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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럼 일리스, 'Z세대 새로운 대변자'…"난 단어 수집광"

등록 2022.08.1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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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8시 홍대 앞 롤링홀서 첫 내한공연

투모로우바이투게더와 작업…블랙핑크 팬덤 '블링크' 자처

[서울=뉴시스] 세일럼 일리스. 2022.08.18. (사진 = 유니버설뮤직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세일럼 일리스. 2022.08.18. (사진 = 유니버설뮤직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Z세대의 새로운 대변자'를 보길 원한다면, 18일 오후 8시 서울 홍대 앞 롤링홀에 가면 된다. 미국 싱어송라이터 세일럼 일리스(23·Salem Ilese)는 개인의 윤리를 음악을 통해 동시대의 서사로 전환하는 감각을 갖췄다.

데뷔곡부터 디즈니 공주의 전형성에 대해 비판('매드 앳 디즈니(Mad at Disney)')을 한 그녀는 얼마 전엔 미국 총기 소지 문제를 지적한 노래 '모먼트 오브 사일런스(Moment Of Silence)'를 내놓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모두의 목소리가 필요하다"(We need everybody's voices to fight this)고 직접적으로 노래했다. 

비슷한 또래의 빌리 아일리시(21), 올리비아 로드리고(19)처럼 미국 내 임신중지권 보장 폐기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도 높였다.

그렇다고 일리스가 세상을 무조건 '매의 눈'으로만 보는 건 아니다. 지난 16일 서울 북촌에서 일리스를 만나고 '그녀를 좋아하지 않는 것이 가능한가?'라는 물음이 떠올랐다. 모든 질문에 "그레이트 퀘스천(Great Question)"를 외치고, 사소한 질문 하나에도 정성껏 답변한 그녀는 '상냥함의 의인화'이기도 했다. 

또 귀여운 비즈 팔찌도 선물했다. "어머니가 한국 팬들을 위해 직접 만드신 팔찌"란다. 같은 날 MBC FM4U 'GOT7 영재의 친한친구'에 출연한 일리스는 첫 내한공연 중간에 객석을 향해 팔찌를 뿌리겠다고 약속했다.
[서울=뉴시스] 세일럼 일리스가 어머니가 만든 팔찌. 18일 오후 8시 홍대 앞 롤링홀에서 여는 콘서트에서 객석을 향해 뿌릴 예정이다. 2022.08.18. (사진 = 유니버설뮤직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세일럼 일리스가 어머니가 만든 팔찌. 18일 오후 8시 홍대 앞 롤링홀에서 여는 콘서트에서 객석을 향해 뿌릴 예정이다. 2022.08.18. (사진 = 유니버설뮤직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다음은 그녀와 나눈 일문일답.

-이번에 첫 내한 공연입니다.

"정말 기쁩니다. 한국에서 공연하는 건 언제부터인지도 모를 정도로, 제 버킷리스트 제일 꼭대기에 오랫동안 있었어요. 한국 팬들을 직접 만나서 기뻐요."

-한옥을 접한 것도 처음이죠?(일리스는 인터뷰 당일 유니버설 뮤직 코리아가 한국적인 무대를 위해 기획한 프로젝트로, 한옥에서 노래하는 라이브 공연 '기와(kiwa)'를 촬영했다. 추후 유튜브에 공개 예정이다.)

"네 굉장히 아름답고 우아해요. 처음 접하는 건축 양식인데, 평온한 곳이라 노래 부르기가 좋았습니다.

-디즈니('매드 앳 디즈니), 게임기('PS5'), 스마트폰 음성 인식 기능('헤이 시리(Hey Siri)') 등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소재에서 노래를 포착해냅니다.

"삶과 개인적인 경험에 착안한 곡을 쓰곤 해요. 흥미로운 단어를 새로 들으면 메모하고, 흥미로운 브랜드를 눈 여겨보죠. 주위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토대로 삼는 것이 제 노래 만드는 스타일입니다."

-멜로디 자체는 밝은데 노래가 담고 있는 주제는 가볍지 않고 묵직합니다.

[서울=뉴시스] 세일럼 일리스. 2022.08.18. (사진 = 유니버설뮤직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세일럼 일리스. 2022.08.18. (사진 = 유니버설뮤직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음악이 무거운 메시지를 무겁지 않게 전달할 수 있는 효과적인 매체라고 생각해요. 제 노래는 멜로디만 들었을 땐 굉장히 밝고 업비트한 팝송인데, 가사에 귀 기울이면 깊이와 의미를 찾을 수 있죠. 또 다른 결을 더하는 재미가 있어요. 의도적으로 행복하고 밝은 멜로디에 깊은 의미를 숨기기도 합니다."

-'매드 앳 디즈니'의 메시지에 많은 젊은 여성 또래들이 공감했습니다.

"맞아요. 팬들의 다양한 반응이 감동적이었어요. 많은 여성들, 특히 젊은 여성들이 곡을 듣고 같이 공감하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디즈니로 대표되는 공주의 전형성에 대해 저만 화나는 게 아니라 같이 분개한다는 걸 알았죠. 여성에게 권한과 힘을 부여하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많은 분들이 공감해주셨어요."

-최근 당연하게 여겨져온 상식에 이의를 제기한 노래가 있었나요? 새롭게 노래로 만들고 싶은 소재가 있는지요?

"'모먼트 오브 사일런스'가 그래요. 미국에서 중요한 이슈인 임신중지권 보장('로 대 웨이드' 판례) 폐기와 총기 사용에 대한 제가 가진 의견을 곡을 통해 강하게 표현했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플랫폼을 가진 사람으로서 이야기하는 것에 대한 책임의식이 있어요. 환경과 기후 변화에 대한 노래를 새로 쓰고 싶죠. 사회적으로 논의가 더 이뤄져야 한다고 느끼고 있거든요. 노래로 만들기 어려운 주제지만 이뤄냈을 때 아주 뿌듯함을 느낄 수 있는 작업이 될 거 같아요."

-'매드 앳 디즈니'로 데뷔하자마자 주목 받았는데, 본인 음악 스타일을 어떻게 규정하나요?

[서울=뉴시스] 세일럼 일리스. 2022.08.18. (사진 = 유니버설뮤직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세일럼 일리스. 2022.08.18. (사진 = 유니버설뮤직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본질적으로 제 음악은 팝입니다. 그런데 가사에 중점을 두죠. 스스로 '워드 너드'(Word Nerd·단어 수집광)라 부를 만큼 말과 단어에 집착하는 성향의 사람이에요. 때로는 가사 한줄을 쓰는데 일주일, 한달, 1년씩 걸리기도 하죠. 가사에 집중하고 힘을 주는 게 제 음악 색채죠."

-본인의 감성은 어디에 기반을 두나요?

"저는 이 세대(Z세대)에 속하는 것이 자랑스럽고 뿌듯해요. 창의적인 세대죠. 기존 틀에 박힌 것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생각을 할 수 있는 세대입니다. 사회적인 이슈를 다루고 이야기하는데 특화돼 있죠. 그 세대의 일원으로서 곡 작업을 하는 것에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해요. 기저에 깔린 감성은 프로젝트마다 달라요. 음악가로서 목표는 긍정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과 공감대를 형성해서 사람들을 포용하는 겁니다."

-Z세대 뮤지션 특징 중 하나는 '코로나 팬데믹' 시대에 데뷔(일리스도 팬데믹이 시작한 2020년 데뷔)했다는 거죠. 그런 가은데 노래가 많이 알려져 '음악적 소통의 힘'을 더 느꼈을 거 같아요.

"저와 비슷한 시기에 데뷔를 한 아티스트들과 경험을 나누며 동질감을 느끼기도 하죠. 우리가 어떻게 같은 환경 속에서 비슷한 절차를 밟아서 음악을 하고, 대중과 소통했는지를 경험하는 재미가 있어요. 저 같은 경우도 '매드 앳 디즈니'는 팬데믹 초반에 나온 곡이었어요. 제가 사는 캘리포니아는 록다운(완전 폐쇄)이 엄격했어요. 음악적인 성공과 대중의 열광으로 인해 제 삶이 굉장히 바뀐 거 같았지만, 현실에선 똑같이 하루 종일 잠옷을 입고 집 소파에 앉아 있었죠. 그런데 스마트폰만 켜면, 인생이 바뀌는 특별한 경험을 했어요. 이렇게 조금씩 공연을 하고 온라인으로 만나던 팬들과 직접 소통을 하니 놀랍고 신기해요."

-틱톡 스타이기도 해요. 요즘은 아티스트와 팬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쌍방향으로 소통하는 시대입니다.

[서울=뉴시스] 세일럼 일리스. 2022.08.18. (사진 = 유니버설뮤직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세일럼 일리스. 2022.08.18. (사진 = 유니버설뮤직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저 또한 그런 변화를 직접 느끼고 있어요. 제가 어릴 적만 해도 셀럽이나 뮤지션은 뮤직비디오나 누군가가 한 인터뷰 기사를 보고 접했죠. 제가 선망하는 아티스트 목소리를 직접 들은 게 아닌, 어떤 사람의 손을 거쳐 간접적으로 접한 거죠. 지금은 많이 달라요. 예전엔 전시대에 올려진 뮤지션을 상상했지만, 지금은 소통이 훨씬 더 열려 있잖아요. 팬들이 스타와 직접 이야기할 수 있고, 아티스트는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팬들에게 표현할 수 있죠. 그런 쌍방형 소통으로 인해 팬과 아티스트의 관계가 더 친밀해졌어요. 같은 아티스트들을 좋아하는 팬들 내에서도 공동체 의식이 더 강해졌죠. 저 역시 직접 팬에게 DM을 보내고 받기도 해요. 팬들로부터 오는 피드백을 바로 볼 수 있어서 좋아요. 오늘 곡을 써 다음 날 바로 공유할 수도 있고요. 10년 전만 해도 특정 레이블과 계약한 아티스트는 자신이 만든 노래를 공개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잖아요. 지금은 그 단계를 뛰어 넘을 수 있죠. 그래서 아티스트에게 훨씬 더 많은 자유가 주어진 거 같아요."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투바투)의 노래 '안티-로맨틱(Anti-Romantic)'에 공동 작곡·작사가로 참여했고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PS5'를 함께 부르기도 했습니다. 평소에 K팝에 관심이 많다고요.

"투모로우바이투게더와는 지금까지 두 곡을 작업했는데, 다정한 친구들이에요. 로스앤젤레스(LA)에서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한국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 더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제가 블링크(블랙핑크 팬덤)이기도 한데, 몇달 전에 (블랙핑크 멤버인) 로제랑 LA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어요. K팝은 흥미로워요. 제가 좋아하는 장르입니다."

-블링크이기도 한데 일본 애니메이션도 좋아한다고 들었습니다. Z세대는 국적이나 경계를 나누지 않고 문화를 접하는 거 같아요. 그런 구분 없음이 아티스트가 성장하는데 어떤 도움이 되나요?

"(미국 TV 애니메이션인) '파워퍼프걸'뿐만 아니라 (일본 애니메이션인) '미소녀 전사 세일러 문'을 열심히 보고 자랐어요. 그런데 외국 것이라는 인식을 하지 못하고 좋아했죠. 이런 변화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긍정적 변화라고 생각해요. 넷플릭스, 유튜브, 틱톡 같은 여러 종류의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접하면서 예술적 영향을 받는 건 창작 작업에 있어 다양성이 스며들게 해주거든요. 협업한다는 것이 창작 작업엔 아주 중요한데, 이처럼 경계가 규정돼 있지 않은 건 아주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봅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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