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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이제 강판도 프린팅…동국제강 부산공장, 세계 최고 기술력 '우뚝'

등록 2022.08.15 14: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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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동국제강 부산공장 전경. (사진=동국제강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동국제강 부산공장 전경. (사진=동국제강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부산=뉴시스] 옥승욱 기자 = 흔히 프린팅하면 종이를 사용해 인쇄하는 것을 떠올린다. 이 발상을 철(鐵)에 적용해 어떤 그림이든 디자인이든 간단히 강판에 새겨넣는 곳이 있다. 바로 국내 최대 컬러강판 생산지이자 세계 최고 기술력을 자랑하는 동국제강 부산공장이다.

지난 2일 부산공장에서 만난 남돈우 이사는 "디스털 프린팅강판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동국제강에서만 생산한다. 범위를 세계 전체로 확대해도 이 기술을 적용하는 곳은 찾기 어렵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는 20년 넘게 부산공장 전체 생산을 책임이지고 있는 전문가 중의 전문가다.

동국제강 부산공장에서 생산하는 컬러강판은 우리 실생활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가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세탁기, 냉장고 등 대다수 가전제품들이 이 소재로 만들어 진다.

부산공장을 방문해 처음 찾은 쇼룸에는 이러한 다양한 컬러강판들이 전시돼 있다. 또 동국제강이 자랑하는 제품 브랜드인 럭스틸, 앱스틸 제품들도 이 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 제품 전시 뿐만 아니라 그 용도도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때문에 해당 제품이 우리 실생활 어디에 쓰이지는 손쉽게 알 수 있다.

[부산=뉴시스] 김민석 부산공장 품질관리팀 부장이 앱스틸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동국제강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부산=뉴시스] 김민석 부산공장 품질관리팀 부장이 앱스틸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동국제강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쇼룸을 한바퀴 둘러본 뒤 연속산세염화(PLTCM) 공장으로 이동했다. 이 곳에서는 동국제강이 포스코와 일본, 중국 등에서 공급받은 열연강판을 냉연강판으로 만드는 공정이 진행된다. 냉연강판이 아연도금강판이나 컬러강판 등의 소재로 사용되기때문에 동국제강에서는 이 공장이 제품 생산의 출발점인 것이다.

공정은 산세-냉간압연으로 비교적 간단하다. 공장에 들어서면 수십개의 열연코일이 빼곡히 저장된 하이베이창구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 창구에서는 열연코일 7만5000톤(t)을 저장할 수 있다.

하이베이창구에서 운반된 열연코일은 우선 자동용접 공정이 이뤄진다. 열연코일은 두루마리 형태로 감겨 저장되는데 이를 냉연강판으로 연속해서 바꾸기 위해서는 감긴 강판을 푼 뒤 용접을 해야 한다.

용접된 열연강판은 곧바로 산세공정이 진행된다. 하역장에서 이동된 열연강판은 표면이 거칠고 두께가 일정하지 않다. 따라서 염산으로 세척하는 산세 과정이 꼭 필요하다. 피클링(Pickling) 탱크로 이동된 강판에 염산 스프레이를 뿌리고 브러싱을 하니 거칠었던 표면이 매끈해진다. 이후에는 수세공정을 통해 세척을 한다. 혹시나 묻어있을 염산을 씻어내기 위한 과정이다.

산세공정을 끝낸 열연강판은 이제 냉연강판으로 탈바꿈하는 냉간압연공정이 진행된다. 강판의 압연방식은 열간압연과 냉간압연으로 나뉘는데, 강판에 열이 가해진 상태에서 압연을 하면 열간압연, 평상시 상태에서 압연을 하면 냉간압연이라고 한다.

냉간압연은 강판에 열을 가하지 않았기 때문에 원하는 두께로 일정하게 압연하는게 열간방식보다 어렵다. 동국제강은 오랜 기간 닦아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국내 최고 품질의 냉연강판을 생산하고 있다.

동국제강에 냉연강판이 더 중요한 이유는 냉연강판이 아연도금강판, 컬러강판의 소재로 쓰이기 때문이다. 소재부터 제대로 생산하지 못한다면 후공정을 통해 생산되는 제품의 품질도 기대하기 어렵다. 동국제강이 냉연강판 생산에 무엇보다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다.

[부산=뉴시스] 대리석 무늬의 디지털 잉크젯 프린트강판 시제품이 생산되고 있다. (사진=동국제강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부산=뉴시스] 대리석 무늬의 디지털 잉크젯 프린트강판 시제품이 생산되고 있다. (사진=동국제강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5CGL(연속용융아연도금라인)로 이동했다. 이 곳에서는 냉연강판을 아연도금강판으로 바꾸는 공정이 진행된다. 공정은 크게 열처리, 용융아연도금, 합금화열처리, 후처리로 나뉜다. 

PLTMC을 거친 냉연강판은 700~850도로 소둔하는 열처리과정을 거친다. 이를 통해 물성치를 안정화한 다음, 용융아연도금공정에 투입한다. 용융아연 욕조에 강판을 통과시켜 합금피막을 입힌다. 아연도금을 입히는 과정에서는 에어커팅으로 혹시나 발생할 수 있는 두께 불균형을 미연에 방지한다. 이후 합금화열처리와 후처리공정을 거치면 그제서야 용융아연도금강판이 된다.

이렇게 생산된 아연도금강판은 이제 최종 제품인 컬러강판을 만드는데 투입된다. 컬러강판은 용도에 따라 합금화용융아연도금강판과 갈바륨강판을 소재로 사용하기도 한다.

이날 마지막으로 찾은 5CCL (컬러코팅라인)에서는 동국제강 컬러강판 기술의 정점인 디지털 잉크젯 프린트강판이 생산되고 있었다.

디지털 잉크젯 프린트강판이란, 컴퓨터에 연결된 잉크젯 컬러 프린터처럼 4~7색 잉크를 디지털로 조합해 강판에 분사해 컬러강판을 만드는 혁신적 방식이다. 어떤 그림이든 강판 위에 프린팅해서 만들어내기 때문에 컬러강판 생산 기술의 최정점으로 손꼽힌다.

이날 5CCL에서는 대리석 무늬의 컬러강판을 생산하기 위한 준비 과정이 한창이었다. 직원들과 함께 라인 바로 옆에서 인쇄돼 나온 컬러강판을 볼 수 있었는데 사진과 같이 선명해 강판이라는 것을 인지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특히 직원들이 직접 1번부터 10번까지 라벨링된 시제품들을 꼼꼼히 살펴보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공장 관계자는 "라벨링된 제품들 가운데 가장 인쇄상태가 좋은 제품을 선택해서 생산한다"고 설명했다. 고객 주문에 최상의 제품을 공급하기 위한 동국제강 직원들의 숨은 노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부산=뉴시스] 남돈우 동국제강 이사가 부산공장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동국제강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부산=뉴시스] 남돈우 동국제강 이사가 부산공장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동국제강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동국제강은 2011년 럭스틸 론칭 이후 10년간 기존 4개에서 9개까지 컬러강판 생산라인을 증설했다. 생산능력은 49만t에서 85만t까지 73%가량 확대됐다. 동국제강은 단순히 생산 능력을 늘리기보다, 프리미엄 제품에 특화된 생산 라인을 구비했다. 수요가 맞춤형 컬러강판 제작을 위해 라인을 다품종 소량생산 콘셉트로 구성했다.

이에 따라 동국제강 컬러강판 품목은 2011년 3000종에서 현재 1만여종까지 늘어났다. 보유 특허 또한 5건에서 약 30건으로 6배 이상 늘었다. 컬러강판 라인 1개를 증설하기 위해서는 최소 10개월에서 1년의 시간이 걸리며 약 200억원 이상의 비용이 소요된다. 동국제강은 10년여에 걸쳐 총 1000억원 이상의 꾸준한 투자와 라인 증설을 단행했다. 이는 세계 최고 컬러강판 기술력을 갖추는 발판이 됐다.

남돈우 이사는 "부산공장에서 생산하는 컬러강판은 세계 최고 제품이라고 감히 자부한다"며 "신제품 개발, 디자인 등 유기적 운영을 통해 모든 사람들이 인정하는 글로벌 컬러강판 회사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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