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산은, 대우조선 '빠른 매각'에 방점…'헐값 매각' 논란도 불가피

등록 2022.09.26 19:01:52수정 2022.09.26 19:13:57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매각 성사시 2001년 워크아웃 졸업 후 21년 만 민간 품으로

[통영=뉴시스] 차용현 기자 = 26일 정부와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을 한화그룹에 ‘통매각’하기로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경남 통영시 소재 대우조선해양 전경. 2022.09.26. (사진=대우조선해양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통영=뉴시스] 차용현 기자 = 26일 정부와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을 한화그룹에 ‘통매각’하기로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경남 통영시 소재 대우조선해양 전경. 2022.09.26. (사진=대우조선해양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김형섭 최홍 기자 = KDB산업은행이 26일 대우조선해양을 2조원에 한화그룹으로 '통매각'하기로 결정한 것은 워크아웃(채무조정) 졸업 이후 21년 간 수차례 인수합병(M&A) 실패를 거울 삼아 최대한 '빠른 매각'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풀이된다.

대우조선의 산은 자회사 체제가 장기화되며 '대마불사'에 발목이 잡힌 상황에서 제값을 받기 위해 불확실성 속에서 손실을 감내하느니, 차라리 빠른 매각으로 더 큰 공적자금 수혈을 막겠다는 것이다.

대우조선의 분리매각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방위산업 부문을 보유한 한화에 통매각함으로써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인수 실패 때와 같은 경쟁당국 리스크도 극복하려 했다는 분석이다.

이날 산은이 밝힌 대우조선과 한화그룹의 조건부 투자합의서에 따르면 대우조선의 매각가는 2조원이다. 대우조선이 한화그룹 계열사를 대상으로 총 2조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한화그룹은 이를 통해 대우조선 지분 49.3%와 경영권을 획득하게 되며 지분 55.7%를 보유한 기존 최대 주주인 산은은 28.2%로 2대 주주가 된다.

앞서 산은은 지난 2008년과 2019년 각각 한화와 현대중공업에 매각을 추진했지만 결국 실패로 돌아간 바 있다. 2008년 한화로의 매각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자금난이, 2019년 현대중공업으로의 매각은 해외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심사, 특히 유럽연합(EU)의 불허 결정이 발목을 잡았다.

이번 매각이 최종적으로 성사된다면 2001년 워크아웃 졸업 후 산은의 관리 하에 놓인 대우조선은 21년 만에 민간의 품으로 돌아가게 된다.

줄잡아 10조 투입…더 큰 공적자금 필요 전에 매각 속도전

지난 세월 동안 대우조선에 들어간 지원은 어떻게 계산하느냐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어림 잡아 7조원에서 10조원 이상이다.

정부가 2015년 서별관회의를 통해 지원을 결정한 4조2000억원(산은 2조6000억원, 수출입은행 1조6000억원)과 2017년에 자본확충 형태로 투입한 2조8000억원이 있다. 여기에 2017년 한도 2조9000억원 규모의 크레딧라인(신용공여)까지 얹어줬다.

이처럼 막대한 혈세가 쓰였는데도 대우조선은 부실 규모가 더 커지고 있는 데다 최근의 산업 생태계 급변 등을 감안하면 민간에서 새 주인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부정적 전망이 많았다. 당장 올 상반기에만도 대우조선은 569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에서 대우조선해양 매각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2.09.26. amin2@newsis.com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에서 대우조선해양 매각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2.09.26.  [email protected]

따라서 적절한 매각가를 받기 위해 시간을 끌었다간 자칫 더 큰 공적자금 투입이 불가피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판단에 따라 매각 속도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강석훈 산은 회장도 이날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대우조선은 산은이 대주주인 체제 하에서는 R&D 투자를 포함한 근본적 경쟁력 개선에 한계가 있다. 매각 시기를 실기해 더 큰 손해를 보게 된 과거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지금까지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논의해 대우조선의 신속한 매각을 추진해 왔다"며 빠른 매각을 강조했다.

방산 주력이면서 조선업 없는 한화가 최적의 대안

매각 상대방으로 한화를 선택한 것도 빠른 매각을 염두에 둔 결정으로 해석된다.

현대중공업으로의 매각이 무산된 이후 한동안 대우조선의 분리 매각이 대안으로 대두되기도 했다. 군함이나 잠수함 등을 만드는 대우조선의 방산 사업부문과 민수(상선) 부문을 분리하는 방식으로 몸집을 줄여 매각한다면 새로운 인수자를 찾기가 더욱 용이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그러나 사업부문 분리가 물리적으로 분리가 쉽지 않을 뿐 더러 방산과 상선·LNG선 등을 만드는 기초공정이 대부분 겹치기 때문에 효율성도 떨어진다는 문제가 있었다.

이런 가운데 방산 분야를 그룹 주력으로 삼고 있으면서 조선업을 영위하지 않은 한화그룹으로의 매각은 분리매각이 아닌 통매각을 위한 최적의 선택이었다는 평가다.

또 현대중공업으로의 매각 추진 당시 해외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심사라는 벽에 가로 막혔던 과거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는 길이기도 했다.

강 회장도 "해외 경쟁당국 반대로 현대중공업과의 합병이 무산됨으로써 (대우조선의) 현대중공업이나 삼성중공업과의 합병은 현실적으로 어려워졌다"며 "따라서 조선업을 영위하지 않는 제3의 투자자가 인수하는 방향이 인수합병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해외 경쟁당국에서 일반 결합심사가 10여개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다만 이 결합에 관한 논의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처럼 동일한 업종 간 결합이 아니라서 기업결합 이슈는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재판매 및 DB 금지

2조원 매각가 놓고 '헐값' 논란 불가피

빠른 매각에 방점을 찍었다지만 2조원의 매각가를 둘러싼 '헐값 매각' 논란은 불가피하다.

대우조선에 투입된 천문학적 자금 중 공적자금은 그 정의를 어떻게 내리느냐에 따라 규모가 달라지지만 최소 4조2000억원 이상의 공적자금이 투입됐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럼에도 그 절반도 안되는 2조원에 대우조선을 민간에 넘기는 게 적정한가를 놓고 비판이 예상된다. 대우조선에 들어간 공적자금을 얼마나 회수할 수 있느냐도 논란거리다.

앞서 대우조선을 현대중공업에 매각하려 할 때도 산은이 대우조선 지분을 현물 출자하고 조선통합법인의 지분을 받는 구조로 2조800억원 가량의 매각가가 책정돼 헐값 매각이란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같은 비판을 의식한 듯 산은은 한화그룹이 확정된 매각 대상자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우선협상대상자라고 강조했다.

한화그룹보다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투자자의 참여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이번 투자합의서 체결 이후 이른바 '스토킹호스' 절차에 따라 경쟁입찰도 진행할 예정이다. 다른 경쟁자가 나타나면 한화그룹이 제시한 2조원보다 높은 수준에서 매각가가 형성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대우조선이 워낙 덩치가 큰 매물인데다 정부와 산은이 직접 대기업들에 인수 의사를 타진해 최종적으로 한화를 낙점한 상황에서 입찰 경쟁자가 나타날지는 의문이다.

강 회장은 "R&D 투자와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민간 주인을 찾아 회사를 정상화하는 것이 국민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라며 "우리가 이 거래를 진행하면서 계획된대로 된다면 국민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안이라고 생각한다"고 헐값 매각 비판을 반박했다.

대우조선에 투입한 공적자금 회수와 관련해서는 "현재 산은이 공적자금으로 투입한 금액을 다 합치면 4조1000억원 정도 되는데 현재 저희 손실은 3조5000억원으로 추정된다"며 "대우조선이 정상 여신으로 분류되면 대부분 이익으로 환원될 것이다. 민간 기업이 (대우조선을)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만들어서 주식가격이 더 많이 올라간다면 투입 금액이 상당 부분 회수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