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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권태효 "이 세상에 죽음 없다면 어떻게 될까요?"

등록 2022.08.13 08:00:00수정 2022.08.13 10:3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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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속박물관 학예연구관 '최초의 죽음' 출간

죽음에 대한 기원 밝히는 세계 각국 신화 정리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최초의 죽음' 저자 권태효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관이 10일 서울 종로구 국립민속박물관에서 뉴시스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간 '최초의 죽음'은 신화에 관심을 가지고 민속문화를 연구한 저자는 해박한 지식으로 한국 신화는 물론, 동양 소수민족과 서양 그리스로마 신화까지 넘나들며 죽음과 관련된 이야기를 펼쳐 놓은 책이다. 2022.08.11.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최초의 죽음' 저자 권태효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관이 10일 서울 종로구 국립민속박물관에서 뉴시스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간 '최초의 죽음'은 신화에 관심을 가지고 민속문화를 연구한 저자는 해박한 지식으로 한국 신화는 물론, 동양 소수민족과 서양 그리스로마 신화까지 넘나들며 죽음과 관련된 이야기를 펼쳐 놓은 책이다. 2022.08.1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만약 이 세상에 죽음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요? 죽음과 관련된 세계 각국의 신화(神話)를 통해 삶의 의미를 생각해보셨으면 합니다."

최근 뉴시스와 만난 권태효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관은 에세이 '최초의 죽음'(지식의날개)을 낸 이유를 이같이 밝혔다.

수천 년 동안 인류가 고민해온 죽음과 저승에 대한 신비한 이야기가 담긴 책이다. 그는 한국 신화부터 동양 소수민족, 서양 그리스·로마 신화까지 넘나들며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논했다.

권 연구관은 "흔히 '죽음' 하면 두려움이나 슬픔만 떠올리는데, 죽음과 관련된 세계 각국의 신화가 그렇게 어둡지만은 않았다. 신화 자료에 긍정적인 성격이 강했다. 인간의 편에 서서 사람 마음을 대변해주고 있었다"고 말했다.

"신화는 결국 인간이 만든 것이고, 인간의 죽음은 자연적이고 필연적인 현상입니다. 이때문에 죽음에 대한 다양한 사고가 의례·신앙을 비롯한 인간의 삶 전반에 폭넓게 투영돼 있어요. 이 중에서도 신화는 죽음에 대한 인간의 사고를 응집한 결정체입니다."

어떤 계기로 죽음을 집필하게 됐을까. 그는 "지난 2018년 중국 윈난성 쿤밍시에서 1년 반 동안 살았다"며 "한국의 봄처럼 날씨가 따뜻하고 살기 좋아 대중교통을 주로 이용했다"고 했다.

당시 그가 버스를 탈 때마다 자주 듣는 소리가 있었다. '아이신카'라는 기계음. 쿤밍시에서 60세 이상 노인이 발급받은 교통카드를 버스 단말기에 찍을 때마다 나오는 소리다.

승차하는 사람의 80% 이상이 무료로 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이 경로우대 카드를 이용 중이었다. 이를 알게 된 그는 노령화가 급격히 진전되면 사회가 정상적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권 연구관은 "당시 중국에 갔던 이유 중 하나가 소수민족 신화에 대한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라며 "윈난성에 소수민족 신화가 풍부하다. '이족'이라는 소수민족 신화를 봤는데 죽음이 어떻게 해서 생겨났는지 다룬 게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신화에 따르면, 태초에 인간은 죽지 않는 영생의 존재였다"며 "죽음이 없다보니 젊은 사람들이 노인을 챙기느라 아무것도 못했다. 이에 대해 젊은 사람들이 신에게 불평했고, 신은 결국 인간에게 죽음을 내렸다고 한다. 이같은 신화 내용에 흥미를 느끼고, 여러 신화들을 찾아봤더니 이와 비슷한 내용의 신화가 중국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 있었다"고 했다.

인간이 늙고 병들어도 죽지 않으니 사는 게 고통스러워 신을 찾아가 '죽음을 달라'고 사정해서 죽음이 생겨났다는 내용의 신화도 있었다.

"나이가 들어 신체 기능이 떨어지고 아픈데도, 사람이 죽지 않았을 때 느끼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어요. 우리가 오래 살려고만 생각했지 '죽음이 없으면 이 세상이 어떻게 될까?' 거기에 대해서는 무관심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죽음의 기원을 밝히는 신화들을 정리해봤어요."
[서울=뉴시스] '최초의 죽음'의 저자인 권태효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관이 11일 서울 종로구 국립민속박물관 내 상설전시관 제3관 '한국인의 일생'에서 상례(죽은 사람을 땅에 묻고 탈상하는 의례) 문화와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신효령) 2022.08.1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최초의 죽음'의 저자인 권태효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관이 11일 서울 종로구 국립민속박물관 내 상설전시관 제3관 '한국인의 일생'에서 상례(죽은 사람을 땅에 묻고 탈상하는 의례) 문화와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신효령) 2022.08.1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문학 박사인 권 연구관은 2001년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로 공직을 시작했다. '무속신화에 나타난 죽음 인도신', 저승차사의 인물 형상화 양상', '인간의 죽음, 그 신화적 전개 양상' 등 죽음 관련 신화에 대한 논문을 발표했다. 흥미진진한 신화가 학술 논문으로 느껴지지 않고 독자들에게 쉽게 읽혔으면 좋겠어서 이번 책을 냈다.

그의 시도는 '우리 민족의 생활문화 향유'라는 민속박물관의 지향점과 맞닿아 있기도 하다. 국립민속박물관이 1975년 개관한 이래로 상설전시에서 죽음은 중요하게 다뤄졌다. 죽음이 가장 중요한 민속인 일생의례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권 연구관은 "한국인의 일생이 '생활문화'라는 주제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며 "한국인 일생 중에서 중요한 지점을 꼽았을 때 빠질 수 없는 게 '죽음'이다. 죽음과 상례(죽은 사람을 땅에 묻고 탈상하는 의례)는 민속박물관의 중요한 주제다. 현재 상설전시관 제3관 '한국인의 일생'에서 죽음을 비중있게 전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은 삶이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 젊은이들이 자주 쓰는 신조어다. 그는 "이생망은 마치 다음 생이 있는 것처럼 생각하게 만드는 용어"라며 "이번 생을 망쳤다는 말에는 '다음 생을 잘 살자'는 의미도 내포돼있다. 죽더라도 다시 태어난다고 생각하면서 인간에게 닥친 죽음의 두려움을 피하고, 완전한 죽음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고 위안을 삼는 사고다. 이 모든 건 인간 상상력의 소산이고, 사후세계는 알 수 없다"고 했다.

"인간은 일반적으로 죽음에 대해 두려움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죽음을 무섭게만 느끼지 마시고, '이 세상에 죽음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를 꼭 생각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자주 던져보시면 죽음에 대한 인식, 더 나아가 삶에 대한 태도가 달라질 것입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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