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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병지옥]①"월급보다 많은 간병비"…홀로 벌면 감당도 못한다

등록 2022.06.23 08:01:00수정 2022.06.23 08:5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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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종일제'…한 달에 300만~400만원 부담

투병 길어지면 간병 파산, 심해지면 '간병 살인'도 불러

"간병, 꼭 필요한 서비스…비용 문제 사회적 논의 시급"

[서울=뉴시스] 사진은 기사 특정 내용과 관련없습니다. (사진=뉴시스 DB). 2021.11.0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사진은 기사 특정 내용과 관련없습니다. (사진=뉴시스 DB). 2021.11.0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중견기업에 재직 중인 최승일(가명) 씨는 스스로 만족스러운 연봉을 받고 있지만 매 주말마다 돈 때문에 씨름을 한다. 2015년 뇌경색으로 쓰러진 아버지의 간병비를 주급으로 지불해야하기 때문이다. 비용 문제 때문에 대학병원과 요양병원을 거쳐 가정에서 돌봄을 시도했지만 어머니가 너무 힘들어하는 모습에 요양병원을 들락이길 반복했다. 최씨는 2015년 이후 간병비로만 1억원을 넘게 썼다.

의료비 지원금, 건강보험제도 등으로 의료비와 관련된 복지 제도가 발달하고 있지만 간병비는 대부분 100% 본인부담이어서 환자와 보호자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23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환자 1인 간병인의 경우 하루 비용이 10만~15만원 선이다.

코로나19 전에는 필요한 시간에 따라 간병인을 고용하는 '시간제'도 일부 있었지만 코로나19 유행 이후엔 병원 출입시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아야 하고, 병원에서도 잦은 출입과 보호자 교대를 지양해 주로 '종일제'로만 운영한다.

특히 코로나19로 간병인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외국인들이 숫자가 줄면서 간병인을 구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졌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감염병 관리 시스템에 의하면 지난 5월31일 기준 현장에 있는 간병인은 3만7416명이다. 보건사회연구원 학술지 '보건경제와 정책연구'에 실린 '사적 간병비 규모 추계와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정책적 시사점' 논문에는 연간 사적 간병 수요가 2018년 기준 1억4600만명에 달한다.

거동을 할 수 없는 와상환자나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환자, 남자 환자는 간병인을 구할 경우 간병인 구하기 난이도는 더 올라간다.

지난 3월 시어머니가 뇌경색으로 쓰러진 이예솔(가명)씨는 "병원에서 안내해 준 업체들에 연락을 돌렸는데 시어머니 몸무게를 말했더니 자기네 업체에서는 일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해 결국 몸무게를 공개하지 않고 간병인을 구했다"며 "일당 12만원을 주기로 했는데, 간병인이 오더니 환자 몸무게가 많이 나간다며 돈을 더 달라고 해서 13만원으로 올렸다"고 말했다.

지난 5월 교통사고로 아버지가 하반신을 다친 이정준(가명)씨는 "처음엔 간병비로 하루에 12만원이라고 하더니 남자 간병인을 찾는다고 하니까 19만원을 줘야 한다고 하더라"라며 "이 돈 주고도 간병인 구하는 게 쉽지 않다고 해서 결국 19만원을 내고 간병인을 썼다"고 말했다.

어렵게 간병인을 구하더라도 환자와 보호자들은 간병 비용에 허덕일 수밖에 없다.

10만~15만원의 중간선인 12만5000원을 기준으로 하면 간병인을 한 달 이용할 경우 375만원이 필요하다. 연봉 5400만원인 직장인이 4대 보험과 소득세 등을 제외하고 받는 실수령액 전액을 한 푼도 쓰지 않고 지불해야 하는 수준이다.

이예솔씨는 "하루 간병비가 13만원이라 한 달에만 390만원인데 월급보다 많다"며 "당장 집 살때 받은 대출금의 이자에 아이에게 들어갈 교육비까지 생각하면 앞이 캄캄하다"고 말했다.

시민단체인 간병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연대(간병시민연대)가 지난 4월 간병 경험이 있는 113명을 대상으로 가장 시급한 문제를 묻는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절반에 달하는 44.2%가 '간병 비용'을 첫 손에 꼽았다.

이 때문에 투병 기간이 길어질수록 보호자, 특히 가족의 부담이 커지면서 '간병 파산', 심하면 '간병 살인'까지 발생하기도 한다. 지난해 뇌졸중으로 쓰러진 아버지를 홀로 돌보다 죽음에 이르게 한 '강도영씨 사건'이 대표적이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환자 입장에서 간병은 꼭 필요한 서비스인만큼 간병 비용에 대한 문제는 사회적으로 시급히 논의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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