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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세 차익만 10억"…'줍줍' 노린 위장전입에 과천 '몸살'

등록 2022.08.10 06: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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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자이 '로또 줍줍' 10가구 모집에 7000명 몰려

과천 반지하·옥탑방 북새통…위장전입 '천태만상'

청약제도 도입 취지에 맞게 무주택자 재정립해야

과천지식정보타운 조감도.

과천지식정보타운 조감도.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전입신고 가능한 고시원이나 월셋방을 찾는 문의가 여전해요."

지난 9일 경기도 과천시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반지하나 옥탑방을 실제로 보지도 않고 월세로 계약하겠다는 사람이 많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과천 분양 아파트 '줍줍'(줍고 또 줍는다는 의미)만 노린 각종 위장전입이 판을 치고 있다"며 "당첨만 되면 시세차익이 워낙 크기 때문에 일단 주소부터 옮기고 보는 무주택자들이 많다"고 전했다.

무순위 청약을 노린 위장전입이 횡행하면서 경기도 과천 부동산 시장이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 당첨되면 10억원 이상의 시세 차익이 예상되는 한 아파트 단지의 무순위 청약이 평균 세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했다.

비단 이번뿐만 아니다. 입지와 시세 차익 전망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줍줍으로 불리는 무순위 청약 단지는 어김없이 청약 경쟁률이 치솟았다. 지난 5월 과천에서 처음으로 무순위 청약을 진행한 과천위버필드(과천주공2단지)는 4가구 모집에 8531명이 몰려 평균 213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바 있다. 또 온라인 부동산카페 등에서는 당첨을 노리고 비거주 조건으로 전입 신고할 수 있는 방을 구하는 방법 등을 알려주는 게시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무순위 청약은 일반분양 당첨자 계약 이후 계약 포기나 당첨 부적격으로 주인을 찾지 못한 가구에 대해 청약을 받아 무작위 추첨으로 당첨자를 뽑는 것을 말한다. 청약통장이 필요 없고, 100% 추첨제로 당첨자를 뽑아 '줍줍'이라고도 불린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4일 진행된 과천자이 무순위청약 일반공급 10가구에 7579명이 신청해 평균 757.9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전용면적 84㎡ 1가구 모집에 1832명이 지원해 가장 높은 네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했다. 또 나머지 전용 59㎡ 주택형은 모두 세 자릿수 경쟁률을 보였다.

분양가는 전용 59㎡가 8억1790만∼9억1630만원, 전용 84㎡가 9억7680만원으로, 이 단지의 전용 84.93㎡가 지난달 16일 20억5000만원에 매매된 것을 고려하면 당첨 시 10억원이 훌쩍 넘는 시세 차익이 예상된다.

과천지역 무순위 청약에 경쟁률이 치솟은 것은 계약취소로 인한 무순위 청약은 최초 분양가 수준으로 공급되고, 해당지역 거주자만 줍줍이 가능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당첨자는 청약통장 납입 기간, 가점 등에 상관없이 추첨으로만 결정된다. 또 무순위 청약은 모집공고일 기준으로 과천시에 거주하기만 하면 거주 기간에 관계 없이 청약이 가능하다.

과천은 지난해 기준 인구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인구주택총조사 인구 부문 집계 결과'에 따르면 과천 인구는 전년 대비 13.6% 증가하며 가장 많이 늘었다.

이와 함께 과천은 서울 서초구와 맞닿아 있어 생활 인프라를 공유하는 이른바 '준강남'으로 불린다. 또 최근 몇 년새 집값이 급등한 데다, 무순위 청약은 과거 분양가로 공급되기 때문에 더 큰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도 한몫하고 있다. 여기에 재건축에 따른 분양 물량과 3기 신도시인 과천지구 물량도 예정된 점도 부담이다. 앞으로도 과천에서 무순위 청약 물량이 100여가구 이상 나올 것으로 추정된다.

로또 줍줍을 노린 위장전입이 이어지면서 과천 지역 전·월세 시장이 불안하고, 청약과 무관한 실거주 주민들이 높은 임대료 부담과 같은 피해가 일어나고 있다. 앞서 과천시는 시장 과열을 우려해 무순위 청약에도 의무거주 기간 2년을 적용해야 한다고 국토부에 제안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무순위 청약에 무주택자 우선 조항을 신설하는 등 청약제도 도입 취지에 맞게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의 분양가 통제로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거나 인기지역의 신규 아파트를 중심으로 무순위 청약경쟁률이 치솟는 부작용이 발생했다"며 "무순위는 사실상 아무나 청약이 가능하고, 결국에는 돈 있는 사람들이 분양을 받는 불합리한 구조로 변질됐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청약 취지에 맞게 무주택자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무주택자에 대한 개념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며 "무주택자들을 위한 청약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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