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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6년 황해도서 북파공작원에 납치...지금도 北가족 생각에 잠 못자"

등록 2022.08.10 14: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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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삼씨, 진실 규명·국가 배상 촉구 회견

황해도 용연군서 북파공작원 3명에 피랍

오류동 공군첩보부대서 무보수로 4년 근무

2020년, 국가 상대 손해배상청구 소송 제기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김주삼 씨가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대회의실에서 열린 2기 진실화해위원회 북한 민간인 납치 사건 진실규명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2.08.10.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김주삼 씨가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대회의실에서 열린 2기 진실화해위원회 북한 민간인 납치 사건 진실규명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2.08.1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전재훈 기자 = "북에 있는 가족들 생각하기 시작하면 지금도 밤을 꼬박 새웁니다. 연락만 할 수 있다면… 그것보다 좋은 게 어딨나요."

1956년 19세였던 김주삼(85)씨는 황해도 용연군 용연읍에 있는 자신의 집에 총을 들고 들이닥친 북파 공작원 3명에게 납치됐다. 백령도와 인천을 거쳐 서울 구로구 오류동의 공군 첩보대로 끌려갔다.

김씨는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대회의실에서 열린 언론 인터뷰를 통해 "나랑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남동생 하나, 여동생 셋이 있었으니 나이가 많은 나를 데려갔다"며 아직도 북에 있는 가족 생각을 하면 잠이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전날 서울 중구 남산스퀘어빌딩에서 제38차 위원회를 열고 해당 사건에 대한 진실규명을 결정했다. '북한 민간인 납치 사건'은 1956년 10월10일 북파공작원 3명이 황해도 연안에서 중학생인 북한 민간인을 첩보 활동 명목으로 납치해 서울 구로구 오류동에 있었던 공군 첩보대에서 4년간 노역을 시킨 사건이다.

이 사건 피해자인 김씨는 오류동의 첩보부대에서 1년간 황해도 용연군의 지리 등에 대해 신문을 당했다고 한다. 이후에는 수송부에서 보수 없이 차량 수리와 잡다한 심부름을 하며 4년을 보냈다.

김씨는 4년 뒤 남한 국민 자격을 얻었고, 당시 부대의 주소를 본적지로 하는 호적도 새로 팠다. 김씨는 "부대 안에서 결혼을 했고, 부대에서 회사에 취직도 시켜줬다"며 "나중에는 나무 심는 막노동도 하면서 살았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대회의실에서 2기 진실화해위원회 북한 민간인 납치 사건 진실규명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2022.08.10.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대회의실에서 2기 진실화해위원회 북한 민간인 납치 사건 진실규명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2022.08.10. [email protected]


사회로 나간 김씨는 여전히 경찰의 사찰과 감시 대상이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비닐하우스에 집을 지어 살고 있는데 경찰이 구둣발로 들어와 집을 둘러보고 가곤 했다"며 "근래에는 쌀도 갖다주고 부식 거리도 갖다준다"고 말했다.

슬하에 자녀 둘을 둔 김씨는 현재 경기도 고양시에 거주하고 있다. 그는 "여기도 자식이 있지만 거기 가족들이 더 중요하지 않겠나. (가족이) 생존해있다면 가서 다신 넘어오고 싶지 않다. 여기에서의 세월 동안 내가 말도 못하게 형편이 곤란한데, 여기가 뭐라고 넘어오나"라고 했다.

그는 "가장 뼈아프게 생각하는 것은, 나는 대한민국 와서 국민학교도 못 들어갔다. 먹고 사는 게 그렇게 어려웠다"라고 토로했다.

김씨는 2020년 2월부터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정부 측이 증거가 부족해 김씨의 피해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면서 재판이 길어지고 있다.

다만 진실화해위가 김씨의 피해가 사실이라고 진실규명 결정을 내리면서 재판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씨의 법률대리인인 이강혁 변호사는 "사실관계를 다투던 상황에서 진실화해위에 진실규명 신청을 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며 "진실화해위의 진실규명 결정으로 사실관계 부분에서는 신속하게 진행될 것이다. 빠르면 올해 안, 늦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김씨의 건강 상태를 고려하면 시간이 많지는 않다. 김씨는 당뇨와 고혈압, 협심증 등 질환을 앓고 있다. 김씨는 "솔직히 건강이 나쁘다. 약 먹는 게 수십 가지라 힘들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김주삼 씨가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대회의실에서 열린 2기 진실화해위원회 북한 민간인 납치 사건 진실규명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2.08.10.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김주삼 씨가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대회의실에서 열린 2기 진실화해위원회 북한 민간인 납치 사건 진실규명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2.08.10. [email protected]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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