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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전 앨라배마처럼"…현대차, 한·미 시너지 기대

등록 2022.05.21 17:02:23수정 2022.05.21 18: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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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현대차 울산공장 아이오닉 5 생산라인(사진=현대차그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뉴시스]현대차 울산공장 아이오닉 5 생산라인(사진=현대차그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정규 기자 = 현대자동차그룹이 21일 조지아주(州) 전기차 전용공장 건설 등을 포함한 미국 내 전기차 투자계획을 발표하면서 현지 생산을 통한 시장 경쟁력 강화에 나설 전망이다.

미국 정부의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현지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고 영향력을 확대해나가겠다는 전략이다.

아울러 이번 미국 전용공장을 통한 생산 확대는 국내 전기차산업 성장에도 중요한 선순환 요인이 될 것이라는 게 현대차그룹의 관측이다.

현대차 "미국 전기차 전용공장, 국내 부품업체도 기회"

현대차그룹은 이번 투자를 통해 미국 전기차 전용 공장이 국내 광범위한 연관 산업의 성장을 가져오고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해외 완성차 생산이 현지에서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수요를 늘리는 한편 국내 생산과 수출 증가, 국내 부품산업의 활성화 등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성장 구조를 형성해왔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차·기아의 글로벌 경영이 본격화된 2005년의 전 해인 2004년과 비교해 지난해 양사의 국내 완성차 생산은 12%, 완성차 수출액은 79%, 국내 고용은 26% 각각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국내 자동차 부품 수출액도 279% 상승했다.

이번 미국 전기차 전용공장은 '제2의 앨라배마 효과'를 재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2005년 현대차의 첫 미국 완성차 공장인 앨라배마공장 가동을 기점으로 완성차 수출액은 큰 폭으로 증대되고 국내 부품산업의 글로벌 진출도 활성화한 바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미국 앨라배마공장과 조지아공장 건설 이후 글로벌 완성차업체로 도약했다. 공장 가동 이전인 2004년 연간 70만대에도 못 미쳤던 양사의 미국 내 판매량은 지난해 149만대로 2배 이상 늘었다. 지난해 국내 판매량인 126만대보다 많은 규모다.

이를 통해 미국 제품 공급을 담당하는 국내 공장의 대미 전기차 수출도 늘어날 것이라는 게 현대차그룹의 기대다.

현대차그룹의 미국 첫 생산 거점인 앨라배마공장은 관세 등 유·무형 장벽을 실질적으로 해소하고 현지 판매를 증대하는 데 역할을 했다. 특히 국내에서 수출하는 고부가가치 차량의 판매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쳐 국내 완성차 수출액도 증가했다.

국내에서 생산하는 팰리세이드 등 고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와 제네시스 브랜드 프리미엄 제품들의 미국시장 선전을 통해 2004년 91억8000만 달러였던 현대차·기아의 미국 완성차 수출액은 지난해 140억 달러로 52% 늘었다.

미국의 전기차 전용 생산 거점은 국내 부품업체들에게도 기회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글로벌 자동차산업의 전동화 전환 대응에 부심하고 있는 부품업체들이 미국 전기차 시장에 안정적으로 진출하는 한편 전기차 부품의 국내 생산과 대미 수출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 앨라배마공장 건설 역시 국내 중소 부품업체들에게 미국 진출의 길이 열리는 계기가 됐다. 현재 40개사가 미국에서 공장을 운영 중이며 현대차·기아 외에 현지 글로벌 완성차업체에도 부품을 납품하고 있다.

도어트림을 공급하는 한일이화의 경우 지난해 현지 공장을 통해 2812억원의 매출을 거두고 헤드라이너와 인슐레이터를 생산하는 대한솔루션의 경우 4699억원의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국내 부품사들의 대미 전체 수출액도 2004년 11억7500만 달러에서 지난해 69억1200만달러로 6배 이상 늘었다.

아울러 미국 전기차 전용공장 건설은 국내 설비업체들의 매출 증대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공장의 뼈대인 생산설비의 상당부분을 국내에서 공급받는다. 차체 프레스부터 컨베이어, 용접 로봇, 차체 조립 및 운반 관련 주요 설비들과 프레스에 장착되는 차체 금형 등이 국내에서 조달된다.

"국내 생산·수출액·고용도 증대…부품산업도 글로벌화"

이번 대미 투자를 통해 현대차그룹은 전 세계에 생산 거점을 구축하고 글로벌 시장에 전략적이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 동시에 해외 공장들의 글로벌 판매 성장세는 국내 공장의 생산 증가를 견인해 국내 일자리를 줄어들게 하는 것이 아니라 국내 생산과 수출액, 고용을 늘린다는 게 현대차의 설명이다.

현대차그룹의 해외 생산 거점 구축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2005년을 기준으로 직전 해인 2004년 현대차·기아는 국내 공장에서 269만대를 생산했지만 지난해 국내에서 302만대를 생산했다. 코로나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12.1% 증가한 규모다.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장재훈(오른쪽) 현대자동차 사장과 조지아주 브라이언 켐프(Brian Kemp) 주지사가 20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 전기차 공장 건설 예정부지에서 열린 현대차그룹-조지아주 전기차 전용 공장 투자 협약식에서 서명을 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2022.05.2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장재훈(오른쪽) 현대자동차 사장과 조지아주 브라이언 켐프(Brian Kemp) 주지사가 20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 전기차 공장 건설 예정부지에서 열린 현대차그룹-조지아주 전기차 전용 공장 투자 협약식에서 서명을 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2022.05.2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현대차·기아의 수출금액 증가폭 역시 2004년 203억6000만 달러였던 데서 지난해 363억8000만달러로 79% 확대됐다.

현대차·기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양사 직원 수는 2004년 8만5470명에서 지난해 10만7483명으로 26% 늘어나는 등 국내 고용도 탄력을 받았다. 국내 연구·개발 기능 강화로 2007년 5931명이었던 국내 현대차 연구직 인원은 2020년 1만1739명으로 97.9% 증가했다.

국산 부품의 해외 수출도 늘고 부품 협력업체도 글로벌화하고 있다. 2004년 국내 자동차 부품 수출액은 60억1700만 달러에 그쳤지만 지난해에는 4배가량 증가한 227억7600만 달러의 부품을 수출했다.

748개사에 달하는 1·2차 협력업체들이 현대차그룹과 함께 해외에 동반 진출했으며 그 결과 협력업체 평균 매출액은 2004년 979억원에서 2020년 3196억원으로 3.3배, 자산 규모는 702억원에서 2612억원으로 3.7배 늘었다.

글로벌 완성차업체들과 美 전기차 시장서 본격 경쟁

이런 가운데 미국은 친환경 정책을 뒷받침할 전기차 보급 확대를 강력하게 추진하는 만큼 이번 전기차 투자 확대는 긍정적인 신호가 될 전망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1조2000억 달러 규모의 인프라 법안에 서명하면서 미국 내 전기차 보급 확대에 대규모 예산을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2030년까지 미국 전역에 전기차 충전설비 50만기를 설치하고 전기 스쿨버스를 포함한 저공해 버스를 대대적으로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8월에는 2030년까지 미국에서 판매되는 차량의 50%를 전기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수소전기차로만 채우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이에 따라 미국 전기차 시장은 올해 75만대 규모에서 2025년 203만대, 2030년 602만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등 급격한 성장이 예상된다.

아울러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2022년형 차량부터 기업 평균연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기존보다 두 배가 넘는 벌금을 부과하기로 하고 2026년형 신형 자동차부터는 지난해보다 약 33% 높아진 연비 기준을 적용하는 등 전기치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한 규제도 강화하고 있다.

이와 함께 미국 연방정부는 미국산 제품을 우선적으로 구매해야 한다는 '바이 아메리칸'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약 44만대에 달하는 정부기관의 공용차량을 전기차로 교체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올해 10월부터는 미국산 제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완성차의 현지 생산 부품 비율을 현 55%에서 60%로 상향하고 2029년까지 75%로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세액 공제 역시 미국산 차와 수입차에 다른 기준을 적용해 미국산 차가 우선적으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글로벌 완성차업체들도 미국 내 전기차 시장 선점을 위해 투자 확대에 나서고 있다.

GM은 디트로이트 햄트랙공장 이름을 '팩토리제로(Facrory Zero)'로 바꾸고 22억 달러를 투자해 전기차 전용공장으로 바꿨으며 전기트럭 생산 확대를 위해 미시간주 제조시설 4곳에 4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하는 등 전기차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의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 얼티엄셀즈에는 26억 달러를 투입, 랜싱에 새 전기차 배터리 공장도 건설한다.

포드는 미시간주 디어본에 전기차 전용 공장을 완공해 올해부터 전기 픽업트럭 F-150을 생산하고 있으며 테네시주와 켄터키주에 대규모 전기차 조립공장과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다.

폭스바겐은 북미 전기차 생산 및 현지화를 위해 향후 5년간 71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독일에서 수입 판매하던 ID.4를 올해 하반기부터 미국 테네시주 공장에서 생산하고 배터리셀 현지 생산도 검토한다.

토요타는 2025년 가동 예정인 리튬이온배터리 공장을 비롯해 2030년까지 총 34억 달러를 투자해 미국 내에서 차량용 배터리를 생산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대미 투자는 미국 정부의 고강도 '바이 아메리칸' 정책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결정"이라며 "글로벌 전기차 주요 시장인 미국에서 톱티어 전기차 브랜드로 성장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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