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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업계, '과도한 베끼기'…미투 마케팅 이대로 좋은가

등록 2022.08.17 11:4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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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빵 인기에 롯데 디지몬빵 출시…연예인 증류주 경쟁中

햄버거 업계는 맘스키친 '치킨버거' 따라하기까지

"신제품 개발 않고 묻어가기식 마케팅 지양해야"

식품업계, '과도한 베끼기'…미투 마케팅 이대로 좋은가


[서울=뉴시스] 김동현 기자 = 식품·외식업계에서 미투(me too) 마케팅이 속속 눈에 띈다. 1위 상품이나 경쟁사에서 내놓은 히트 상품을 모방한 제품 출시로 위험 부담은 줄이고, 비용은 아끼겠다는 노림수다.  

하지만 이 같은 미투 마케팅은 "어렵게 연구하기보다 비슷하게 만들면 된다"는 인식을 키워 기업들이 연구개발(R&D)을 소홀히 하는 풍토를 낳을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기업에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기업 이미지에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도 높다.

롯데제과, 포켓몬빵 인기 업고 '디지몬빵' 출시 결정

롯데제과는 오는 24일 디지몬빵을 출시한다. SPC삼립이 올 초 포켓몬빵을 16년만에 재출시해 2분기까지 7000만봉이나 판매하자 디지몬빵 출시를 결정한 것이다. 

하지만 디지몬빵은 SPC삼립이 2001년과 2009년에 각각 출시해 인기를 끌었던 제품이다. 포켓몬빵이 출시된 이후 일부 소비자들은 롯데제과에 디지몬빵을 출시해달라는 의견을 냈고 소비자들의 니즈를 반영해 제품 출시를 결정했다.
 
디지몬빵은 '아구몬의 허니크림빵', '텐타몬의 고소한 땅콩샌드', '파닥몬의 마롱호떡', '파피몬의 파인애플케이크' 4종으로 출시한다. 182종의 디지몬 띠부씰이 무작위로 들어있는 것도 포켓몬빵과 유사하다. 소비자가격은 포켓몬빵과 똑같은 1500원으로 책정했다.

디지몬은 포켓몬과 쌍벽을 이룰 정도로 캐릭터 산업에서 큰 팬덤을 형성한 만큼 롯데제과가 선보이는 디지몬빵이 포켓몬빵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릴 지 주목된다.

주류업계, 연예인 앞세운 소주 제품 경쟁 치열

주류업계에서는 연예인 이름을 앞세운 소주 미투 경쟁도 치열하다. 가수 박재범이 올 초 원스피리츠를 설립하고 '원소주'를 출시해 성공하자 비슷한 소주 제품이 잇따른다.

최근 편의점 CU는 배우 김보성을 모델로 한 김보성 의리남 소주를 선보였다. 이 소주는 박재범 소주의 성공 공식을 그대로 따랐다. 100% 국내산 쌀을 원료로 사용했고, 원소주와 마찬가지로 증류 방식으로 만들었다.

가수 임창정을 앞세운 소주도 이달 말 선보인다. 세븐일레븐은 임창정의 히트곡을 제품명에 활용한 '소주 한잔'을 내놓는다. 임창정 소주는 증류식으로 제작해 고가의 가격 정책을 펼칠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뉴시스] 왼쪽부터 맘스터치 싸이버거, 맥도날드 맥크리스피 버거, KCF 오치킨버거의 모습.(사진=각사 제공)

[서울=뉴시스] 왼쪽부터 맘스터치 싸이버거, 맥도날드 맥크리스피 버거, KCF 오치킨버거의 모습.(사진=각사 제공)



치킨버거 경쟁 치열한 외식업계, 너도나도 가성비 버거 출시

외식업계에서는 가성비를 앞세운 맘스터치 '치킨버거' 따라하기가 한창이다. 맘스터치가 2005년 선보인 싸이버거는 17년간 4억개 이상 팔린 초인기 제품이다.

싸이버거는 43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버거킹 와퍼(6900원)나 맥도날드 빅맥(4600원) 등 경쟁사 간판제품보다 한결 저렴하면서도 푸짐한 양과 맛으로 지금도 잘 팔리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경쟁사들도 싸이버거와 비슷한 치킨버거 라인업을 대폭 강화하려는 모습이다.

KFC는 최근 치킨 패티와 치즈, 양상추가 풍성하게 들어 있는 오치킨버거를 선보였다. 오치킨버거는 단품 기준 4900원으로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자 공략에 적극 나선다.

맥도날드는 지난 5월 맥도날드가 '맥크리스피 버거' 2종을 선보였다. 이들 제품은 싸이버거와 마찬가지로 통닭다리살 케이준 패티를 사용했고, '포테이토 브리오쉬 번'과 '스페셜 스모키 소스'가 들어있다.

기업의 이미지 훼손 및 소비자들 외면 경계 목소리↑

식품업계에선 이 같은 미투 마케팅 확산을 경계한다.

초코파이, 식혜, 요구르트, 허니버터칩 등 인기 제품군마다 우후죽순 미투제품이 쏟아지며 소비자들은 어떤 회사에서 원조 제품을 만들었는지 구분조차 힘든 상황이다.

그러나 미투 제품을 둘러싼 법적 다툼이 벌어지더라도 법원은 제품 맛, 용기, 디자인이 아무리 유사하더라도 완벽하게 동일하지 않을 경우 특허권이나 상표권 위반으로 보지 않는다.

미투 마케팅은 기업들이 연구 개발을 소홀히 하는 주 원인이 될 수 있다. 성공한 제품을 무조건 따라하는 만큼 시장 질서를 혼탁하게 만들 뿐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도 외면 받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투 제품은 시장 확대 효과도 있지만 타사 제품을 모방했다는 기업 이미지를 조장할 가능성도 있다"며 "단기 이익에만 치우치면 소비자 외면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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