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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두창 공포上]성접촉으로 전파?…15개국 확산 미스터리

등록 2022.05.23 14:48:49수정 2022.05.30 09:2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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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두와 증상 비슷하지만 중증도·전염성 낮아

15개국서 감염자 발생…광범위한 확산 이례적

남성 감염 많아…성접촉 통한 전파 가능성 제기

전문가들은 "성접촉 통한 전파로 예단해선 안돼"

호흡기·체액 통해 주로 감염…"전파 가속화 우려"

[AP/뉴시스]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가 공개한 원숭이두창 바이러스. 2022.05.20

[AP/뉴시스]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가 공개한 원숭이두창 바이러스. 2022.05.20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미국과 유럽에서 희귀 감염병인 원숭이 두창(monkeypox) 환자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국내 전파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원숭이 두창은 이전까지는 사람 간 전파가 드문 병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밀접한 신체접촉으로 감염됐을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잇따라 발견되면서 방역 당국과 의료계에서도 이번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

23일 외신 등에 따르면 세계보건기구(WHO)는 전날 영국 20건을 포함해 유럽과 미국, 호주 등 12개국에서 92건의 감염 사례와 28건의 감염 의심 사례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영국, 포르투갈, 스페인, 미국, 캐나다,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호주 등에서 감염자가 발견됐고 이스라엘과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에서도 감염자 또는 추가 의심 사례가 나와 발병 사례는 15개국으로 늘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발생이 보고되지 않았다.

원숭이 두창은 과거 단일 질병으로 가장 많은 사망자를 발생시킨 것으로 알려져 있는 천연두(두창)와 유사한 바이러스성 질환이다. 1958년 실험실 원숭이에게서 두창과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 이같은 이름이 붙었다. 1970년 콩고에서 처음으로 인간 감염 사례가 확인된 뒤 중앙아프리카와 서아프리카 지역에서 풍토병으로 자리잡았다.

원숭이 두창은 발열, 두통, 근육통 오한 등의 초기 증상을 시작으로 전신(특히 손)에 수포성 발질이 퍼지는 특징을 보인다. 천연두와 증상은 유사하지만 전염성과 중증도는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천연두의 경우 치명률이 30%에 달하지만 원숭이 두창의 최근 치명률은 3~6% 내외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사망 사례는 주로 소아에서 발생한다. '콩고형'으로 불리는 일부 타입에서는 치명률이 10%대를 나타내기도 한다.

원숭이 두창은 환자의 병변, 체액과 접촉하거나 호흡기 비말을 통해 사람 간에 감염될 수 있다. 침구와 같은 바이러스에 오염된 물질과의 접촉을 통해서도 감염이 가능하다. 그동안 원숭이 두창은 사람 간 전파가 드문 병으로 인식돼 왔다. 에어로졸(공기 중 입자)로도 전파되는 코로나19와 비교하면 호흡기를 통한 전파력이 낮고 매우 밀접한 접촉을 통해서만 감염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성적 접촉을 통한 전파 의심 사례가 잇따라 발견되면서 WHO와 방역 당국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022년 5월 이후 유럽, 북미 등에서 젊은 남성 성소수자의 감염 사례가 다수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나이지리아 등 풍토병 지역으로부터 해외 유입이 아닌 주요 도시, 성소수자 커뮤니티를 통한 밀접한 신체 접촉으로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추정이 나온다.

영국에서는 지난 5월7일 나이지리아 여행력이 있는 확진 환자가 최초로 발생한 뒤 5월16일에는 성소수자 남성 4명이 확진돼 감염 경로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다. 포르투갈에서는 확진 사례 14건과 의심 사례 20건이 모두 20~40대 남성에서 발생했고, 확진 사례 중 5명은 HIV에 감염된 성소수자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아직 원숭이 두창이 연구가 많이 이뤄진 질환이 아닌 만큼 동성간 성접촉을 통해 전파됐는지는 속단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원숭이 두창과 같이 발생지역이 아프리카에 국한돼 있던 전염병은 선진국에서도 큰 관심이 없었고 아직 전모가 밝혀져 있지 않다"며 "(동성 간 성접촉을 통한 전파는)아직은 (해외)여기저기서 생기는 가운데 일부에서 그런 사람들(성소수자)에게서 확인되고 있는 만큼 그것을 전체로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엄중식 가천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두창의 주요 전파 경로는 환자의 병변·체액을 접촉하거나 호흡기 비말을 들이마시는 경우"라며 "성접촉을 하더라도 호흡기나 피부를 통해 노출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성접촉을 통해 전파됐다는 근거는 아직 없다"고 언급했다.

원숭이 두창은 지난 2018년과 2019년 나이지리아 여행객을 통해 영국과 이스라엘, 싱가포르에서 환자가 확인된 경우가있지만 10개국 이상에 광범위하게 확산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때문에 WHO는 이 병이 지역사회에 광범위하게 전파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한스 클루게 WHO 유럽사무소장은 "여름철 사람들이 축제와 파티를 위해 모인다"면서 "감염이 가속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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