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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롱, 선거 패배 후 내각 소폭 개편…의회 반응은 냉소적

등록 2022.07.05 17:5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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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롱, 집권2기 내각 인사 소폭 단행

보건부, 생태전환부 장관 등 3명 교체

측근들 대부분 자리 지켜 개각 폭 미미

"새로운 출발 모색한 개편안 기대 이하"

[이르핀=AP/뉴시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이르핀을 방문해 전쟁 피해 상황을 보고 있다. 유럽연합(EU) 4개국 프랑스·독일·이탈리아·루마니아 정상들은 이날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후보국 지위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2022.06.18.

[이르핀=AP/뉴시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이르핀을 방문해 전쟁 피해 상황을 보고 있다. 유럽연합(EU) 4개국 프랑스·독일·이탈리아·루마니아 정상들은 이날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후보국 지위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2022.06.18.

[서울=뉴시스] 박준호 기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집권 2기를 시작하면서 내각 개편을 단행했지만 프랑스 의회에서 법안 통과를 위한 동력을 얻기는 힘들 전망이다.

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이 의회 과반수를 크게 약화시키고 그의 정적들을 지지하는 선거가 있은 지 몇 만에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하기 위해 이날 내각을 소폭 개편했다.

지난 6월 총선에서 낙선한 3명 장관 자리가 이날 교체됐다. 마크롱 대통령은 총선을 앞두고 선거에 출마한 모든 장관들이 패배할 경우 사임해야 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프랑스 보건부 장관인 브리지트 부르기뇽을 포함해 3명이 이런 상황에 처했다.

신임 보건부 장관은 응급의학과 의사 출신이자 프랑스 응급의료서비스협회를 이끌고 있는 프랑수아 브라운으로 교체됐다. 브라운 장관은 최근 프랑스 병원들을 괴롭히고 있는 여름철 인력 부족에 대한 해결책을 찾기 위해 임명됐다.

지난 5월 의회 관계 담당 장관으로 지명된 올리비에 베랑은 정부 대변인으로 임명됐다. 신경과 전문의인 베랑은 마크롱 대통령의 첫 임기에 코로나19 대유행이 절정에 달했을 때 보건부 장관을 지냈고, 정부 대응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면서 그를 행정부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인물 중 한 명으로 만들었다.

총선에 낙선한 아멜리에 드 몽살린 생태전환부 장관의 후임자는 '수평선(Horizons)'을 창당한 에두아르 샤를 필리프 전 총리의 측근으로 알려진 크리스토프 베슈 루아르 시장이 내정됐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정상회담과 외교적 노력에 주력하느라 집권 2기를 위한 강력한 국내 노선을 아직 정하지 못한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달 프랑스 하원에서 중도 정당 연합이 절대 다수 의석을 상실한 후 새로운 출발을 모색하고 있다.

선거가 끝난 후, 마크롱 대통령은 엘리자베트 보른 총리에게 정계 전반에 걸쳐 대표들이 포함할 수 있는 '새로 실천하는 정부(new government of action)'를 구성하기 위해 의회과 협의할 것을 요청했고, 보른 총리는 지난 주 당 지도자들과의 만남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2017년 마크롱 대통령의 첫 당선 이후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브뤼노 르메르 재정경제부 장관을 포함해 보른 총리와 세네갈 출신 아버지와 프랑스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소수민족 전문 역사학자 팝 은디아예 교육부 장관, 카트린 콜로나 외교부 장관, 세바스티앙 르코르뉘 국방부 장관 등 실세들이 5월 마크롱 대통령 재선 이후에도 대거 자리를 지켰다.

마크롱 대통령이 야당 인사를 내각에 참여시켜 국정운영에 다소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관측과는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다. 4일 내각 인선이 예상했던 것만큼 광범위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는 새 정부가 프랑스 하원에서는 마크롱 대통령이 원하는 법안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마크롱 대통령은 4일 첫 국무회의 연설에서 새로 임명된 각료들에게 '도전적인 타협'을 이룰 수 있는 '야망있는 정부'를 원한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우리나라는 개혁과 변화가 필요하다"며 주류 야당이 자신의 정부에 참여하기를 내키지 않아 한다고 비판했다.

베랑 대변인은 이날 취임에 앞서 기자들에게 "그 어느 때보다도 정치적 상황이 프랑스 국민과 정치인들 사이의 단절감을 해소하기 위해 투명성과 대화, 쇄신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매일, 각 법안에 대해, 우리는 국회의원 뿐만 아니라 다수의 프랑스인과 함께 지속적으로 과반수를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 인선은 마크롱 전 총리의 오랜 파트너인 중도 성향 정당 '민주운동당(MoDem)'과 에두아르 필리프 전 총리가 만든 '수평선(Horizons)' 정당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필요성을 암시했다. 이들 정당에서 각료 6명이 4일 선출됐는데, 이는 이전의 2명에서 늘어난 것이다.

그러나 마크롱 대통령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그랬듯이, 좌파나 우파 정당들로부터 어떤 핵심 목표물도 빼앗지 않았고, 심지어 그의 첫 임기 때 내각에 있었던 관료들까지 불러들여 마크롱 대통령이 선택할 수 있는 매우 얕은 후보군(very shallow bench)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반대론자들이 암시하게 만들었다.  
[파리=AP/뉴시스] 16일(현지시간) 프랑스의 새 총리로 임명된 엘리자베트 보른이 파리에서 열린 인수인계식을 지켜보고 있다. 그는 프랑스 현대사 두 번째이자 30년 만의 첫 여성 총리가 됐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1기 정부에서 교통, 환경, 노동부 장관을 지냈다. 2022.05.17.

[파리=AP/뉴시스] 16일(현지시간) 프랑스의 새 총리로 임명된 엘리자베트 보른이 파리에서 열린 인수인계식을 지켜보고 있다. 그는 프랑스 현대사 두 번째이자 30년 만의 첫 여성 총리가 됐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1기 정부에서 교통, 환경, 노동부 장관을 지냈다. 2022.05.17.

우파 야당인 공화당(Les Républicains)의 피에르 앙리 뒤몽 사무차장은 4일 BFMTV 뉴스채널과의 인터뷰에서 "새 정부는 새로운 임기의 시작이라기보다는 집권 말기에 가깝다"며 "통합정부를 약속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주요 인사를 한 명도 발탁하지 않았고, 거물급 인사도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사상 최대 의석을 차지한 극우 정당 국민연합(National Rally)의 마린 르펜 당대표는 트위터를 통해 "마크롱 대통령은 다시 한번 투표의 심판과 새로운 정책에 대한 프랑스 국민들의 바람을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5월 임명된 이후 성폭행 및 강간 의혹이 커지고 있는 다미앵 아바드 장애인부 장관에 대한 재신임을 거부하며 전격 경질했다.

프랑스 정치인들의 성차별과 성적 학대에 대한 판결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적어도 세 명의 다른 여성들이 강력하게 잘못을 부인하고 있는 아바드씨를 고발했고, 파리 검찰청은 지난주 그를 겨냥한 수사를 개시했다.

아바드 장관은 4일 기자회견에서 "비열한 비방"에 직면한 그가 "정부의 조치를 방해하지 않고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도록 사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파리에 본부를 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로렌스 분은 마크롱 대통령의 핵심 동지인 클레망 본의 후임으로 유럽부 장관에 임명됐다.

이번 개각은 보른 총리가 현지시간으로 6일 하원에서 연설할 것으로 예상되는 일반 정책 연설에 앞서 이루어졌다.

이 연설은 총리에게 새 정부의 정책과 우선순위를 밝힐 기회를 주는 중요한 전통이지만, 의회 투표가 뒤따르지는 않는다. 기존 총리들은 대체로 내각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강력한 권한을 부여하기 위한 연설을 해왔지만, 보른 총리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뉴욕타임스는 전망했다.

정부 대변인을 맡고 있는 올리비에 베랑은 각료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신뢰의 조건이 충족되었는지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신, 정부는 법안별로 의원들의 지지를 구할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국회 내 주요 좌파 야당인 '라 프랑스 앵수미즈(La France Insoumise·굴복하지 않는 프랑스)'는 이미 보른 총리의 퇴진을 강요하기 위해 불신임 투표를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투표는 좌파와 극우 그리고 주류 보수층이 함께 투표해야만 성공할 수 있는데 이는 불확실하다.

새 정부의 첫 번째 임무 중 하나는 몇 가지 복지 혜택을 늘리고, 임대료 인상을 제한하고, 빈곤층이 필수 식품을 구입하기 위한 보조금을 조성함으로써 프랑스인들이 인플레이션을 따라잡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하는 법안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비록 프랑스의 인플레이션율은 6.5%로 다른 유럽 국가들보다 상대적으로 낮지만, 지난 주 유로존의 인플레이션은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와 러시아와 서유럽 간 경제 갈등으로 에너지 가격이 계속 상승하면서 기록적인 8.6%까지 올랐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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