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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신흥 왕조'는 어디로…2년 만에 몰락한 챔피언 NC

등록 2022.05.18 10:4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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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부 김주희

스포츠부 김주희


[서울=뉴시스]김주희 기자 = 불과 1년6개월 전만 해도 NC 다이노스는 프로야구에 새바람을 몰고 올 팀으로 큰 기대를 받았다.

그도 그럴 것이 모처럼 나타난 '낯선' 우승팀이었기 때문이다.

KBO리그는 2005년부터 2019년까지 삼성 라이온즈와 SK 와이번스, 두산 베어스, KIA 타이거즈 4개팀이 돌아가면 정상을 차지했다. SK, 삼성, 두산이 차례대로 왕조를 누렸고 '해태 왕조'의 피를 이어받은 KIA가 좁은 틈을 두 차례 끼어들었다.

하위권의 반란이 전혀 없던 것은 아니지만 번번이 이들의 벽을 넘지 못하고 무릎 꿇기 일쑤였다.

챔피언이 되기 위한 NC의 발걸음은 2013년 시작됐다. 그해 9번째 구단으로 1군에 진입한 NC는 이듬해부터 4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며 '형님'들을 위협했다. 그리곤 2020년 마침내 창단 첫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삼성과 SK, 두산, KIA가 아닌 팀이 KBO리그 순위표 최상단에 오른 건 2004년 현대 유니콘스 이후 16년 만의 '사건'이었다.

우승 세리머니도 참신했다. 모기업인 엔씨소프트의 인기 게임 '리니지'에 나오는 인기 아이템을 본뜬 '집행검'을 뽑아 드는 세리머니로 각광 받았다. 이 자리에는 구단 사랑이 남다른 것으로 잘 알려진 김택진 구단주도 함께했다.

그렇게 첫 정상을 밟은 NC 앞에는 탄탄대로가 펼쳐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탄탄한 전력을 자랑하는 데다 젊은 선수들이 많아 앞으로의 성장이 기대됐다.

김 구단주의 야구에 대한 관심이 큰 만큼 화끈한 전력 투자는 불 보듯 뻔했다. 이미 앞서 2019시즌을 앞두고는 프리에이전트(FA) 양의지를 125억원(4년 총액)에 품은 전력도 있었다.

그러나 '신흥 왕조'라는 NC를 향한 기대가 산산이 조각나는 데는 채 2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시발점은 지난해 선수 일탈이다. 주축 선수 박석민, 이명기, 박민우, 권희동 등 4명이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어기고 원정 숙소에서 일반인들과 술자리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들 중 당시 국가대표 명단에 들어 백신을 접종한 박민우를 제외한 나머지 인원들은 모두 코로나19에 감염됐다. 이를 시작으로 KBO리그에 코로나19가 퍼져나갔고, 결국 사상 초유의 시즌 중단까지 이어졌다.

박석민, 이명기, 박민우, 권희동이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아 이탈하면서 팀은 7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라던 팀의 완벽한 몰락이었다.

새 시즌에도 NC는 신흥 문제아 구단의 명성을 입증하려는 듯 잡음으로 일관했다.

꼴찌까지 떨어진 '성적'은 작은 문제에 불과했다.

지난 3일 코치 2명이 술자리 주먹다짐으로 뉴스 메인 페이지를 장식했다. 선수들의 술자리 파문으로 팀이 비난받은 지 일 년도 되지 않아서, 이번엔 지도자들이 문제를 일으킨 셈이다. 심지어 지난해 출장정지 징계를 받은 선수들의 등록을 하루 앞둔 시점이었다. 가해 코치는 100경기 출장 정지 중징계를 받았다.

더욱 엉망이 된 분위기 속에서 술자리 파문 주인공인 박민우와 이명기, 권희동은 1군에 복귀했다. 공교롭게도 이들이 돌아온 4일부터 시작된 연패는 '7경기'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결국 구단은 팀 쇄신 명분으로 지난 11일 팀에 창단 첫 우승을 안긴 이동욱 감독을 경질했다. 해임을 결정한 감독에 "구단 고문으로 위촉하고 예우할 예정"이라며 그럴듯한 포장을 남겼지만, 씁쓸한 뒷맛은 지울 수 없다.

2020년 11월24일. 기대보다 높은 우려 속에 탄생한 NC가 처음으로 KBO리그를 정복한 날이다. 그로부터 1년 6개월이 지난 현재의 NC는 사고뭉치 리그 최하위팀이 됐다. 

새 출발에 몸부림치는 NC는 언제쯤 다시 한 번 집행검을 빼들 수 있을까.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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