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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진 "변호사 됐지만 간질환 앓아 작가로…차기작은 아메리칸 학원"(종합)

등록 2022.08.08 15: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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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파친코' 재출간 기념 방한 간담회

"내가 원하는대로 번역 권한 많이 줘 감사"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장편소설 '파친코(Pachinko)' 작가인 한국계 미국인 이민진이 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에 앞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원작 '파친코'는 2022년 3월 25일부터 Apple TV+ 오리지널 시리즈 드라마로 방영하고 있다. 2022.08.08.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장편소설 '파친코(Pachinko)' 작가인 한국계 미국인 이민진이 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에 앞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원작 '파친코'는 2022년 3월 25일부터 Apple TV+ 오리지널 시리즈 드라마로 방영하고 있다. 2022.08.0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신재우 기자 = "한국에 왔는데 너무 많은 사람이 사랑해주시고 반겨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소설' 파친코' 재출간 기념으로 방한한 이민진(54) 작가는 8일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세계 여러 독자에게 책이 읽히고 있지만 내겐 한국 독자들이 소중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오랜만에 한국에 왔다는 그는 한국어가 다소 부족하다며 통역을 통해 사과하기도 했다.

소설 파친코를 인플루엔셜 출판사를 통해 재출간한 건 "출판사에서 번역에 대해 내게 권한을 많이 줬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민진은 번역은 '정확성(Accuracy)'이라고 꼽았다. 그는 "나는 54세로 이제 겨우 2권의 책을 쓴 작가"라며 "평생에 걸쳐 쓴 '파친코'의 단어 하나하나가 나에겐 너무 중요했다"고 강조했다.

"이번 번역은 작가의 의도를 반영한 게 마음에 들어요. 원래 구성대로 3부 구성으로 만든 것도 좋고 구판에 있던 소제목이 사라졌고 '베네딕트 앤더슨'의 인용구를 사용한 것도 그대로 옮겨졌죠. (신승미 번역가가) 구조와 인용구를 제가 원하는대로 의도에 살려줘 감사하고 마음에 듭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장편소설 '파친코(Pachinko)' 작가인 한국계 미국인 이민진이 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에 앞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원작 '파친코'는 2022년 3월 25일부터 Apple TV+ 오리지널 시리즈 드라마로 방영하고 있다. 2022.08.08.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장편소설 '파친코(Pachinko)' 작가인 한국계 미국인 이민진이 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에 앞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원작 '파친코'는 2022년 3월 25일부터 Apple TV+ 오리지널 시리즈 드라마로 방영하고 있다. 2022.08.08. [email protected]



그는 소설을 집필할 당시 떠올린 '한국계 일본 소년 이야기'도 전했다. 대학생 시절 백인 선교사의 특강에서 13살의 한국계 일본 소년이 따돌림을 당하다 자살한 이야기를 전해듣고 이를 오랜 기간 마음에 품고 있었다.

미국에서 로스쿨에 진학해 변호사가 됐던 그는 간질환을 앓게 되며 작가가 되기로 결심하게 됐다.

"지금은 다 나았지만 당시 의사선생님께서 20~30대에 간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얘길 했어요. 그때까지 앞만 보고 살았는데 다르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남은 시간을 작가로서 의미 있는 일을 하고자 이 길에 들어서게 됐어요."

그는 "처음부터 작가가 돼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다"며 "한국계 미국인 여성이 소설을 쓰는 작가가 되는 건 말도 안 되는 것으로 여겨지는 시절이었다"고 회상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장편소설 '파친코(Pachinko)' 작가인 한국계 미국인 이민진이 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에 앞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원작 '파친코'는 2022년 3월 25일부터 Apple TV+ 오리지널 시리즈 드라마로 방영하고 있다. 2022.08.08.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장편소설 '파친코(Pachinko)' 작가인 한국계 미국인 이민진이 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에 앞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원작 '파친코'는 2022년 3월 25일부터 Apple TV+ 오리지널 시리즈 드라마로 방영하고 있다. 2022.08.08. [email protected]



작가가 된 이후의 자신의 역할에 관해서도 이야기했다. "한국뿐만 아니라 독일, 영국, 미국, 일본 등 세계에 퍼져있는 한국 사람들에게 관심이 있다"는 이민진은 "'파친코'를 읽은 사람들이 한국인을 만날 때 이런 5000년의 역사를 가진 사람이라고 알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사인을 할 때 '우리는 강한 가족이다(We are powerful family)'라고 쓰는데, 저는 한국인이 세계적으로 힘이 강한 가족이 되길 바라요. 이 책을 읽고 사인을 받은 사람들이 우리는 강한 가족이라고 느끼길 바라는 거죠. 내가 아니라 우리가 강하다는 걸 기억하면 좋겠어요. 가족이란 건 우리 모두 연결돼 있다는 의미니까요."

책을 읽는 모든 독자를 "한국인으로 만들고 싶다"는 포부도 있다. "나는 톨스토이를 읽을 때는 러시아인이 되고, 찰스 디킨스를 읽을 때는 영국 사람이 되고 헤밍웨이를 읽을 때는 약간 미친 미국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된다"며 "제 책을 읽는 사람들은 모두 한국인이 돼서 한국인의 시선으로 바라봤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소설 집필 당시도 회고했다. 그는 "소설의 첫 초고가 된 '마더랜드'라는 책을 다 쓴 상태에서 책이 너무 재미가 없어 한 챕터만 남기고 폐기했다"며 "당시는 솔로몬이 주인공이었는데 그는 세상을 너무 편하게 산 사람이라 긴 서사의 주인공이 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책을 처음 집필할 당시에는 지금의 주인공인 '선자'는 존재하지도 않았다.

책을 미국에서 출간한 2017년에는 독자의 대부분이 백인과 흑인이었다. 그는 "책을 출간하고 북투어를 다니면 99%가 한국인도 아시아인도 아닌 흑인과 백인이었다"며 "그때는 내가 뭔가 잘못했나, 한국 사람들이 날 안 좋아하나 생각했다"고 했다.

"제 소설이 19세기 스타일의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전개돼 미국·유럽 문학과 가까웠어요. 그렇다 보니 그들에게 더 호응을 얻은 게 아닌가 싶어요. 첫 소설인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음식'은 자본주의를 비판한 책인데 이런 사회적인 소설도 19세기 전지적 작가 시점 소설에 가깝죠. 제가 19세기 영문학을 좋아하다보니 이런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얘기를 소설로 많이 써냈죠."

물론 지난 3년 사이 한국 독자도 크게 늘었다. 그는 "요즘에는 너무 다행인 게 한국 독자들이 절 찾아와주고 편지도 써준다"며 "나에게 '부모님이 이해가 된다', '한국인인 게 자랑스럽다'고 얘기해주는 한국인들이 많아져 보람차고 내가 소설을 쓰며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최근 집필 중인 차기작 '아메리칸 학원'에 대해서는 "한국에서의 교육과 전 세계에 퍼져있는 한국 교육 자체를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관해 쓰고 있다"며 "교육이 사회적 지위나 부와 떼어놓을 수 없어 교육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관심을 두게 됐다"고 언급했다. 그는 '아메리칸 학원'을 '아메리칸 아카데미(American Academy)라고 번역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하며 "'학원'이 어떤 의미인지 세계적으로 알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친코' 같은 경우에도 일본 단어지만 영어로도 원어 그대로 쓰겠다고 말했어요. '학원'도 있는 그대로 전 세계 사람이 알아야 하는 단어죠. 한국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학원'이라는 단어를 알아야 하니까요."       

한편, 작가는 오는 14일까지 한국에 머물며 국내 독자들을 만난다. 오는 12일 2022 만해문예대상 수상자로 선정돼 시상식에도 참석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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