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대한사람 분기하라' 곡성 만세운동 이끈 정내성 지사

등록 2022.08.15 09:00:00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보통학교 학생으로서 태극기·격문 만들며 읍내만세운동 주도

'대통령 표창' 추서…아들 "건국 공로 이제라도 인정돼 기쁘다"

[곡성=뉴시스] 독립유공자 고(故) 정내성(1902~1950) 선생의 생전 모습. (사진 = 정항복씨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곡성=뉴시스] 독립유공자 고(故) 정내성(1902~1950) 선생의 생전 모습. (사진 = 정항복씨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곡성=뉴시스]이영주 기자 = "아버지가 외친 '대한 독립 만세' 덕택에 오늘날 대한민국이 있습니다."

제77주년 광복절인 15일 고(故) 정내성 독립지사를 대신해 대통령 표창을 받는 막내아들 정항복(73)씨는 "곡성 청년들의 의로운 행동을 이끈 아버지의 공로가 이제서야 빛을 봤다. 자랑스럽다"며 이같이 밝혔다.

정 독립지사는 1919년 3월 29일 곡성공립보통학교 학생 신분으로 곡성 읍내 만세운동을 이끈 공적을 인정받아 이번 표창에 추서됐다.

1902년 태어난 정 지사는 보통학교 재학 당시인 만 17세의 어린 나이에 만세 운동을 주도·계획했다.

정 지사는 동급생들과 냇가에서 물고기를 잡고 놀던 중, 독립운동가이자 은사인 신태윤 선생으로부터 꾸지람을 들었다.

신 선생은 '여유롭게 고기잡이나 즐길 때가 아니다. 이미 남원, 담양 학생들은 솔선해 조선 독립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곡성 청년들은 대체 무얼 하고 있는가'라며 정 지사 일행에게 야단을 쳤다.

정신이 번쩍 든 정 지사는 이튿날부터 재학생들과 만세운동의 뜻을 모았다. 또 운동 동참을 호소하는 격문 20여 장을 직접 써서 돌렸다.

격문에는 '우리 곡성의 제군이여! 가슴에 있는 의지를 잃지 말자. 우리도 대한 사람이니 이 기회를 놓치지 말고 분기하라! 우리들도 제군과 함께 궐기할 것이다'는 내용이 담겼다.

정 지사는 뜻을 함께하는 학생들을 모아 만세운동 사흘 전인 26일 태극기를 만들고 구체적인 거사 계획을 세웠다.

읍내 장날이던 29일 오전 정 지사는 읍내 장터에서 만세운동을 주도했다. 박수창, 김경석, 김중호 등 재학생을 비롯해 주민 수백여 명이 동참했다.
[곡성=뉴시스] 1919년 5월 13일 광주지방법원이 판결한 독립운동가 고 정내성(1902~1950·붉은 색 네모) 선생의 보안법 위반 판결문. 판결문에는 정 선생이 태극기를 만들어 만세운동을 주도했다는 혐의가 적혀있다. (사진 =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곡성=뉴시스] 1919년 5월 13일 광주지방법원이 판결한 독립운동가 고 정내성(1902~1950·붉은 색 네모) 선생의 보안법 위반 판결문. 판결문에는 정 선생이 태극기를 만들어 만세운동을 주도했다는 혐의가 적혀있다. (사진 =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일제 경찰에 의해 붙잡힌 정 지사는 보안법 위반 혐의로 같은 해 5월 13일 법원에서 징역 1년을 선고 받았다. 두 달간 옥고를 치른 뒤 보석으로 겨우 풀려났다.

이후에도 정 지사는 지역 발전과 민족 운동에 힘썼다. 보통학교 졸업생들과 함께 비밀리에 한글을 가르치고 독립 운동가들에게 여러 차례 자금을 지원했으며, 광복 직전에는 지역 청년들과 '한국청년단'을 꾸려 활동했다.

정 지사는 6·25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 8월 5일 곡성경찰, 한국청년단원들과 함께 읍내로 들어서는 북한군을 막아서는 과정에서 생을 마쳤다.

아들 정씨는 이제라도 아버지의 공적을 기릴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정씨는 "의병의 고장 곡성에서 펼친 아버지의 의로운 행동이 광복 77년 만에 인정받았다. 많은 이들이 조국 광복을 위해 이 땅에 펼쳐졌던 만세 운동을 기억하고 그 뜻을 이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광주시는 이날 광주 동구 광주극장에서 제77주년 광복절 기념행사를 열고 정 지사를 비롯한 지역 독립운동가 5명에게 대통령 표창을 수여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