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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부채 중독' 한전, 전기료 인상이 능사 아니지만

등록 2022.08.15 09: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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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직장'에서 '부실 공룡'으로 일순간에 전락

정부 공기업 개혁 기조…뼈 깎는 자구노력 해야

상반기에만 14조 적자…요금 체계 일관성 필요

요금인상 감내한 국민에 보답 위해 결기 보여야

[기자수첩]'부채 중독' 한전, 전기료 인상이 능사 아니지만



[세종=뉴시스] 고은결 기자 = '신의 직장'은 어쩌다 부실 덩어리가 됐나.

한때 분기마다 수조원의 영업이익을 내던 곳이 좀처럼 적자 수렁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국내 유일 전력 판매 사업자이자 국내 최대 공기업인 한국전력의 이야기다.

한전이 올 상반기에만 무려 14조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연간 적자는 20조원도 훌쩍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유는 명확하다. 전기를 팔수록 손해가 나는 역마진 구조이기 때문이다. 한전이 전력을 사들일 때 드는 비용이 판매하는 가격보다 비싸다는 뜻이다.

민간 기업이라면 감히 상상도 못 할 이런 기이한 상황은 공기업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정부가 결정권을 쥐고 흔들며 수년간 전기료 인상을 미룬 탓에 한전은 결국 부채 중독에 젖어들었다.

국제 연료비는 무섭게 치솟으며 에너지 수급 불안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부추기는 상황까지 치달았는데, 여론 등을 인식해 정치적 입김이 녹아들며 요금 인상이 미뤄진 데 따른 부작용이다.

한전의 재무 사정은 '탈원전으로 인한 요금 인상은 없다'고 공언한 전임 정부 임기에 급속도로 나빠졌다. 부채(별도 기준)는 2017년 50조7578억원에서 2021년 68조5319억원으로 뛰었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91%에서 145.7%로, 차입금 의존도는 21.4%에서 33.9%로 증가했다. 자기자본이 아닌 자금을 조달한 비중, 즉 빚으로 버텨나가는 부분이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이다.

부실이 곪을 대로 곪은 이런 상황은 어떻게 풀어야 할까.

때마침 정부는 공기업 개혁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공기업 방만 경영과 비능률, 모럴 해저드를 대수술하고 이번 기회에 제대로 갈아엎자는 게 윤석열 정부의 구상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6월 한전을 재무위험기관으로 선정하고 부채 증가 추세 완화를 위한 지출 효율화 등을 주문했다. 개혁 1순위로 지목된 한전은 지난 5월 내놓은 자구 노력 방안대로 알짜배기 해외 사업부터 출자지분, 부동산 처분과 긴축 경영으로 6조원대의 자금을 수혈하는 한편 추가 방안을 강구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아무리 허리띠를 졸라맨다 한들 천문학적인 적자 해소에는 역부족이라는 인식도 상당하다. 한전 내부적으로는 연료비·전력구입비, 감가상각비, 세금 등을 제외하면 자체적으로 노력해 절감할 수 있는 비용은 4%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

자구 노력에 고심하고 있지만, 한전 안팎에서는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결국 연료비 상황을 반영한 요금 조정 없이는 적자를 대폭 줄이기 쉽지 않다는 의미로 귀결된다.

물론 결단코 전기료 인상만이 능사가 아니다. 진정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을 행하고 있는지 돌아보는 게 첫 번째다. 이미 한전은 올해 들어 두 차례에 걸쳐 요금을 올린만큼, 이를 감내해 준 국민들에 보답하기 위한 결기를 보여야 할 책임이 있다. 만약 전기요금 추가 인상이 '쉬운 선택'이 된다면, 공기업 부채를 국민에게 떠넘기는 상황이 더 빈번해질 수도 있다.

다만 합리적인 제도적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면 그런 상황만큼은 피할 수 있다. 현행 연료비 연동제의 경우 국제유가 등 연료비가 오르면 요금을 올리고, 연료비가 내려가면 요금도 낮추는 식이다. 이를 통해 큰 적자를 막아줄 뿐 아니라 흑자를 낼 때는 전기료 인하로 국민 부담을 덜어주게 되는 것이다.

이 같은 원가주의 원칙은 새 정부가 거듭 강조해온 가치이기도 하다. 결국 일관성을 갖춘 요금 관리 기조 확립이 공공 부문의 경쟁력을 지켜줄 것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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