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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물은 빠졌지만 흙탕물 범벅에 물건들 다 망쳐"...남성시장 '한숨'

등록 2022.08.09 11:3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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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물은 빠졌지만 흙탕물·부유물 심각

물건 밖으로 빼내고 가게 내부 정리

상인들 침통…"20여년 만에 물난리"

약국 약 다 젖고...귀금속까지 유실

가게 침수, 집은 정전·단수…이중고

[서울=뉴시스] 이소현 기자 = 전날부터 서울지역에 폭우가 쏟아진 가운데 9일 물난리 직격탄을 맞은 서울 동작구 남성시장 모습. 2022.08.09. winning@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소현 기자 = 전날부터 서울지역에 폭우가 쏟아진 가운데 9일 물난리 직격탄을 맞은 서울 동작구 남성시장 모습. 2022.08.0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소현 기자 = "전쟁터네, 전쟁터야."

9일 서울 동작구 남성시장 중심 골목에는 밤 사이 시장을 휩쓸고 간 물 폭탄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전날부터 서울지역에 쏟아진 폭우로 무릎을 넘어 허리춤까지 찼던 물은 빠졌지만, 날이 밝자 흙탕물, 부유물과의 싸움이 시작됐다.

오전 9시15분께 시장 한 가운데에는 제 기능을 잃어버린 물건들이 한복판에 쌓여있었다. 시장 상인들이 손쓸 수 없는 물건부터 빼낸 것인데, 전날 폭우 피해를 수습하기 위한 분주함이 느껴졌다.

혼수 가게의 이불, 베개는 양동이에 길어온 물로 아무리 씻어내도 역부족이었고 약국에서는 약이 든 종이 상자들이 물에 젖은 채로 입구 가까이 위태롭게 쌓여있었다.

흙탕물을 밀어낸 자리를 닦아내도 다시 흙탕물이 밀려오는 모습을 지켜보던 시민들은 덩달아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서울과 경기북부 등 수도권에 폭우가 내린 9일 새벽 서울 이수역 인근 남성사계시장 일대가 침수돼 물이 빠져나가자 수해를 입은 상인들이 집기 등을 정리하고 있다. 2022.08.09.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서울과 경기북부 등 수도권에 폭우가 내린 9일 새벽 서울 이수역 인근 남성사계시장 일대가 침수돼 물이 빠져나가자 수해를 입은 상인들이 집기 등을 정리하고 있다. 2022.08.09. [email protected]

시장 상인회장이자 귀금속 가게를 운영하는 이재열(67)씨는 전날 밤을 뜬눈으로 지새웠다. 이씨는 "어제 밥 먹다 쫓아왔는데 그때부터 물이 차기 시작하더라"며 "새벽 네 시까지 정리하다가 감전될까 봐 나중에 결국 나갔다"고 말했다.

귀금속들이 빗물에 떠내려간 것은 물론 쇼케이스는 망가졌고 수기로 적은 영수증도 모두 젖었다.

이씨는 "20여 년 전에 이런 물난리가 한 번 있었고 펌프장이 신설되고 나서 웬만하면 지금까지 괜찮았다"며 "이제는 마음을 놓아도 되겠구나 싶었는데 이번에 전혀 엉뚱하게 당했다"고 한탄했다.

서울 동작구 지역에서 특히 피해가 심각한 가운데, 시장 인근에 거주하는 자영업자들은 집과 일터에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사당동 아파트에 거주하는 한 상인은 "씻고 쉬어야 와서 가게를 정리하고 치우는데 집에 전기가 안 들어오고 물도 안 나온다"며 "어제는 16층까지 걸어 올라갔다. 언제 복구될지 장담할 수가 없다"고 했다. 이 아파트는 전날 폭우로 축대가 무너졌다고 한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서울과 경기북부 등 수도권에 폭우가 내린 8일 서울 이수역 인근 남성사계시장이 침수돼 있다. (사진=독자 제공) 2022.08.0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서울과 경기북부 등 수도권에 폭우가 내린 8일 서울 이수역 인근 남성사계시장이 침수돼 있다. (사진=독자 제공) 2022.08.0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간발의 차이로 침수를 피한 몇몇 가게들은 장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비교적 고지대에 위치해 물이 가게로 들이차는 피해는 면할 수 있었다.

장사를 개시한 한 떡집 주인은 길 건너편을 가리키며 "여기서부터는 그나마 괜찮은데 다른 데는 완전히 잠겼다"며 안타까워했다.

오전 9시40분께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하자 지나가는 시민들은 "비가 또 온다"며 함께 걱정했다. 상인들은 묵묵히 흙탕물을 치우고 있었다.

한편, 지난 8일 동작구 신대방동에는 오후 9시께까지 한 시간 동안 비가 136.5㎜나 쏟아져 1942년 8월5일 기록한 서울의 시간당 강수량 역대 최고치(118.6㎜)를 80년 만에 넘어섰다.

남성시장 인근의 이수역은 승강장 대합실 천장이 무너지는 등 침수 피해가 발생해 열차가 무정차로 통과하기도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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