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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 해제된 뉴요커들 출근 거부…"강아지 집에 두고 못 가"

등록 2022.05.20 15:16:47수정 2022.05.20 15:2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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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동안 입양된 반려견, 혼자가 익숙치 않아

뉴요커들 함께 출근하거나, 훈련…직장 퇴사까지

주인이 분리불안?…전문가 "스스로 극복할 문제"

[뉴욕= AP/뉴시스] 뉴욕 맨해튼의 월스트리트 입구에 있는 도로표지판. (AP Photo/John Minchillo) 2022.04.08.

[뉴욕= AP/뉴시스] 뉴욕 맨해튼의 월스트리트 입구에 있는 도로표지판. (AP Photo/John Minchillo) 2022.04.08.


[서울=뉴시스]문채현 인턴 기자 = 코로나19 확산세가 감소하고 위드 코로나가 일상화되면서 오랜기간 재택근무를 하던 뉴욕 시민들이 다시 출근길에 올랐지만, 출근을 두려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종일 시간을 함께 보내던 반려동물들과 떨어지기엔 반려동물의 분리불안이 너무 심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일각에선 지나치게 반려동물에 집착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반려동물의 분리불안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동물 애호협회(ASPCA)를 인용해 미국에서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동안 2300만 이상의 가구가 고양이나 강아지를 입양했다고 전했다.

맨해튼 이스트빌리지 강아지 훈련 학교의 훈련 책임자 케이트 세니시는 "주인이 직장으로 복귀하게 되면서 갑자기 수천 마리의 강아지가 동시에 분리 불안 변화를 겪게 됐다"고 말했다.

전염병 발생 이전에 기르던 강아지는 혼자 남겨지는 데 익숙하기 때문에 변화에 비교적 빨리 적응할 수 있는 반면, 팬데믹 기간 동안 태어나고 입양된 강아지들은 나이도 어리며 혼자 남겨진 경험도 없다.

케이트는 "쉽지 않겠지만 강아지들에게 새로운 훈련이 필요하다"며 "도시 아파트에 사는 강아지들은 언제나 이상적이지 않은 환경에 적응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비법으로 "집을 나설 때만 특별한 장난감을 주면 그것이 혼자 남겨지게 되는 상징으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에 특별한 장난감을 줘선 안 된다"고 말했다.

맨해튼 어퍼 웨스트 사이드에서 무역 일을 하는 토드 맥코믹은 NYT에 "사무실로 다시는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13살 된 강아지를 기르는 맥코믹은 강아지를 혼자 두지 않기 위해 팬데믹이 시작된 이후로 외식도 거의 하지 않고, 휴가도 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기르는 강아지 히긴스가 "잠시 쓰레기를 버리러 나가기만 해도 울부짖는다"며 "자신이 짧은 시간 동안 외출하는 것을 인지함에도 보내주지 않기 때문에 혼자 둘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히긴스가 "믿을 수 없을 만큼 좋은 동반자"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어린이와 강아지. (사진=유토이미지 제공) 2022.05.20.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어린이와 강아지. (사진=유토이미지 제공) 2022.05.20. *재판매 및 DB 금지


이스트빌리지에 사는 변호사 메리 셰리던은 '작은 아파트에 사는 정규직 직장을 가진 미혼모'라는 조건 때문에 강아지를 키울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팬데믹 이후 13살 아들 테오가 친구들과 놀 수 없게 되자 아들에게 다른 친구가 필요하다고 느꼈고, 2020년 여름 2200달러(약 280만원)을 지불하고 골든두들 강아지 날라를 집으로 데려왔다.

지난달 다시 직장으로 돌아간 셰리던은 "아기를 낳고 직장에 돌아갔을 때와 같은 기분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강아지와 주인 둘 다 변화를 겪고 있다"며 "현재는 분리 불안이 많이 완화됐다"고 했다. 이어 "책임감을 느끼기 때문에 강아지와 함께 할 수 있는 환경에서 키우는 것이 훨씬 더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ASPCA 행동과학팀 부팀장 팸 레이드는 갑자기 혼자 남겨진 강아지들은 "왜 갑자기 모든 사람들이 집에서 시간을 보내지 않고 문밖으로 뛰쳐나가는지 궁금하고 혼란스럽고 또 외로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직장에 복귀하기 전에 먼저 짧게 분리불안 훈련을 하고, 업무 일정에 맞춰 산책과 밥시간을 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집을 나설 준비를 할 때 강아지가 숨을 헐떡이거나 함께 나가려고 하는 등 긴장되고 불안해 보이지 않는지 확인해야 한다"라고도 주의했다.

영국 첼시에 사는 심리치료사 밀레 이스라엘은 이런 상황을 많이 겪었다. 팬데믹 이후 그의 강아지 두 마리에게 이런 걱정스러운 행동들은 일상이 됐기 때문이다.

이스라엘과 그의 남편이 함께 집을 나서려 하면 강아지들은 쓰레기통이나 밥그릇을 뒤집어 엎는 등 불안 행동을 보였다. 집에 돌아오면 집안 곳곳에서 강아지들의 배설물을 발견했다.

이스라엘은 심리치료사로서 분리불안을 '양방향관계'라고 보며 "강아지를 일터에 데려가는 것"이 해결책이라 말했다.

그래서 그는 강아지들을 아예 사무실로 데려갔다.

그는 자신이 강아지들에게 집착한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자녀의 별거 불안으로 힘들어하는 부모에게는 이렇게 하라고 조언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직업알선회사 챌린저 그레이 앤 크리스마스 부사장 앤디 챌린저는 "팬데믹 이전에도 아마존, 구글, 스퀘어 스페이스 등 많은 기술 회사는 사무실에 강아지를 데려오는 것을 허용했다"고 전했다.

다른 몇몇 회사들은 직원을 유치하고 유지하려는 방법으로 반려동물을 데려오게 하는 예외적인 조항을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이 추세가 오래가지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스트빌리지에서 개를 기르는 라프 애스터는 "진짜 분리불안은 동물이 아니라 주인에게 있을 수 있다"고 말한다.

애스터가 본 강아지들은 변화에 잘 적응했지만 "불안의 상당 부분은 강아지가 아니라 주인에게서 오는 것"이라며 "이제 사람들이 강아지를 놓아줘야 할 때"라고 전했다.

애스터는 "팬데믹은 불안장애를 앓던 사람들이 진정한 불안장애에 빠지게 되는 계기가 됐다"며 "강아지들은 어떻게든 분리불안에서 자유로워진다"고 말했다.

인적 자원 관리 협회의 인사 고문인 캐런 버크는 "가끔 있는 '애완견을 직장에 데려오는 날'을 제외하고는 강아지를 직장에서 허락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이벤트는 많지 않고 모든 직장 문화가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스스로 극복할 문제라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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