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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 3대 사상가' 노자·장자...'열자'는 어떤 사람?

등록 2022.07.04 15:54:31수정 2022.07.04 16: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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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장담의 열자주'. (사진=한길사 제공) 2022.07.0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장담의 열자주'. (사진=한길사 제공) 2022.07.0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장담의 열자주'(한길사)는 '열자'의 최초 주석서를 번역·해설한 책이다. '열자'는 '노자'·'장자'와 함께 도가의 3대 사상서로 꼽힌다.

전국시대 정나라 출신의 도가 사상가인 '열자'는 노자의 제자이자 장자의 선배다. 311년 '영가의 난'을 겪으며 분실되고 4세기 후반에 재편집된 열자서는 이민족에 의한 한족 멸망과 오호십육국 시대 전란의 역사를 함께했다.

저자인 장담(330~400년 무렵)은 위진 현학의 최후를 장식한 학자로, 열자서에 대한 최초의 주석을 남겼다. 유가와 도가사상뿐만 아니라 불교사상까지 융합해 '열자'의 사상을 날카롭게 분석했다.

노자와 장자 사상과 함께 도가의 세계관을 공유하는 열자서는 본체론이나 인식론에 있어서는 도가와 비슷하다. 그러나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의 문제에서 열자의 가치관과 인생관은 고유의 특징을 나타낸다. 노장이 탈속적인 태도로 고원한 도를 추구한다면 열자는 현실과 세속을 정확히 직시한다.

"노자가 화광동진의 경지에 이른 달관한 도인이고 장자가 우주를 넘나드는 초월적 지인이라고 한다면, 열자는 도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 보통 사람"이다. 열자서 속의 열자는 스승이나 깨달음을 주는 선생이 아니라, 스승에게 훈계받는 제자로 등장한다. 성공담이 아닌 실패담 속에서 인간의 분투를 드러내고 삶의 실상을 처절하게 그린다. 그 속에서 오롯한 삶을 추구하는 방법을 말하는 열자의 사상은 다른 어떤 관념적 사상보다 친근하게 다가온다.

엄숙주의에 젖은 도학자들과는 또 다른 도(道)를 추구했던 열자. 공사다망한 역사를 거치며 살아남은 열자서의 전수 과정처럼, 그 안에 담긴 열자의 사상도 인간이 발붙인 땅에서부터 시작되고 자라난다.

20세기의 실존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1889~1976)는 자신의 철학을 개진하는 과정에서 중국인과 함께 노자의 '도덕경'을 번역하는 등 도가 철학에 특별한 관심을 보였다. 하이데거의 탈근대적 세계관과 도가 철학이 맞닿는 지점은 '열자'에서도 발견된다. "양주가 말하는 지(智)란 자연을 정복하는 도구적 이성 능력이 아니라, 자연과 완전하게 어우러질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천지만물은 우리와 같이 생겨났으니 모두 같은 종류입니다. 같은 종류에는 귀천이 없고 다만 지혜의 차이에 의해 서로 제압하고 서로 잡아먹는 것이지, 서로 누구를 위해 생긴 것이 아닙니다." 이 발언의 주인공은 어린아이다. 대부의 그릇된 생각을 바로잡아 지적하는 주체로 어린이를 설정한 것은 열자가 기원전 인물임을 고려했을 때 파격적이지 않을 수 없다. 열자 사상은 다른 어떤 동양 사상보다도 현대적이며 진보적이라는 평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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