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서인석·남명렬 "인간계로 내려온 교황…영화와 다를 겁니다"
연극 '두 교황' 30일 개막…동명 영화로 유명
서인석, 12년만에 연극…"절충·융합하는 교본"
남명렬 "옳고그름 아닌 다름…변혁과 화합"
[서울=뉴시스]연극 '두 교황'에서 교황 베네딕토 16세 역의 서인석과 교황 프란치스코 역의 남명렬. (사진=에이콤 제공) 2022.08.1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신계가 아니라, 인간계로 내려온 교황의 모습을 볼 수 있어요. 곳곳에 있는 교황의 유머도 직접 확인해보세요."(남명렬)
바티칸의 역사를 뒤흔든 '두 교황'의 이야기가 무대에 오른다. 2013년, 바티칸 역사상 598년 만에 자진 퇴위를 발표한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그 뒤를 이은 현직 교황 프란치스코의 실화가 바탕이다.
넷플릭스 영화로 공개돼 호평받은 이 작품은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극작가 앤서니 매카튼의 희곡이 원작이다. 영화보다 먼저 2019년에 영국에서 연극으로 초연됐고, 전 세계 최초 라이선스 공연으로 국내에 상륙했다. 오는 30일 개막을 앞두고 두 교황으로 호흡을 맞추고 있는 배우 서인석(73)과 남명렬(63)을 17일 서울 서초구 한 카페에서 만났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연극 '두 교황'에서 교황 베네딕토 16세 역의 배우 서인석(왼쪽)과 교황 프란치스코 역의 배우 남명렬이 17일 서울 서초구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연극 '두 교황'은 교황직에서 자진 퇴위 한 베네딕토 16세와 그 후임 프란치스코 교황의 실화를 무대에 올린 세계 최초 라이선스 공연이다. 2022.08.18. [email protected]
"영화는 영화"라며 연극은 그와 다를 거라고 분명히 말했다. "연극은 다른 형식의 표현이 필요해요. 영화에선 조근조근 대화하는 듯 보이는데, 사실 그 속에 매우 큰 격정이 있죠. 서로 다른 신념이 부딪치고, 자기 고백을 해요. 연극은 격정적인 모습이 더 많이 표현될 거예요."(남명렬)
실존 인물을 연기하다 보니 부담도 됐지만, 이들만의 캐릭터를 차곡차곡 완성해왔다. "그래서 분석하고, 연습하는 과정이 중요하죠. 실존 인물에 대한 고정관념이 있잖아요. 배우는 꼭두각시처럼 흉내 내는 게 아니라, 대본과 주제에 맞게 나만의 인물을 창조하고 조화를 이루는 거죠. 진짜 베네딕토로, 프란치스코로 바라보게 해야 성공이죠. 무대에 올라가는 순간 모든 건 배우 책임이고, 공감을 얻는 창조적인 예술로 소화해야죠."(서인석)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연극 '두 교황'에서 교황 베네딕토 16세 역의 배우 서인석이 17일 서울 서초구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연극 '두 교황'은 교황직에서 자진 퇴위 한 베네딕토 16세와 그 후임 프란치스코 교황의 실화를 무대에 올린 세계 최초 라이선스 공연이다. 2022.08.18. [email protected]
베네딕토 교황이 프란치스코에게 하는 첫 대사는 '당신의 행동, 말, 생각, 단 한 가지도 동의할 수 없다'다. 서로 다른 성향으로 충돌하지만, 그 과정에서 이해하며 틀림이 아닌 다름을 인정해간다. "성향 차이가 연극에서 극명하게 드러나 두 인물을 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라고 남명렬은 말했다.
"신의 대리인이라는 교황도 사실 인간이잖아요. 고뇌와 번민 속에 있고,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죠. 자기 과오를 인정하고 변화를 수용하는 건 쉽지 않아요. 베네딕토는 여러 사건 속에 이를 해결하기엔 자신의 쓰임새가 다했다고 판단한 거죠. 시대 변화에 따라 스스로를 고백하며 자리에서 물러나고, 이를 이어받는 그 용기가 대단해요. 옳고 그른 문제가 아니라 다름인 거죠. 변혁이 없다면 화합이 이뤄질 수 없고, 한국 사회 역시 마찬가지죠."
서인석도 "종교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며 "두 교황의 모습은 인간관계에서 다양하게 나타나는 대립된 감정이나 갈등일 수 있다. 어느 지점에서 공통점과 연민을 찾고 절충하며 융합하는 모습은 우리 삶의 교본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연극 '두 교황'에서 프란치스코 교황 역의 배우 남명렬이 17일 서울 서초구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연극 '두 교황'은 교황직에서 자진 퇴위 한 베네딕토 16세와 그 후임 프란치스코 교황의 실화를 무대에 올린 세계 최초 라이선스 공연이다. 2022.08.18. [email protected]
신구, 정동환, 서상원이 함께 출연하는 이 작품에서 서인석과 남명렬이 짝이다. 두 배우가 함께 작품을 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드라마 '태조 왕건', '무인시대' 등 중후한 연기를 펼쳐온 서인석은 12년 만에 연극 무대에 선다. "모체가 연극"이라는 그는 1970~80년대 극단 '실험극장'에서 활동했고, 당시 공연한 2인극 '아일랜드'는 큰 화제를 모았다. 이를 연출한 윤호진이 '두 교황' 제작사 에이콤의 예술감독이다.
서인석은 "윤 감독과 하는 일곱 번째 작품이다. 함께 술을 마시며, 정극으로 날 끌어들였던 만큼 마무리를 해야하지 않겠냐고 했다"고 웃으며 "남명렬 배우는 올해 이해랑연극상도 받았고, 그 명성을 알고 있었다. 제가 선배지만, 연극을 꾸준히 하진 못했기에 걱정도 됐다. 하나하나 맞춰가며 함께 대사와 연기의 절정을 찾아냈고, 이젠 눈빛만 봐도 안다"고 말했다.
남명렬도 "선생님을 처음 뵙고 연습해보니 '명불허전'이라는 게 이런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활동 영역은 달랐지만, 세월의 경력과 그곳에서 오랫동안 큰 그릇으로 존재할 수 있는 이유가 있구나 싶었다"고 밝게 웃었다.
[서울=뉴시스]연극 '두 교황'에서 교황 베네딕토 16세 역의 서인석과 교황 프란치스코 역의 남명렬. (사진=에이콤 제공) 2022.08.1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두 교황'을 비롯해 최근 폐막한 연극 '햄릿', 오는 10월 개막하는 박정자와 오영수의 연극 '러브레터' 등 원로 배우들의 활약이 주목받고 있다. 두 배우는 "유행"이라고 공감하면서도 이를 반가워했다.
"후배들이 활약하며 문화환경이 많이 발전했는데, 그 바탕이 된 선배 세대를 궁금해하는 것 아닐까요. 지금 시즌의 유행인 거죠. 지난해 '더 파더'의 앤서니 홉킨스나 윤여정 배우의 오스카상 수상도 결이 비슷하죠. 나이 든 배우들이 일할 수 있다는 건 굉장히 기뻐요. 반면 배우는 또 떠나갈 줄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서인석)
"과거엔 나이 든 배우를 캐스팅하는 걸 두려워했어요. 젊은 배우들이 나이 든 역도 소화했는데, 아무리 잘해도 그 세월의 깊이를 이길 순 없죠. 유독 한국 배우들이 일찍 포기하게 됐던 것 같아요. 지금은 업계도 커지고, 다양한 연령대에 기회가 주어지며 농익은 연기를 보는 재미에 대한 인식도 관객들 사이에 생겨났죠. 이젠 노련한 배우들의 체력적인 힘도 충분해요. 새로운 시대가 오고 있는 건 아닐까 조심스레 전망해봐요. 꽤 긴 시간 이어졌으면 하는 희망이 있죠."(남명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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