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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 굴기' 나선 SKT…韓 강소기업들과 연대 나선 이유(종합)

등록 2022.05.25 09: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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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보안등급 암호칩과 '원칩' 개발…국방·공공 시장 공략

생체인증키와 기술 결합…인도 인증 사업 등 글로벌 진출 타진

10년 내 8억개 IoT 기기 연결 목표…IP 사업도 준비

【서울=뉴시스】 SK텔레콤이 비트리, 케이씨에스, 옥타코 등 국내 암호분야 강소기업들과 함께 QRNG로 보안을 강화한 제품을 개발, 글로벌 시장 진출에 도전한다. 김동우 SK텔레콤 혁신사업개발1팀 팀장이 사업 청사진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SK텔레콤이 비트리, 케이씨에스, 옥타코 등 국내 암호분야 강소기업들과 함께 QRNG로 보안을 강화한 제품을 개발, 글로벌 시장 진출에 도전한다. 김동우 SK텔레콤 혁신사업개발1팀 팀장이 사업 청사진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서울=뉴시스】심지혜 기자 = SK텔레콤이 국내 보안 강소기업들과 함께 양자암호 시장을 키우고 글로벌 선점에 본격 나선다.

25일 SK텔레콤에 따르면, 이 회사는 자회사인 IDQ의 양자난수생성기술(QRNG)을 기반으로 시스템 반도체 설계 전문기업인 비트리와 케이씨에스(KCS), 생체인증 벤처기업 옥타코 등과 협업해 양자암호 관련 응용 제품을 개발 중이다.

양자(퀀텀)는 더이상 쪼갤 수 없는 물리량의 최소 단위다. 양자의 특성을 이용해 패턴을 분석할 수 없는 숫자(난수)를 무작위로 생성해 보안을 강화하는 기술이다. SK텔레콤은 2011년 8월부터 양자 기술을 준비하다 같은 해 10월 양자기술연구소를 설립하며 연구를 본격화했다. 2018년에는 양자암호통신기업 IDQ를 인수했다. IDQ는 반도체 설계 전문기업 비트리와의 협력을 통해 2020년 세계 최초로 양자난수생성기술(QRNG) 칩을 내놨다.

이는 5G, LTE 회선의 가입자 인증 서버에 적용하다 삼성전자와의 협업을 통해 스마트폰으로 영역을 넓혔다. 이 칩을 탑재한 첫 스마트폰 '갤럭시A 퀀텀'은 출시 6개월 만에 30만대 이상 판매됐다. SK텔레콤은 이후 QRNG 칩을 탑재한 스마트폰을 두 개 더 출시했다.

QNRG 칩 관련 사업은 SK텔레콤 자체적으로만 추진하는 것이 아닌 보안 강소기업들과의 협력을 통해 확장하고 있다.

김동우 SK텔레콤 혁신사업개발1팀 팀장은 ""QRNG 칩에 대한 시장 수요가 있지만 우리가 모든 영역을 다 담당하지 못하는 만큼 강소 기업과의 상생·협력을 통해 기술 리더십을 확보해 나갈 것"이라며 "상생 협력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 시장 규모를 키우고 글로벌로 나아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SK텔레콤은 2020년 비트리와 모바일용 QRNG 칩셋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 (사진=SK텔레콤 블로그) 2022.5.24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SK텔레콤은 2020년 비트리와 모바일용 QRNG 칩셋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 (사진=SK텔레콤 블로그) 2022.5.24 *재판매 및 DB 금지



스마트폰용 QRNG 칩 '최초' 개발…최고 보안 칩과 '원칩' 추진

QRNG 칩 개발은 2016년 SK텔레콤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첫 목표는 상용화까지도 아니었다. 칩 기능만 동작하는 걸 최우선으로 설정했다. 그러다 시범 제품 제작에 성공하면서 스마트폰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상용 제품 개발로 목표를 높였다. 이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고온·저온 환경에서 견딜 수 있어야 하는 데다 내구성 등 일정 기준의 신뢰성을 확보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2020년에 개발에 성공했고, 이를 탑재한 첫 갤럭시A 퀀텀을 선보일 수 있었다. 이후에는 두 개의 모델을 더 출시했다. 앞으로는 공정 기술을 개선, 더 작고 속도가 2배 더 빠르면서 가격을 낮춘 차세대 칩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QRNG 칩셋 설계 과정에는 비트리가 협력하고 있다. 김희걸 비트리 부사장은 "현재의 QRNG 칩은 굉장히 복잡한 패키지 구조를 갖고 있는데 이를 개선한 차세대 칩을 2024년 초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적용 분야를 더 넓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최고 보안 등급을 받은 케이씨에스(KCS)의 칩과 QRNG 칩을 하나로 합친 '양자암호 원칩'도 개발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SK텔레콤은 IDQ, 케이씨에스와 QRNG 원칩을 개발한다. (사진=SK텔레콤 제공) 2022.5.24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SK텔레콤은 IDQ, 케이씨에스와 QRNG 원칩을 개발한다. (사진=SK텔레콤 제공) 2022.5.24 *재판매 및 DB 금지



케이씨에스는 사물인터넷(IoT) 기반의 다양한 제품과 디바이스에 보안을 제공하는 암호칩(KEV7)을 개발했다. KEV7 칩은 국정원으로부터 전체 2등급 암호모듈검증(KCMVP) 인증을 획득, 국내 암호칩 중에서 가장 높은 보안등급을 받았다.

양자암호 원칩은 KEV7 칩에 QRNG 칩을 탑재, 보안을 강화한 제품이다. 이 칩 역시 내년 상반기에 KCMVP를 획득한다는 계획이다.

양사는 이 원칩으로 국방 무기체계사업과 한전 배전망, 철도 제어 시스템 등에 적용하는 공공기관 사업, 월패드 등 홈네트워크 보안 시장 등으로의 진출을 추진한다.

김한직 케이씨에스 상무는 "SK텔레콤과 공동투자·사업개발 형태로 진행하고 있는 양자암호 칩은 내년 초 상용화할 계획"이라며 "이를 토대로 국방·공공 시장에서의 사업 성장이 예상된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서울=뉴시스] SK텔레콤과 IDQ, 생체인증 벤처기업 옥타코는 양자난수생성기술을 적용한 지문인식 보안키 ‘이지퀀트(EzQuant)’를 세계 최초로 출시했다. (사진=SK텔레콤 제공) 2021.6.15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SK텔레콤과 IDQ, 생체인증 벤처기업 옥타코는 양자난수생성기술을 적용한 지문인식 보안키 ‘이지퀀트(EzQuant)’를 세계 최초로 출시했다. (사진=SK텔레콤 제공) 2021.6.15 *재판매 및 DB 금지



지문인식 보안키 시장도 함께…인도 대국민 인증 시장 공략

생체인증 벤처기업 옥타코와는 지문인식 보안키 사업에서 협력하고 있다. 옥타코의 온라인 인증 서비스 기반 카드형 지문보안키(FIDO)에 QRNG 기술을 결합한 ‘이지퀀트(EzQuant)’가 대표 서비스다.

FIDO는 온라인 환경에서 ID, 비밀번호 없이 생체인식 기술을 활용해 개인 인증을 수행하는 기술이다. 주로 지문이나 홍체 등 생체정보를 이용한다.

이지퀀트는 현재 경기도청과 대전상수도 사업본부, 지하철 통합관제 CCTV 관리자 보안인증 수단으로 채택됐다.

기존 생체인증으로 수행하던 PC 로그인과 그룹웨어, 전사적자원관리(ERP)와 같은 사내 보안 시스템의 모든 인증과도 연동할 수 있다. 사무실 출입에 필요한 근거리무선통신(NFC) 기능을 활용해 출입 보안에도 이용할 수 있다.

이지퀀트는 인도 대국민 인증 서비스인 안다하르 프로젝트를 겨냥한 QRNG 지문 인증장치를 준비 중이다.

유미영 옥타코 이사는 "기존에는 개인정보를 중앙 서버에 저장해 인증했는데, 최근 들어서는 인증 값만 중앙에 보내는 방식으로 보안이 강화되고 있다"며 "여기에 QRNG를 적용하면 더 높은 보안성을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아다하르 공식 협력 업체 등록을 위해 인증 테스트를 준비하고 있다"며 "완료 후 등록이 된다면 전국민 인증 서비스에 우리 QRNG 보안키가 적용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옥타코는 QRNG를 결합한 FIDO 기술로 마이크로소프트의 MS365나 구글 클라우드 등 글로벌 오피스 플랫폼과의 연동은 물론 글로벌 기업·미국 연방정부 인증 서비스까지 공략할 예정이다.
[서울=뉴시스] SK텔레콤이 보안 강소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QRNG 시장 확대에 나선다. (사진=SK텔레콤 제공) 2022.5.24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SK텔레콤이 보안 강소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QRNG 시장 확대에 나선다. (사진=SK텔레콤 제공) 2022.5.24 *재판매 및 DB 금지



10년 내 8억개 기기에 접목…퀄컴 같은 사업자와의 제휴도 기대

SK텔레콤은 QRNG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보고 사물인터넷(IoT)·차량용 사이버 보안(V2X)·금융 등 다양한 영역에서 여러 업체들과 솔루션을 연구 개발하고 있다.

엄상윤 IDQ 코리아 대표는 "QRNG는 양자 난수 생성 시장에서 초기 단계지만, 거꾸로 말하면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며 "양자 관련 소사이어티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QRNG 시장 규모는 2026년 약 8조 정도 규모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목표는 약 10년 내 8억개 이상의 IoT 기기에 QRNG를 연결해 각각의 데이터 전달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퀄컴, 인텔 등과 같은 반도체 사업자들과의 협업도 구상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하드웨어(HW) 수준의 칩 결합이 아닌 소프트웨어(SW)를 공급하고 라이센스를 받는 구조로 만들어 간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연구개발 담당 조직인 T3K과도 협업하고 있다.

김 팀장은 "현재는 통합칩 구조로 가고 있지만 이대로는 글로벌 반도체 사업자와 협업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궁극적으로는 지식재산권(IP)을 제공하고 라이센스를 받는 방식으로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자난수생성 시장 경쟁자로는 이와이엘(EYL)을 지목했다. 하지만 더 많은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보다 함께 시장을 키워가는 동지로 평가했다.

김 팀장은 "양자 사업을 하는 이들끼리는 시장을 키워서 나누는 것이 더 낫다고 보고 있다. 혼자서는 갈 수 없다"며 "경쟁자라기보다 같이 시장을 만드는 동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민용 SK텔레콤 담당(CDO)은 "국내 양자보안기술 생태계 구축을 통해 국내외 양자 사업을 강화하겠다"며 "중장기 R&D 기반 국방, 공공 보안 시장을 중심으로 민간 IoT, V2X, 금융 등 다양한 영역으로 양자암호 시장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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