재 500명 이상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데 취재진이 주민들을 만나본 결과, 염소가스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는 경우를 찾을 수 없었다. 

지난 2019년부터 이 공동주택에 거주해 온 김모(49)씨는 "숲세권이라고 이사 왔는데 머리 위에 이런 위험한 시설이 있는지 몰랐다"며 "주변 사람들로부터 염소가스 저장실이 있다는 사실을 들어보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주민은 "중동지역 테러에서도 사용된다는 맹독성 살인가스인 염소가스의 저장실이 집 바로 옆에 있는 줄 알았다면 이곳으로 이사를 왔겠냐"며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이렇게 불안한데 당장 오늘 밤 어떻게 지내야 할 지 겁이 난다"고 호소했다.

염소가스 저장실이 고지대에 있는 탓에 액화 상태의 가스가 누출되면 눈에 보이지 않는 무거운 염소가스가 저지대로 흘러가고 공기 중으로 전파될 수 밖에 없어 피해 지역은 늘어날 수 밖에 없는 구조도 문제다.

이에 대해 가능정수장을 관리하는 의정부시청 산하 맑은물사업소 관계자는 "주변에 CCTV가 설치돼 있고 시설 통제를 하는 상황실에서 매일 점검을 하고 있다"며 "염소투입기제어반은 신속한 사용을 위해 시건장치를 하지 않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뉴시스 취재진이 염소가스 저장실을 취재하기 위해 수일에 걸쳐 주변에서 사진을 촬영하는 등의 취재를 해도 맑은물사업소 관계자로부터 어떤 제지나 통제를 받지 못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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