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우크라전 165일, 자포리자 원전 포격 지속…"전쟁 새로운 국면"

등록 2022.08.08 06:04:13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핵연료 창고 174개 인근 타격…방사능 감시 센서 파괴

우크라 "러, 남부 정전 위해 포격"…러 "우크라 군 소행"

젤렌스키 "핵 테러에 강력 대응"…IAEA "핵 재앙 위험"

英국방부 "남부 350㎞ 구간 전선 형성…전쟁 새 국면"

[미콜라이우=AP뉴시스] 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미콜라이우에서 국가비상국 소방관들이 전날 밤 러시아군의 야간 포격이 있고 난 뒤 기름 탱크에 물을 뿌리고 있다. 인구 50만 명의 미콜라이우는 우크라이나 군이 탈환을 노리는 러시아 점령지 남부 헤르손과 가장 인접한 곳으로 러시아 군은 지속해서 이곳을 공습하고 있다. 2022.08.03.

[미콜라이우=AP뉴시스] 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미콜라이우에서 국가비상국 소방관들이 전날 밤 러시아군의 야간 포격이 있고 난 뒤 기름 탱크에 물을 뿌리고 있다. 인구 50만 명의 미콜라이우는 우크라이나 군이 탈환을 노리는 러시아 점령지 남부 헤르손과 가장 인접한 곳으로 러시아 군은 지속해서 이곳을 공습하고 있다. 2022.08.03.

[서울=뉴시스]김태규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65일째인 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남부 자포리자주(州)의 원자력발전소에 추가 로켓 공격이 발생했다. 사용 후 핵연료 보관창고 인근의 폭발로 방사능 유출 위험이 커진 가운데 양측은 서로의 소행이라며 책임 공방을 이어갔다.

CNN,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러시아 군이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남부 자포리자의 원자력발전소 에네르호다르 내부에 이틀 연속 로켓 공격을 통한 포격이 발생했다. 사용 후 핵연료를 보관중인 창고 인근이 로켓 공격을 받았다.

우크라이나 국영 원전 운영사인 에네르호아톰은 성명을 내고 "러시아 군이 지난 6일 밤 자포리자 원전에 포격을 가해 작업자 1명이 부상을 입고, 방사능 감시 센서 3개가 파괴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로켓은 사용 후 핵연료를 보관 중인 컨테이너 174개가 있는 저장시설 인근 떨어졌으며, 방사능 감시 센서 3대가 함께 파괴된 탓에 방사능 유출 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군사정보국은 "러시아 군이 우크라이나 국가 전력망에 공급되는 송전선을 파괴하고, 궁극적으로는 우크라이나 남부에 정전을 일으키기 위해 원전을 지속적으로 포격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렉산드르 스타류크 자포리자 주지사는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로켓 3발이 떨어지는 데까지는 각각 1초씩의 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면서 "이는 포격이 인근 러시아 군에 의해 이뤄진 것이라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반면 러시아는 원전 공격은 우크라이나 군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가 임명한 예브게니 발리츠키 자포리자주 임시 정부 수장은 "우크라이나 군이 220㎜ 다연장 로켓(MLRS) '허리케인'으로 사용 후 핵연료 저장시설과 자동 통제 초소를 타격했다"고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주장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군의 로켓탄 파편이 떨어진 지점은 발전소로부터 불과 400m도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면서 "원전 내부 행정 건물들이 손상을 입었다"고 덧붙였다.

유럽 최대 원자력발전소 에네르호다르에는 원자로 6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현재 2기가 가동 중에 있다. 러시아 군은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인 지난 3월초 이곳을 장악했다.

러시아 군은 우크라이나 군의 다연장 로켓 공격을 방어한다는 명분으로 원자력발전소 인근에 지대공 미사일 방어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를 두고 원전을 방패 삼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미콜라이우=AP/뉴시스] 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남부 미콜라이우의 주택가가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파괴됐다. 2022.08.06.

[미콜라이우=AP/뉴시스] 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남부 미콜라이우의 주택가가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파괴됐다. 2022.08.06.

최근 원전을 둘러싼 포격이 지속되면서 자칫 1986년 체르노빌 원전 폭발 이후 방사능 유출의 재앙적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의 통화 사실을 언급하며 "러시아의 핵 테러와 관련해 국제사회의 더욱 강력한 대응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성명을 내고 "유럽 최대 원자력 발전소에서 발생한 포격으로 인해 핵 재앙의 실제 위험이 매우 우려스럽다"면서 "양측 모두에 원자력 시설 주변 공습을 중단할 것을 강력 호소한다"고 밝혔다.

최근 자포리자 원전과 그 인근을 둘러싼 포격은 우크라이나 군이 러시아가 점령 중인 남부 요충지 헤르손 수복을 위한 공세 국면에서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 러시아 군은 원전 북측 드네프로강 건너편 니코폴도 지속적으로 포격 중에 있다.

발렌틴 레즈니첸코 드니프로페트롭스크 주지사는 이날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러시아 군은 니코폴 지역에 그라드 로켓포 20발을 집중 포격했다"며 "해당 공격으로 양수장이 파괴됐고, 7000여 명의 인근 마을 주민들의 수돗물 공급이 끊겼다"고 밝혔다.

영국 국방부는 전날 "우크라이나 군이 헤르손과 크름반도를 연결하는 도로·철도 교량과 러시아 군의 탄약고를 파괴하고 있고, 러시아 군은 드네프르 강과 평행한 남부 자포리자 인근의 350㎞ 구간에 전선을 형성하고 있다"면서 "전쟁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 군은 이와는 별개로 우크라이나 군의 동부 도네츠크 핵심 방어 거점 슬로뱐스크를 향한 공습도 병행했다.

바딤 랴흐 슬로뱐스크 시장은 "지난 며칠 간 잠잠했던 것과 달리 러시아 군의 공습이 재개됐다"며 "러시아 군이 슬로뱐스크 시내 중심부 민간인 주택을 겨냥해 공습을 가했지만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