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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전 172일, 러군 자포리자 원전 인근 포격…관리자 1명 사망

등록 2022.08.15 15:3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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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네르호다르 市 외곽서 공격…원전 작업자 1명 사망

유엔 42개 회원국 공동성명…"러군, 원전에서 철수해야"

러 "우크라, 하이마스 공격…카호우카 댐 비상 가동"

북부 하르키우 포격…오데사 해변 지뢰 폭발, 1명 사망

[자포리자=AP/뉴시스]지난 7일(현지시간) 러시아 국방부가 공개한 영상에 담긴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의 전경. 2022.08.13.

[자포리자=AP/뉴시스]지난 7일(현지시간) 러시아 국방부가 공개한 영상에 담긴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의 전경. 2022.08.13.

[서울=뉴시스]김태규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72일째인 14일(현지시간) 러시아 군은 남부 자포리자 주(州)의 원자력발전소 인근 마을에 추가 포격을 감행했다.

반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군의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 공격으로 원전의 냉각수 공급에 차질 위험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42개 유럽연합(EU) 회원국은 공동성명을 내고 러시아가 점령 중인 자포리자 원전에서 즉각 철수하고, 국제사회가 제안한 비무장지대(DMZ)화 방안을 수용할 것을 촉구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국영 원전회사 에네르고아톰은 이날 성명에서 "러시아 군이 자포리자 원전 관계자들이 거주하는 에네르호다르 인근 마을에 최소 6차례 포격을 가했다"고 밝혔다.

또 "이번 포격으로 에네르고아톰을 운영하는 1명의 기술자가 사망했으며, 2명의 관계자들은 부상을 입었다"며 "부상자들은 병원으로 옮겨져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군에 의해 강제로 에네르호다르 시장직을 박탈당한 드미트로 오를로프는 텔레그램을 통해 "러시아군이 에네르호다르 외곽 지역의 요트 클럽 근처에서 오후 3시부터 30분 간 6차례 공격을 감행했다"고 전했다.

러시아 군의 공격으로 원전 작업 반장인 막심 페트로비치 마르코가 사망했다고 오를로프는 덧붙였다.

러시아 군은 최근 우크라이나 남부 자포리자 원전 인근 지역을 겨냥한 공격을 지속적으로 이어오고 있다. 지난 10일과 12일 드네프로 강(江) 북쪽의 드니프로페트롭스크 주 마르하네츠 마을과 인접한 니코폴에 40발의 로켓 공격으로 민간인 13명이 숨진 바 있다.

드네프로페트롭스크 주 소도시 마르하네츠는 드네프로 강(江)을 사이에 두고 자포리자 주 원전 에네르호다르와 마주보고 있다. 직선 거리로 불과 15㎞ 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니코폴은 마르하네츠에서 남서쪽 방향으로 18㎞ 거리에 있다.

러시아가 원전 인근 도시를 지속적으로 공격하는 것은 우크라이나 군의 공격을 이끌어내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우크라이나 군이 반격할 경우 자칫 원전 주변이 타격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방사능 사고 위험 책임을 전가하려는 것이 아니겠냐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러시아가 운영중인 카호우카 댐 수력발전소 부소장 아르세니 젤렌스키는 러시아 국영TV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군의 하이마스 미사일 공격으로 수력발전소 터빈 6개 중 3개의 가동이 멈췄다"면서 "현재 비상 모드로 운영 중에 있다"고 주장했다.

[미콜라이우=AP뉴시스] 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미콜라이우에서 국가비상국 소방관들이 전날 밤 러시아군의 야간 포격이 있고 난 뒤 기름 탱크에 물을 뿌리고 있다. 인구 50만 명의 미콜라이우는 우크라이나 군이 탈환을 노리는 러시아 점령지 남부 헤르손과 가장 인접한 곳으로 러시아 군은 지속해서 이곳을 공습하고 있다. 2022.08.03.

[미콜라이우=AP뉴시스] 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미콜라이우에서 국가비상국 소방관들이 전날 밤 러시아군의 야간 포격이 있고 난 뒤 기름 탱크에 물을 뿌리고 있다. 인구 50만 명의 미콜라이우는 우크라이나 군이 탈환을 노리는 러시아 점령지 남부 헤르손과 가장 인접한 곳으로 러시아 군은 지속해서 이곳을 공습하고 있다. 2022.08.03.

그러면서 "수력발전소의 복합 전력시스템의 이상 작동은 자포리자 원전의 원자로 냉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자포리자 인근으로의 전기 공급 실패는 물론, 환경 재앙을 초래할 것"이라고 했다.

카호우카 댐은 크름반도와 헤르손을 연결하는 러시아 군의 핵심 보급로 중 하나다. 헤르손 수복 작전에 나선 우크라이나 군은 총 3개의 교량 가운데 카호우카 댐 교량과 안토노우스키 다리(자동차·철도) 파괴했다.

우크라이나 군의 카호우카 댐 교량 공격을 통해 수력발전소 가동이 차질이 생겼고, 이는 곧 댐을 통한 자포리자 원전의 전력 공급의 이상이 생길 수 있다는 게 러시아 측의 주장이다. 자포리자 원전의 방사능 유출 위험성의 책임이 우크라이나 군에게 있다는 일종의 책임 전가용 주장으로 읽힌다.

이런 가운데 42개 EU 회원국은 지난 12일 공동성명을 내고 자포리자 원전을 점령 중인 러시아 군의 위험한 공격 행태를 비난했다. 동시에 원전에서의 철수를 촉구했다.

성명은 "우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불법적인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해 허위 정보를 사용하는 것을 강력히 비난한다"며 "국제사회는 러시아의 공격에 대해 책임을 물을 것이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서의 불법 행위에 대해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러시아군이 계속 주둔할 경우 원전 운영자와 우크라이나 당국이 IAEA(국제원자력기구) 안전기준에 따른 핵·방사선 안전 의무를 이행하지 못하고, IAEA도 안전조치 의무를 이행하지 못하게 된다"고 러시아 군의 철수와 원전 지역의 비무장화 수용을 촉구했다.

러시아 군은 이러한 것과는 별개로 북부 하르키우와 남부 오데사 항 인근을 겨냥한 공격을 감행했다.

이호르 테레코프 하르키우 시장은 "러시아 군은 전날 밤(14일) 하르키우의 슬로비츠키 지역에 포격을 가해 일부 사업장을 공격했다"며 "사상자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밝혔다.

세르히 브라추크 오데사 지방군 사령부 대변인은 "러시아 군이 오데사 인근 자토카 해변에 매설한 지뢰가 폭발해 2명이 숨지고 1명이 부상을 당했다"면서 "오데사 주민들에게 해변, 해안에서 수영하는 것을 자제해 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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