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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정신과 진료 대기 1~2년"…코로나에 아이들 마음이 아파요

등록 2022.05.25 06:43:00수정 2022.05.25 09: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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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병원 1~2년, 개인병원 3~6개월 대기해야

전문가 "코로나, 포괄적으로 아동 정신에 영향"

"관련 실태 조사와 연구는 미비" 지적도

서울시, 전국 최초 영유아 발달실태조사 나서

[광주=뉴시스] 류형근 기자 = 100회 어린이날을 이틀 앞둔 지난 3일 오전 광주 북구 전남대학교 후문 잔디밭에서 북구청직장어린이집 원생들이 마스크를 벗고 야외 활동을 하고 있다. 2022.05.03. hgryu77@newsis.com

[광주=뉴시스] 류형근 기자 = 100회 어린이날을 이틀 앞둔 지난 3일 오전 광주 북구 전남대학교 후문 잔디밭에서 북구청직장어린이집 원생들이 마스크를 벗고 야외 활동을 하고 있다. 2022.05.0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임하은 기자 = #. 인천에 거주하는 40대 여성 A씨는 아이의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ADHD) 증상으로 최근 소아정신과를 찾아 삼만리다. 집 주변에는 괜찮은 병원이 없고 서울의 유명 대학병원들은 1~2년 대기해야 한다고 해서다.

#. 워킹맘 B씨는 최근 유치원 선생님으로부터 7살 딸 아이의 문제 행동에 대한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독단적인 행동을 자주 한다는 것. 자폐 증상이 의심돼 인근 대학병원에 문의하니 내년 초까지 진료 일정이 차있어 예약도 받을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 7살 아들을 키우는 C씨는 지난 4월 서울 한 유명 대학병원에서 예약 대기를 걸어둔 지 2년만에 아이의 초진을 받았다. 종합심리검사는 7개월 후에야 잡혔다. 대기시간이 길어져 또 다른 대학병원도 예약해놨지만 이마저도 내년 말이 돼야 진료를 볼 수 있다고 해 걱정이 앞선다. 

25일 뉴시스 취재에 따르면 코로나 기간 불규칙한 등원, 감염과 격리의 스트레스 등으로 발달 지연을 겪고 있는 아이들이 늘면서 유명 대학병원은 물론 개인병원의 소아정신과까지 환자들이 몰리고 있다.

개인병원 소아정신과의 경우 초진 예약까지 최소 3~6개월이 소요된다. 대형 대학병원의 경우 1~2년 혹은 그 이상을 기다려야 할 정도로 예약자가 많다.

서울대병원의 한 소아정신과 교수는 "점심시간 없이 하루 100여명의 외래환자를 봐야 해 잠깐의 인터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른 대학병원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배승민 가천대 길병원 소아정신과 교수는 "코로나 기간 이후 진료 대기가 많이 늘었다. 대학병원뿐만 아니라 개인병원들도 대기 기간이 긴 건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병원을 찾는 아동이 늘어난 이유에 대해 2년 넘게 지속된 코로나19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고 본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각종 사회·가정의 변화가 아이들의 정신 건강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광주=뉴시스] 류형근 기자 = 100회 어린이날을 이틀 앞둔 지난 3일 오전 광주 북구 전남대학교 후문 잔디밭에서 북구청직장어린이집 원생들이 마스크를 벗고 야외 활동을 하고 있다. 2022.05.03. hgryu77@newsis.com

[광주=뉴시스] 류형근 기자 = 100회 어린이날을 이틀 앞둔 지난 3일 오전 광주 북구 전남대학교 후문 잔디밭에서 북구청직장어린이집 원생들이 마스크를 벗고 야외 활동을 하고 있다. 2022.05.03. [email protected]


배 교수는 "전세계적으로 거리두기, 보육기관 내방의 어려움, 가정의 경제적 악화, 부모의 스트레스 증가 등으로 아동의 언어 및 인지발달, 애착, 사회성 발달 등 광범위한 부정적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의진 연세대 세브란스 소아정신과 교수는 "어른들의 코로나 블루와 아이들의 문제를 똑같이 보고 넘어가선 안 된다"며 "어른들은 회복 탄력성이 있는데 영유아나 청소년들은 뇌가 빨리 자라는 시기라서 이때 한번 비틀 거리면 따라잡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코로나 기간 영유아의 발달 실태에 대한 제대로 된 조사도 부족한 실정이다.

신 교수는 "소아청소년들이 뇌가 가장 많이 자라나는 시기에 자기조절, 사회 규칙을 내면화하는 훈련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해외에서는 관련 연구가 활발한데, 우리나라에서는 연구와 대책이 미비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배 교수도 "여러 기관이 코로나19가 소아청소년에게 미친 영향에 대한 연구를 시도 중인 것으로 알고 있지만 통합적인 연구는 부족하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전날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와 함께 전국 최초로 코로나 시기를 겪은 영유아 600명을 대상으로 발달 실태조사에 나선다고 밝혔다. 실태조사 후 관련 후속 지원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발달 검사를 희망하는 가정에서는 이날부터 6월7일까지 서울특별시보육포털서비스 내 오픈된 '서울아이 온라인 발달상담소'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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