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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년 을지면옥 폐점일, 100여명 긴 줄..."추억과 함께 마지막 한 그릇"

등록 2022.06.25 12:37:44수정 2022.06.25 16: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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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면옥, 을지로 시대 마감…이전할 장소 물색 중

"10년째 이어온 평양냉면 모임, 이제 어디서 하나"

"자리 옮기면 맛 변하기 마련…일부러 일찍 찾아와"

[서울=뉴시스] 전재훈 기자 = 37년 동안 서울에서 평양냉면 맛집으로 자리 잡아 온 서울 중구 을지면옥이 25일 을지로 시대를 마감한다. 2022.06.25. kez@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전재훈 기자 = 37년 동안 서울에서 평양냉면 맛집으로 자리 잡아 온 서울 중구 을지면옥이 25일 을지로 시대를 마감한다. 2022.06.2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전재훈 기자 = "100번째래. 금방 빠질 거야."

영업 마지막 날인 25일 평소보다 30분 이른 10시30분께 문을 연 서울 중구 을지면옥은 개점과 동시에 만석을 이뤘다.

을지면옥 입구에서부터 을지로3가역 5번 출구를 따라 줄을 선 손님 100여명은 땡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순서를 기다렸다.

경기 남양주시에서 오전 9시께 집을 나섰다는 강형석(30)씨는 "평양냉면 마니아로서 을지면옥은 평양냉면의 기준이다. 기준이 사라진다니 슬픈 일이다"라면서 "11년 전 대학교 선배를 따라온 을지면옥은 변함없는 맛으로 을지로를 지키고 있었기에 더 아쉽다. 어제 을지면옥을 찾았던 친구가 오늘 영업 마지막 날이라고 알려줘서 아침 일찍 출발했다"고 전했다.

그는 "하동관이 을지로에서 마지막 영업을 하던 날도 찾아가 맛을 봤는데, 결국 자리를 옮기면 맛이 변하더라. 지금 이 맛은 이 자리에서만 경험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마지막 한 그릇 먹으러 찾아왔다"고 했다.

한동석(69)씨는 10년 동안 한 달에 한두 번씩 을지면옥에서 '평양냉면 모임'을 가져왔다. 그는 "친구 5명이서 평양냉면 모임을 가져왔는데, 가게를 옮길 때까지 어디서 모임을 가져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젊을 때 처음 온 곳인데 과거의 추억이 모두 사라진다니 아쉬울 뿐이다. 어서 다른 곳에 다시 자리를 잡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여자친구와 을지면옥을 찾은 박경련(25)씨는 "오늘이 3번째 방문이지만 그동안 쌓인 추억들이 담긴 장소가 사라진다니 슬프다. 더 자주 오지 못해서 아쉽다"고 말했다.

을지면옥 사장 홍정숙(66)씨는 손님을 맞이하던 와중에도 눈물을 글썽이면서 "섭섭하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마음이 아프고… 그동안 저희 식당을 많이 이용해 주신 손님분들께 감사하다. 결과적으로 우리가 여기서 떠나게 됐지만 새로운 곳으로 가서 손님분들께 이 맛을 유지하면서 대접하고 싶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전재훈 기자 = 37년 동안 서울에서 평양냉면 맛집으로 자리 잡아 온 서울 중구 을지면옥이 25일 을지로 시대를 마감한다. 2022.06.25. kez@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전재훈 기자 = 37년 동안 서울에서 평양냉면 맛집으로 자리 잡아 온 서울 중구 을지면옥이 25일 을지로 시대를 마감한다. 2022.06.2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37년 동안 서울에서 평양냉면 맛집으로 자리 잡아 온 을지면옥이 을지로 시대를 마감한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3-2구역 재개발 시행사가 을지면옥을 상대로 낸 '부동산 명도단행 가처분'에서 법원이 1심을 뒤엎고 시행사의 손을 들어주면서, 을지면옥이 시행사에 건물을 인도해주게 됐다.

법원의 가처분 판결 이후 을지면옥은 우선 영업을 중단하고 자리를 비우기로 했다. 가처분 소송 결과와 별개로 아직 건물인도 본안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어서 당분간 영업을 이어가지 않겠냐는 관측도 나왔지만, 건물을 떠나는 쪽으로 결론을 내린 것이다.

1985년부터 37년간 운영해온 을지면옥의 시초는 1.4 후퇴 때 월남한 김경필씨 부부가 1969년 경기도 연천에 개업한 '의정부 평양냉면' 집이다. 이들 부모로부터 독립한 첫째 딸은 중구 필동에 필동면옥을 세웠고, 둘째 딸이 세운 곳이 이곳 을지면옥이다.

을지면옥이 자리한 세운지구 3-2구역에 대한 재개발 사업은 2017년 4월 시행사가 사업시행 인가를 받으면서 본격화됐다. 2018년 박원순 전 시장이 생활유산으로 지정된 을지면옥을 강제로 철거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한때 사업에 제동이 걸리기도 했다. 1년 뒤 서울시가 을지면옥을 철거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지만, 을지면옥이 보상금 액수를 두고 시행사와의 갈등으로 소송전을 벌이면서 사업은 장기간 표류해왔다.

을지면옥은 이날 오후 3시 영업을 종료하고, 새로운 장소를 찾아 이전할 계획이다.
[서울=뉴시스] 전재훈 기자 = 37년 동안 서울에서 평양냉면 맛집으로 자리 잡아 온 서울 중구 을지면옥이 25일 을지로 시대를 마감한다. 2022.06.25. kez@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전재훈 기자 = 37년 동안 서울에서 평양냉면 맛집으로 자리 잡아 온 서울 중구 을지면옥이 25일 을지로 시대를 마감한다. 2022.06.2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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