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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헤르손 점령 후 인터넷부터 차단…디지털 검열로 현지화 시도

등록 2022.08.10 12:04:26수정 2022.08.10 13:3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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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국영 네트워크망로 전환…인터넷 통제권 확보

트위터·페북, 우크라 사이트 폐쇄…러 국영TV·라디오만

NYT "인터넷 인프라 15% 손상…기지국 11% 미작동"

[크라마토르스크=AP/뉴시스] 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크라마토르스크의 기차역에서 우크라이나 서부로 향하는 열차에 탑승한 어린이가 창문을 통해 배웅 나온 남성과 휴대전화로 작별 인사를 하고 있다. 대략 87만4000명이 우크라이나를 탈출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유엔난민기구는 이 숫자가 곧 100만을 넘어설 것이라고 전했다. 2022.03.03.

[크라마토르스크=AP/뉴시스] 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크라마토르스크의 기차역에서 우크라이나 서부로 향하는 열차에 탑승한 어린이가 창문을 통해 배웅 나온 남성과 휴대전화로 작별 인사를 하고 있다. 대략 87만4000명이 우크라이나를 탈출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유엔난민기구는 이 숫자가 곧 100만을 넘어설 것이라고 전했다. 2022.03.03.

[서울=뉴시스]김태규 기자 = 러시아가 남부 요충지 헤르손 점령 후 외부로 접속할 수 있는 인터넷망부터 차단하는 것으로 우크라이나 국민의 정보 접근권을 제한해왔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일주일 여만인 지난 3월 초 남부 요충지 헤르손을 완전 점령했다. 몇 주 후 러시아 군은 헤르손 지역의 인터넷 서비스 통제권 확보에 나섰다.

익명을 요구한 우크라이나 정부 관계자는 "러시아 당국은 헤르손 점령 후 러시아가 새로 설립한 모바일 기업 '커손(kherson)'의 네트워크를 통해 모든 인터넷 데이터를 재전송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지난 4월 헤르손 현지 인터넷서비스를 담당하던 헤르손텔레콤으로 유입되는 모든 인터넷 트래픽을 러시아 국영통신 로스테콤의 네트워크망을 통해 나갈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전환했다. 휴대전화의 경우 헤르손 현지에 모바일 기업 커손을 새로 설립해 해당 유심칩으로 바꿔쓰도록 했다.

지난 5월30일에는 인터넷 네트워크망 전체를 옮기는 과정에서 헤르손 전역에 휴대전화 통화, 인터넷 접속, 데이터 전송이 잠시 중단됐었다. 헤르손 기업인 스카이넷·스테이투스텔레콤의 네트워크망을 러시아 국영통신 미란다 미디어가 운영하는 네트워크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며칠 간 모든 통신이 단절됐었다.

러시아 당국은 이러한 과정을 거쳐 트위터·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접속 차단은 물론, 구글 검색과 우크라이나 언론사 홈페이지로의 접속까지 막았다. 러시아 국영TV와 라디오만이 헤르손 지역에 허용된 유일한 외부와의 연결 수단이었다.

스타스 프리비츠코 우크라이나 디지털 전환부 소속 모바일 담당자는 "러시아 군이 우크라이나에 와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네트워크를 차단하는 것"이라며 "사람들이 인터넷에 접속하는 것을 막고, 다른 도시의 가족들과 소통하는 것을 막아 진실된 정보를 받지 못하게 하는 것이 그들의 목표"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지난 2014년 크름반도의 강제 합병 당시에는 러시아 본토와 크름반도 사이의 케르치 해협을 따라 두 개의 새로운 인터넷 케이블을 별도로 구축하는 방식으로 인터넷망을 전환했었다.
[마리우폴=AP/뉴시스]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 마리우폴 외곽의 우크라이나군 레이더 등 군사시설이 러시아의 포격으로 손상돼 있다. 우크라이나 관리들은 러시아군이 서쪽을 제외한 모든 곳에서 우크라이나로 진입했다고 밝혔다. 2022.02.24.

[마리우폴=AP/뉴시스]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 마리우폴 외곽의 우크라이나군 레이더 등 군사시설이 러시아의 포격으로 손상돼 있다. 우크라이나 관리들은 러시아군이 서쪽을 제외한 모든 곳에서 우크라이나로 진입했다고 밝혔다. 2022.02.24.

우크라이나 저널리스트 콘스탄틴 리젠코는 "접속 위치를 숨겨주는 가상사설망(VPN)을 이용하지 않고서는 우크라이나 웹사이트는 물론, 온라인 뱅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VPN은 사람들과 연락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 요소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러시아 당국은 우크라이나 현지인에게 러시아 전화번호를 사용하는 휴대전화 심(SIM)카드 구매를 강요하고 있다. 심카드 구매를 위한 여권 확인 과정이 이뤄지고 있다"며 "휴대폰을 교체할 경우 러시아 당국이 사람들을 쉽게 감시할 수 있게 된다"고 했다.

해당 심카드가 장착된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모든 사람들은 통화 감청은 물론, 인터넷 검색 내용까지 실시간으로 러시아 정부가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 이른바 '디지털 검열' 작업이 이뤄지는 것이다. 이를 통해 우크라이나 군의 주요 정보를 얻을 수도 있다고 NYT는 전했다.

우크라이나는 인터넷·모바일 기술에 강세를 보여왔지만 러시아 침공 이후 다수 인프라들이 훼손됐다. 지난 6월 기준으로 우크라이나 전체 인터넷 인프라의 15% 가량이 손상되거나 파괴됐다. 휴대전화 이통통신 기지국은 최소 11% 가량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

다행히도 우크라이나 군과 정부 부처 업무는 일론 머스크가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스타링크(위성 인터넷 접속 시스템)' 시스템으로 원활히 작동하고 있다. 다만 단말기 설치 인근에만 작동하는 탓에 러시아 점령지에서는 이를 활용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디지털 전환부에서 인터넷 접속 복구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안드리 나복은 "1만2000개의 스타링크 단말기가 위성을 통해 부족한 통신 커버리지를 보완하고 있다"며 "더 많은 스타링크 구매·도입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대출 프로그램을 입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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