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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 아일리시, Z세대 '음악 자부심'인 이유…4년 전처럼 태극기 들었네

등록 2022.08.15 23:4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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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광복절 첫 내한 이후 꼭 4년 만에 광복절 두 번째 내한

2000석→2만석…높아진 위상 반영하듯 객석 10배 늘어

기후 변화 등 메시지 담은 곡들 주목

방탄소년단 RM·제이홉 등 한국 유명 스타들 다녀가

[서울=뉴시스] 빌리 아일리시. 2022.08.15. (사진 = 현대카드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빌리 아일리시. 2022.08.15. (사진 = 현대카드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빌리 아일리시(21)가 등장한 이후 Z세대는 더 이상 '팝의 황금기'를 보낸 앞선 세대에게 '음악적 열등감'을 갖지 않게 됐다.

광복절인 15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펼쳐진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26 빌리 아일리시'에서 아일리시는 자신이 절대 대체될 수 없는 'Z세대 아이콘'임을 증명했다.

80여분이라는 비교적 짧은 러닝타임에 20여곡을 들려준 아일리시는 자기가 도달할 수 있는 팬들의 가장 깊은 곳을 단숨에 파고 들어갔다. 4년 전과 비교해 가장 달라진 건 그런 내공과 여유였다.

아일리시는 첫 내한공연도 2018년 광복절인 8월15일에 했다. 당시 공연장은 2000석 규모의 예스24 라이브홀. 그 사이 남달라진 아일리시의 위상을 반영하듯, 이번엔 무려 10배가 많은 2만명이 고척스카이돔에 운집했다.

올해도 어김 없이 객석에선 광복절 태극기가 등장했다. 아일리시는 '로스트 커즈'를 부르는 도중 객석에서 건네 받은 태극기를 들어 펼쳐보였다. 꼭 4년 전에도 객석에서 태극기를 건네 받은 아일리시는 이를 몸에 둘렀었다.

'버리 어 프렌드'로 출발한 이날 공연은 무대 연출도 돋보였다. 특히 대형 스크린 앞에 놓인 경사진 무대의 활용도가 높았다. 'NDA'에선 화면 속 도로의 연장선상이 됐고, 아일리시를 세상에 알린 '오션 아이스(Ocean Eyes)' 때는 화면 속에서 쏟아지는 폭포가 흘러내리는 반석이 됐다.

아일리시는 몸도 잘 썼다. 공연 시작할 때 트레이드 마크인 방방 뛰는 모습을 선보였고, '데어포어 아이 엠(Therefore I Am)'에선 돌출 무대 바닥에 엎드려 관능적인 퍼포먼스를 벌였다. '마이 스트레인지 애딕션' 때는 허리가 활처럼 휘었다. 

고척스카이돔의 음향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라고 알려졌는데, 이날 공연에선 명징했다. 아일리시의 이번 투어 앨범인 '해피어 댄 에버(Happier Than Ever)'에 연이어 수록된 'NDA'와 '데어포어 아이 엠'이 콘서트에서도 연이어 불렀는데, 양 곡의 끝과 처음이 이어지는 사운드적인 구조가 공연장에서도 잘 맞물렸다.

전체적으로 저음이 부각된 몽환적인 사운드의 곡이 주를 이뤘지만 어쿠스틱 무대도 눈길을 끌었다. 친오빠이자 자신과 음악을 같이 만드는 작곡가 겸 프로듀서 피니어스 오코넬이 무대 뒤가 아닌 전면에 나서 함께 했다. 아일리시는 오빠에 대해 "친구"라고 소개했다. 두 사람이 기타를 함께 치며 부른 '유어 파워' 내내 객석이 조용하자, 아일리시는 "모두 너무 조용하게 들으니 귀엽다"고 웃었다. '더 30th' 무대에선 오코넬의 기타 반주에만 맞춰 맑은 음성을 들려줬다. 객석엔 스마트폰 플래시가 별처럼 반짝였다.

국내에서 유명한 곡들을 부를 땐 객석에선 어김 없이 떼창이 흘러나왔다.

엠넷 여고생 댄스 서바이벌 프로그램 '스트릿댄스 걸스 파이터'('스걸파')에서 우승한 댄스 크루 '턴즈'가 거미를 콘셉트로 한 파이널 무대에서 배경음악으로 사용한 '유 슈드 시 미 인 어 크라운(you should see me in a crown)', 명실상부 최곡 히트곡 '배드가이' 때는 지정석이 소용 없어지고, 2만명 모두가 객석에서 벌떡 일어났다.

[서울=뉴시스] 빌리 아일리시. 2022.08.15. (사진 = 현대카드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빌리 아일리시. 2022.08.15. (사진 = 현대카드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빌리 보사 노바'를 부를 때는 객석에서 박자에 맞춰 박수를 쳤고, 아일리시는 K-하트로 통하는 손가락 하트로 화답했다. '골드 윙'에선 "다-다-다운(Da-da-down-down)'을 모두 합창했다. '게팅 올더(getting older)'에선 아일리시의 어릴 때 모습이 스크린에 등장해 팬들을 미소 짓게 했다.

노랫말과 뮤직비디오로 기후 변화에 대해 경고하는 노래 '올 더 굿 걸스 고 투 헬(All the Good Girls Go to Hell)' 퍼포먼스도 인상적이었다. 환경에 관심이 많은 요즘 세대 사이에서 호응이 높은 곡이다. 이번 콘서트 티켓 판매 수익 일부는 환경단체 리버브(REVERB)에 기부된다.

아일리시는 공연 내내 한국 팬들의 열광적인 반응에 크게 웃었다. "다시 돌아오게 만들어줘서 고마워요. 서울 사랑합니다"라고 외쳤다.

막판에 '해피어 댄 에버'를 부를 땐 영상 속에 구름이 떠다녔다. 경사진 무대에 올라가 마지막곡 '굿바이'를 시작하는 아일리시의 모습은 마치 하늘을 밟는 듯했다. 이날 공연을 본 관객들 기분이 그랬다. 우울한 현실을 딛고 잠시나마 해방감을 느끼면서 위로 받는 마음.

2018년 첫 내한 당시 만났던 아일리시는 "음악이 직접적인 치유로 작용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것보다 "감정을 표출하는 창구"라고 해석했다. 아일리시는 감정 표현이 음악적 공감대를 어떻게 확장할 수 있는지를 증명해나가고 있다. 팬들을 팬이 아닌 자신의 일부라고 여기는 아일리시는 인간의 절망과 한계를 같이 느끼고, 그걸 공감함으로써 희망을 함께 꼭 쥐는 노래를 할 줄 안다. 그건 위로를 위로하지 않으면서 위로를 전하는 Z세대의 세련된 감각이다.

또 이날 공연엔 아일리시의 인기와 화제성을 반영하듯 유명 스타들도 대거 다녀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글로벌 슈퍼 그룹 '방탄소년단' RM(김남준)과 제이홉, 넷플릭스 '오징어게임'의 헤로인 정호연 등을 봤다는 목격담이 퍼졌다. 

이와 함께 당일 큰비가 예고됐는데 다행히 공연 전후로는 쏟아지지 않았다. 다만 공연 전 날씨가 궂어 입장이 지연돼 공연이 당초 시작 시간인 오후 8시보다 약 17분 늦게 시작했다. 한낮부터 머천다이즈(MD)를 구입하려는 줄이 길게 늘어섰고 아일리시의 상징적인 아이템인 비니는 일찌감치 다 팔려나갔다.

현대카드는 2020년 1월 '퀸' 이후 2년7개월만에 열린 '현대카드 슈퍼콘서트'의 철저한 방역을 위해 체온 체크 등을 강화했다.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공연장 밖엔 간이 검사소를 마련하기도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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