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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진짜 `빅스텝' 할까...전문가 의견은 부정적

등록 2022.05.17 10:38:31수정 2022.05.17 11:3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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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실제 빅스텝 가능성은 낮아"

7~8월 물가 급등시 빅스텝 열어둬야

한은 "원론적 입장"…빅스텝 부인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추경호(왼쪽)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조찬 회동에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5.16.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추경호(왼쪽)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조찬 회동에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5.1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류난영 박은비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기준금리를 한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시사하면서 시장 혼란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 상당수는 경기 침체가 올 수 있는 만큼 실제로 '빅스텝'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반면 물가가 정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7~8월에는 '빅스텝'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1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 총재는 전날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조찬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4월 상황까지 보면 그런(0.5%포인트 인상을) 고려를 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었다"며 "우리도 0.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을 고려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앞으로 물가가 얼마나 더 올라갈지 종합적으로 데이터를 보고 판단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지난번 회의 끝나고 0.75%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없다고 못 박았지만 우리나라는 데이터가 불확실한 상황이라 앞으로도 '빅스텝'을 완전히 배제할 수 있느냐를 말할 단계는 아닌거 같다"며 "5월 금융통화위원회 상황을 보고 7,8월 경제 상황과 물가 변화, 성장률이 어떻게 변할지 등을 봐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시장에서는 5월 빅스텝 가능성은 없지만, 7~8월에는 빅스텝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했다.

이 총재는 지난달에만 해도 '빅스텝' 필요성이 낮다는 입장이었다. 이 총재는 지난달 인사청문회 서면 답변서에서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해 8월 주요국 중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등 선제적으로 대응해왔다"며 "금리인상을 늦게 시작한 일부 선진국 중앙은행처럼 한 번에 0.25%포인트 이상의 큰 폭으로 기준금리를 조정할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말해 빅스텝에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이번 달 들어 원·달러 환율이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까지 치솟으며 외환시장 불안감이 커지자 이를 잠재우기 위해 매파적(통화 긴축선호)인 발언을 내놓은 것으로 해석된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이 총재의 발언은 '빅스텝' 가능성을 열어둬 물가 기대심리를 잠재우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미 연준이 이달 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0.75%포인트 '자이언트 스텝' 가능성을 부인한 후 오히려 시장에서 물가가 안 잡힐 것이란 우려가 커지는 등 부정적으로 받아들였는데, 물가를 잡기 위해 전략적 발언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중앙은행이 미 연준 등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 처럼 실제로 '빅스텝'을 단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경제도 둔화하고 있고, 우리경제 역시 성장률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물가만 보고 '빅스텝'을 단행하면 경제에 큰 충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기준금리 인상시 0.25%포인트 올리는 '베이비 스텝'을 해왔다. 기준금리를 인하할 때는 1%포인트 인하한 적은 있지만, 기준금리 인상시에는 '빅스텝'을 단행한 적이 단 한번도 없다. 5월과 7월 금통위에 이어 8월에도 0.25%포인트씩 올릴 경우 충격이 덜 할 수 있는데 구지 위험을 감수하면서 올릴 만큼 여력이 없는 것도 아니다. 다만, 7, 8월 물가가 급등할 경우 '빅스텝' 가능성도 충분히 열어둬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이재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현 단계에서는 빅스텝이나, 5·7월 연달아 인상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 보고 있다"며 "결국엔 선거 일정 등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데다 재정 방향이나 경제정책 밑그림이 아직까지 분명하지는 않은 것 같다. 그런 걸 감안하면 한은도 당장 뭔가 스텝을 맞추기가 지금으로서는 힘든 상황인데 서둘러서 빅스텝을 하는 방향은 아닐 것 같다"고 설명했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빅스텝을 실제로 실행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지만 앞으로 물가 지표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라며 "올해 소비자물가가 전년동월대비 정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3분기에는 '빅스텝' 가능성을 열어둬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위원도 "빅스텝 가능성은 열어 둬야 겠지만 실제로 당장 '빅스텝'으로 갈 가능성은 낮다고 보여진다"며 "물가만 가지고 빅스텝을 하기는 어려울 것 같고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 중국 경기 둔화 가능성, 국내 경기 흐름 등을 함께 살펴봐야 하기 때문에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총재의 발언은 외환시장 불안을 막고 물가 기대심리를 꺾기 위한 차원에서 '빅스텝'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아야 한다는 원론적인 발언으로 보인다"며 "당장 빅스텝을 하겠다는 뜻으로 확대 해석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물가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어 기준금리 인상은 불가피하지만 미국에 동조해 급격히 기준금리를 올리기보다는 국내 물가·경기 여건에 맞게 독립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한국 경제 상황이 물가가 지금보다 더 급증하고 경기가 과열될 우려가 있다면 빅스텝도 가능하지만 그 이유가 한국 경제 내부 상황 때문이지 미국을 따라 올리는 상황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빅스텝'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빅스텝 가능성을 열어두는 건 필요하다"며 "가능하면 안 하는 게 좋지만 한미 금리가 역전될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안 하면 금융시장에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으니 그런 부분 고려는 필요한 걸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빅스텝 상황이 발생하지 않게 하려면 기준금리를 지속적으로 올려야 한다는 건 확실하다"며 "점진적인 폭으로 계속적으로 올려놓는 게 바람직하다"고 언급했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치솟은 원·달러 환율 등 외환 시장을 안정시키는 게 급선무라고 봤다. 이를 위해 기준금리를 연말까지 2.50%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달 0.25%포인트 인상할 걸로 본다.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높이면 7월에도 높일 가능성이 있다"며 "미국 기준금리가 연말에 2.5% 이상 될 걸로 보는데 역전 당하지 않으려면 우리도 최소한 2.5%까지 가야하고, 지금 기준으로 1.0%포인트 올려야 한다. 0.25%포인트씩 올린다고 하면 연말까지 네 차례는 더 높여야 한다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은행은 이 총재의 '빅스텝' 발언은 원론적 수준이었다며 빅스텝 가능성을 일축했다. 한국은행 고위 관계자는 "최근 물가 상승률이 크게 높아지고 앞으로도 당분간 물가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지속될 수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통화정책을 결정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해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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