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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 "러 해외 여행 금지해 점령지 합병 막아야"…WP 인터뷰

등록 2022.08.09 10:5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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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는 자신들 정한 규칙 대로 살라고 전세계 강요하고 있다"

"푸틴 생각 바뀔 때까지 자신들만의 세상속에 살도록 해야"

[키이우=AP/뉴시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왼쪽)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키이우를 방문한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의장인 즈비그니에프 라우 폴란드 외무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2022.08.03.

[키이우=AP/뉴시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왼쪽)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키이우를 방문한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의장인 즈비그니에프 라우 폴란드 외무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2022.08.03.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를 합병하는 것을 막기 위해 서방이 모든 러시아 시민들의 해외 여행을 금지할 것을 선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8일(현지시간) 젤렌스키 대통령이 인터뷰에서 그같이 주장했다고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다른 나라의 영토를 앗아가는 상황에서 국경을 봉쇄하는 제재가 필요하다"면서 "생각이 바뀔 때까지 자신들만의 세상 속에서 살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 지도자들은 헤르손과 자포리자 등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의 점령지에서 오는 9월11일로 예정된 지방선거 때 합병을 위한 주민투표를 함께 실시할 것이라고 밝혀 왔다. 러시아 당국자들은 투표가 러시아의 이 지역 점령을 정당화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비판자들은 러시아의 장난질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백악관 고위 당국자들은 "엉터리" 투표로 땅을 차지하려는 시도를 하면 "러시아가 추가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해왔다.

러시아에 추가로 부과할 제재가 어떤 것인지는 불문명하다. 젤렌스키 대통령를 비롯한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은 추가 제재를 발표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러시아에 부과된 제재가 "약하다"면서 모든 러시아 시민들을 1년 동안 출국하지 못하도록 하고 러시아 에너지 수입을 전면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방의 대러 제재에는 러시아 항공기의 미국과 유럽 비행을 금지하고 있어 러시아 국민들의 해외여행이 힘들기는 하지만 해외여행을 금지하는 제재는 부과돼 있지 않다. 러시아인들은 지금도 미국에 비자를 신청해 방문할 수 있다.

산나 마린 핀란드 대통령은 8일 유럽연합(EU) 전체가 러시아인에 대한 여행 비자 발급을 금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를 두고 일부에선 블라디미르 푸틴의 우크라이나 공격에 반대해 러시아를 떠난 사람들에게 불공정한 피해를 입힐 것이라고 비판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어떤 러시아인도 러시아인"이라며 그런 차이는 문제가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인들도 이해할 것이다. '이 전쟁은 우리와 무관하다. 모든 국민들이 책임을 질 수는 없지 않나'라고 말할 것이다. 책임을 져야 한다. 러시아인들이 정부를 선택했고 정부에 맞서 싸우지 않고 있다. 논쟁을 벌이지도 고함을 치지도 않는다"고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인들을 상대로 연설하는듯이 "고립을 원하지 않나? 전세계를 상대로 당신들이 정한 규칙에 따르라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런 곳에 가서 살아라. 푸틴을 바꾸려면 이 방법 뿐"이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집무실에서 한시간 넘게 인터뷰에 응했다. 평소 입는 카키색 셔츠 대신 우크라이나 삼지창 국장이 그려진 검은 셔츠를 입었으며 집무실 밖 복도는 어둡고 공격에 대비해 모래주머니가 쌓여 있었다. 그는 몸을 앞으로 기울이거나 손 제스쳐를 쓰면서 답했고 때때로 책상을 두드리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이 헤르손 지역의 주민 투표를 막기 위해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투표가 전쟁에 전기가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국제사회는 대부분 러시아의 합병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나 분석가들은 러시아가 일단 그 지역을 러시아 영토라고 선언하면 러시아군을 강제로 몰아내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이 없게 된다고 말한다.

러시아는 2014년 크름반도를 점령한 뒤 주민투표를 통해 합병한 뒤 국제사회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점령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 당국자들은 당시 서방의 대응이 강력하지 못했다고 불평한다.

합병은 또 서방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문제에도 어려움을 야기한다. 미국과 유럽의 당국자들은 우크라이나 영토내 러시아군 공격만 가능하도록 무기 지원을 조절해왔다. 그러나 헤르손과 자포리자에서 투표를 한 뒤 이 지역에 대한 공격을 러시아 정부가 러시아 영토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끌려들어갈 위험이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영토를 합병하면 러시아와 협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은 또 러시아가 헤르손과 자포리자 지역에 대한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에 대응해 주민투표 일정을 정할 것으로 우려한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군의 남부 지역 공격에 맞서 군대와 장비를 이동시키고 있어 헤르손 전투가 전쟁의 핵심 지역이 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헤르손을 탈환하는 첫 단계에 불과하다는 것을 러시아가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군이 충분한 무기와 장비를 확보하는 대로 모든 영토를 탈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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