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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상 재해' 판결 확정받고 회사에 낸 손배소...최종 패소한 까닭은

등록 2022.09.27 12:00:00수정 2022.09.27 12:3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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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용접 중 파킨슨 병 진단...업무상 재해 인정 후 기업에 손배소

대법 "병·보호의무 위반 사이 인과 불인정"...산재보험법상 인과관계 범위가 손해배상 사건에서 보호의무 위반 관련 인과관계 인정 범위보다 넓다는 취지

[서울=뉴시스]대법원. 2018.12.18.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대법원. 2018.12.1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류인선 기자 = 행정소송에서 업무상 재해가 인정된 판결이 확정된다고 해도 회사의 손해배상 책임은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A씨가 현대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7일 밝혔다. 대법원 1부는 B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도 원고 패소를 확정했다.

이번 사건의 피고인 현대중공업은 2019년 6월 한국조선해양을 설립하고 지주회사체제를 만들었다. 이후 현대중공업을 물적분할로 설립했고, 이 사건 소송으로 인한 권리의무관계는 새로 설립된 현대중공업이 사실상 귀속된다.

1995년 현대중공업 용업공으로 취업한 C씨는 2005년 7월 통증을 느껴 병원에 방문했다. 뇌손상을 진단받은 C씨는 2007년 4월 퇴사했다. 이듬해에는 파킨슨병을 추가로 진단받았다.

C씨는 용접작업을 하던 중에 가스에 노출돼 뇌손상 등 상해를 입어 업무상 재해라고 주장했다. 파킨슨 병 진단 전후로 두번 근로복지공단에 요양을 신청했지만 기각됐다. 용접봉에는 망간이 들었는데 인체에 유해할 수 있다고 한다.

이후 C씨는 법원에 행정소송을 냈고, 법원은 망간에 노출되는 업무를 2개월 이상 종사한 사람에게 파킨슨병 진단이 있으면 업무상 질병으로 본다는 규정에 따라 요양을 허가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C씨는 판결 이후 2015년 3월 사망했다.

A씨 등 C씨 유족은 현대중공업이 업무상 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보호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용접봉 제조사 B사를 상대로는 용접봉 제조물 책임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현대중공업 상대 소송 1심은 C씨가 실제 망간에 노출된 이상 현대중공업이 보호의무를 다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파킨슨병의 발생과 현대중공업의 보호의무 위반 사이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보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법원에는 파킨슨병의 원인을 알 수 없다거나 단순한 가능성을 추정하는 의학적 소견들이 제출됐다. A씨 등은 행정소송에서 파킨슨병과 업무 사이 인과관계가 인정됐기 때문에 이 사건에서도 같은 결론이 나와야 한다고 한다고 항소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행정소송에서 업무상 재해가 인정된다는 판결이 확정됐다고 해서 기업의 보호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이 반드시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행정소송을 심리한 법원은 파킨슨병을 업무상 재해로 봤지만, 2개월 이상 망간에 노출되는 업무에 종사한 사람이 파킨슨병 진단을 받을 경우 업무상 질병으로 보도록 하는 규정의 영향을 받았다고 대법원은 설명했다.

A씨의 망간 노출과 파킨슨병 사이 인과관계는 행정소송에서도 인정되지 않았고, 이번 손해배상 사건 심리 중에 제출된 증거들로도 그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다.

즉 행정소송의 근거가 된 산재보험법상 인과관계 인정범위가 손해배상 사건에서 보호의무 위반으로 인한 인과관계 인정범위보다 넓으므로 업무상 재해가 인정된다고 해서 손해배상 책임이 반드시 성립하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B사 상대 소송에서도 1심은 C씨가 사용한 용접봉은 표준 규격에 부합하는 제품이기 때문에 결함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 판단은 대법원까지 유지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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